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4호] 독재정권 연상시키는 '선거인단'이 과연 민주노총 조직'혁신'인가

체육관 선거 떠오르게 하는 반역사적 발상

지난 7월 13일, 민주노총은 중집회의에서 ‘민주노총 조직혁신 토론안’(이하 혁신안)을 결정했다. 조준호 집행부의 혁신안을 보면, 올초 민주노총 4기 보궐 임원 선거에서 쟁점이 되었던 위원장 및 임원 ‘직선제’와 관련해서, 8천여명의 선거인단제도라는 ‘간선제’가 제출되어있다. 반면 직선제 자체는 2009년 대의원대회 때 그 실시 여부를 묻는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하여, 실질적으로 부정되어있다.

소위 간간선제, 즉 간선 대의원들이 다시 간선으로 민주노총 임원을 선출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올초 민주노총 4기 보궐 선거에서 그 비민주성이 폭로되고 대중적으로 비판받아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인단제는, 대의원을 통한 간선제가 더 이상 불가능한 조건에서, 직선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민주노총 조준호 집행부가 고안한 방편인 셈이다.

그런데 조준호 집행부의 고육지책이란 것이, 마치 군사독재 시절 소위 체육관 선거를 연상시키는 ‘선거인단’이라는데에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사실 '직선제는 지금 안된다, 대신 선거인단이라는 중간 단계를 두자'는 주장은 87년 이전 독재정권의 논리와 다를바 없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어용노조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조인 민주노총을 가르는 경계는 다름아니라 바로 조합원 총회 ‘민주주의’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심지어 위원장 및 임원에 대한 조합원 직선제가 불가능하다고 조준호 집행부가 들었던 이유들은,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선거인단제의 경우나 아니면 이번 혁신안에서 강조하는 대의원 직선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선거인단 직선제나 대의원 직선제를 하기 위해서는, 위원장 및 임원 직선제와 똑같이 선거인명부를 작성해야하고 선거비용도 들 뿐만아니라, 오히려 민감한 선거구 획정 문제까지 있다. 그렇기때문에 위원장 및 임원 직선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자기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관련기사 : 2면 ‘민주노총 조직혁신 토론초안 비판’)


형식적 설명회는 집행부의 혁신 의지에 대해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게다가 조직혁신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조합원들의 참여 속에서 충분히 토론하기보다는 졸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중집회의 결정사항은 전조직적인 토론을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 총연맹 공지사항에는 순회 설명회의 대상이 단위노조 대표자 및 간부라 명시되어있고, 시간대 역시 대체로 조합원들이 참여하기 힘든 퇴근시간 전이다. 그나마 설명회에 대한 홍보조차 미흡하여 현장에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합원들은 혁신안을 접하기도 어렵다. 산별전환과 규율위원회 설치가 중심이었던 1차 조직 혁신 때와는 다르게 내부 문서로만 등록되어있어 비공개 상태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혁신안에 대한 졸속적인 토론은, 대의원대회에 안건을 상정시켜 통과시키기 위해 단지 절차를 밟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받기에 충분하다.(▶관련기사 : 4면 하단 ‘조합원 상식 못 쫒아가는 지도부’)


위원장 및 임원 직선제는 역사적 과제

직선제 요구는 민주노총 역사에서 대중적으로 분출되었던 과제이다. 98년 배석범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노사정위에서 정리해고제를 비롯한 3대 노동악법을 합의해주는 도장을 직권조인하듯이 찍어줬다. 그 결과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 합의는 부결되었고 지도부가 총사퇴를 했다. 동시에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직선제가 대중적인 요구로 등장하였고, 이후 노동운동의 역사적인 과제가 되었다. 2002년도에도 발전노동자들의 38일간의 영웅적인 발전소매각저지 파업투쟁 당시, 이홍우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매각 문제를 논의 대상에서 제외시켜 투쟁 자체를 부정하는 노정합의문을 작성하였다. 이때 역시 투본 대표자회의에서 잠정합의문을 폐기하였고 지도부가 총사퇴하였다. 그리고 다시한번 조합원 총회 민주주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시급한 과제로서 부각되었다. 이와 같이 민주노총 위원장 및 임원, 더 나아가 대의원까지 직선제를 도입하는 것은 벌써 민주노총 역사상 8년을 넘은 해묵은 과제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렵길래, 위원장 및 임원 직선제를 회피하는가

결국 민주노총은 8년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여 혁신의 정방향으로 나아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혁신의 과제를 회피하여 관료들의 과두제로 회귀하느냐의 갈림길에 다시한번 서있다. 그러나 조준호 집행부가 제출한 선거인단제는 민주노총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색이기는 커녕, 심지어는 반역사적인 발상의 산물에 불과하다. 오히려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 길이 남을 혁신 지도부가 될 수 있는 길은, 위원장 및 임원 직선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임기 내에 힘있게 추진하는 것 뿐,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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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 조준호 , 조직혁신 , 간간선제 , 선거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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