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3호] 민주노총 임원-대의원 직선제 운동으로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자!

관료주의와 노사협조주의 뿌리는 하나다

98년 2월 6일 민주노총의 배석범 위원장 직무대행은 한국노총 박인상 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에 대해 합의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분노한 조합원들이 8일부터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고 2월 9일 열린 대의원대회서는 노사정위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임원들을 퇴진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에서 한 번 합의해 준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는 자본과 권력의 힘에 의해 일정대로 시행되었다. 이때부터 현장에는 자본의 논리대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비정규직화가 착착 진행되기 시작했다. 자본에 대한 이같은 기여를 인정받은 탓인지 박인상씨는 새천년민주당 전국구국회의원을 받았고 배석범씨는 새천년민주당 지도위원이라는 직함을 받았다. 배석범씨는 얼마 전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 감사로도 임명됐다. 단 한번의 배신으로 자본과 정권에 의해 탄탄대로 출세길이 열리게 된 것은 그만큼 그들의 노동자에 대한 배신과 자본가에 대한 공로가 컸기 때문이다.

그 해 민주노총 임원의 노동자에 대한 역사적 배신과 비민주적 운영을 극복하기 위해 이갑용-고영주 후보는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안을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인 99년 2월 24일 대의원 대회에 임원직선제가 상정됐으나 총 249명의 대의원 중 찬성 147, 반대 102로 규약개정 정족수인 2/3에 미달하여 임원 직선제는 좌절되었다. 이 당시에도 관료주의와 과두제로 지배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세력들은 온갖 유언비어로 직선제를 반대했다. 이렇게 몇 년 동안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참여 없이 단위노조 또는 산별노조의 지부 대의원회의 결정으로 민주노총 파견대의원을 선출해 왔다. 금속연맹의 경우 규약에 근거하면 민주노총 파견대의원은 연맹의 총회 또는 이를 위임받은 대의원대회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위사업장 대의원대회나 산별노조 지부 대의원회에서 민주노총 파견대의원을 선출해 오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합원의 직접참여에 의한 통제 없이 민주노총의 관료주의와 종파주의는 심화되어 왔다. 관료주의와 종파주의를 넘어 그야말로 소수 몇 명이서 모든 의사결정과 권력을 독점하는 과두제가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비례해서 노동운동진영 곳곳에서 썩은 냄새도 늘어갔다. 그리고 작년 한 해 민주노총 임원의 비리와 대기업노동조합 간부들의 취업장사는 민주노조운동의 대의명분에 결정타를 날렸다. 도덕성과 헌신성을 앞세워 80만 조합원을 넘어 전체 노동자의 대표체임을 자부하던 민주노총은 사천만 민중에게 불신과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7년이 지난 2006년 2월 23일, 민주노총 37차 대의원대회에서는 대의원 자격 문제에서 우여곡절 끝에 1년의 사업계획과 예산, 조직혁신안은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임원선출만을 마쳤다. 그 뒤 38차 대의원 대회는 성원미달로 무산되었고 6월 23일로 예정되었던 대의원 대회는 6월 19일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으로 무기한 연기되었다. 같은 날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34명의 결정으로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할 것을 결정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 결정에 대해 중집위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결정이 난 불과 4일 뒤, 민주노총 김태일 사무총장은 노사정대표자회의 운영위원 간담회에 참가했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의 결정이 있기 전부터 모종의 준비가 진행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들이 진행된 것이다. 전체 노동자의 명운이 걸려 있는 사안을 다룬다는 노사정위원회 참가를 어떻게 대의원 대회에서 논의하지도 않고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효율성을 핑계로 하는 관료주의는 조직의 비민주성을 먹고 자란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민주노총의 조합원 직접참여 배제는 필연적으로 소수에 의한 전체의 의사결정과정이 묵살되는 관료주의를 낳고 조합원들의 통제 없는 관료주의는 항상 노사협조주의와 배신의 역사로 이어질 것이다.

민주노총 혁신의 문제가 관료주의와 노사협조주의의 제거, 민주주의 확장과 연대와 평등에 기초한 노동해방의 조직적 기풍을 확립하는 것이라면 여기서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혁신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확장이며, 그 핵심은 민주노총의 임원-대의원 직선제다.


민주노총 임원-대의원 직선제로 혁신의 첫걸음을 내딛자!

민주노조운동 혁신의 핵심으로는 첫째, 관료주의와 노사협조주의, 종파주의를 제거하고 각 단위 노동조합 내부의 노동자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 둘째,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비정규직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일산별노조를 건설할 것 셋째,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총 차원의 과도적 요구투쟁의 전면화와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발전시키는 토론과 교육을 활성화하고 연대와 평등에 기초한 사회주의 노동운동 문화를 강화할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조운동 혁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각 단위 노동조합 집행부에 대한 통제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조합원의 참여 없는 혁신이란 모래성을 쌓는 것과 똑같다. ‘조합원’이라는 탄탄한 반석 위에 ‘혁신’이라는 성이 쌓여야 무너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조합원의 직접적인 참여와 통제가 가능하기 위해서 민주노총 임원-대의원에 대한 직선제가 우선적인 혁신운동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조합원의 직접참여와 민주적 노동조합 운영이 보장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민주노총 조합원의 총투표와 이에 근거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의 승인에 의한 민주노총 임원-대의원 직선제 안이다. 직선제 관철 과정 자체가 조합원들에게 민주주의 획득과 확장의 과정이며 직선제 실시 이후까지 민주주의 관철을 위한 훈련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합원의 직접적인 행동과 참여를 중심으로 직선제 운동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역사에서 보면 대의원 대회에서 규약변경에 의해 진행되는 직선제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실질적 의의인 관료주의의 타파와 조합원의 직접참여에 의한 토론과 의사결정의 활성화를 이루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민주노총 임원과 대의원을 조합원의 손으로 직접 선출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조합원의 참여를 배제한 독선주의, 그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는 조합원을 참여와 의사결정과정의 주체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는 철저히 조합원의 토론과 참여, 직접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달성해야 한다.

다른 한편 직선제는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의 대표성과 지도력 투쟁력을 고양할 수 있는 주된 수단이 된다. 다양한 쟁점들이 형성되는 선거과정을 통해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누적된 문제들에 대해서 보다 진지한 자기고민을 하게 될 것이고 자기 손으로 직접 뽑은 지도부와 그 투쟁방침에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900명 간선대의원에 의해 선출된 지도부보다 80만 조합원에 의해 선출된 지도부는 질적으로 확연히 다른 대표성과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직선제와 관련한 가장 중요하게 논란은 민주노총의 80만 조합원들을 어떻게 투표에 참가시킬 것이며 이에 대한 선거관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일부 지역본부에서처럼 직선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리투표나 이중투표 등과 같은 선거부정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근거로 드는 예가 대전지역본부의 예다. 하지만, 원활한 직선제가 운영되고 있는 울산이나 인천지역본부의 예는 왜 사례에서 제외하는가? 문제는 직선제 자체가 아니라 관료주의와 종파주의다. 이중투표나 대리투표의 문제는 다수의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선거감시인단제나, 선거관리위원회의 도입으로 해결가능할 것이다. 이외에도 민주노총 조직 외부의 인사들로 구성되는 선거감시인단제를 상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합원의 선거참여 문제도 민주노총이 출발할 당시 또는 그 후 배석범의 배신행위가 있은 후 조합원들에게 직접민주주의의 물꼬를 터줬다면 지금처럼 관심이 떨어져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까지 조합원이 직접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과정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한 채 ‘조합원은 민주노총 위원장 이름도 모른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조합원의 무관심을 직선제 실시의 반대논리로 끌어대는 것은 조합원과 노동자에 대한 기만행위일 뿐이다. 이런 무관심이 현실이라면 조합원으로 하여금 민주노총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지도부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이 그 해결책인 것이다.


대의원 직선제를 하는데 임원 직선제 못할 이유 없다.

이 외에도 선거권자 명부와 대의원 선거구 획정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 실무상의 어려움보다 더 시급한 것이 노동운동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종파주의, 노사협조주의의 척결과 연대와 투쟁의 기풍에 입각한 노동운동의 복원이다. 바로 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직선제를 하자는 것이다. 실무적인 것들이 정말로 문제가 되었다면 6월 초 민주노총 위원장 명의의 산별전환 총투표를 위한 총회소집공고나 작년 11월 초에 실시했던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다.

직선제 실시범위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조직혁신위원회의 안대로 민주노총 파견대의원에 대해서만 조합원 직접선거로 선출하고 임원에 대해서는 간선제를 유지하자는 주장 역시 현재의 종파주의 구도에 무게중심이 실린 주장일 뿐이다. 더구나 대의원과는 별도의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선거인단이 민주노총 임원을 선출하자는 안은 민주노총 조합원의 민주적 활동 가능성을 부정하는 발상 아니라면 기존의 과두제와 종파주의를 고수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선거구 획정 등의 문제가 걸려 있는 대의원을 선출할 수 있다면 임원을 선출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가맹 조직들로 구성된 연합체인 민주노총 지도부는 가맹조직에서 파견한 대의원이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 민주노총 재정의 주된 수입이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라는 사실과 민주노총 총파업지침에 의해 파업대오에 투쟁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런 빈약한 상상력은 반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인식대로라면 국민은 시장-도지사와 국회의원만 뽑을 수 있고 대통령은 국회의원이 뽑아야 된다는 주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참여와 통제 없이 비리와 노사협조주의로 뒤범벅된 민주노총을 조합원의 힘으로 바로세우는 민주노총 임원-대의원 직선제 운동을 전면적으로 전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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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 관료주의 , 대의원 , 노사협조주의 , 민주노조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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