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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좌담] 볼리바리안 혁명과 21세기 사회주의

차베스가 던진 21세기 사회주의는 단지 시간 상 2006년 지금 현존하는 사회주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20세기 몰락한 현실사회주의가 아닌, 새로운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실천적인 답을 찾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편집부에서는 볼리바리안 혁명을 연재한 임승수 동지와 만나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와 현재진행형인 볼리바리안 혁명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고 이를 지면으로 옮긴다. 끝으로 5회에 걸쳐 볼리바리안 혁명 연재기사를 작성해준 임승수 동지에게 감사드린다. (편집부)


집권당 MVR 의 경우, 사실 급조된 당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당 강령에 사회주의에 대한 목표나 요구들이 있습니까?

http://www.mvr.org.ve 는 MVR 의 홈페이지입니다. 가보시면 무척 놀랄 것입니다. 사진만 달랑 나옵니다. 제가 왜 이런 얘기부터 시작하나면... 국내에서 베네수엘라의 정보를 얻는데만 많은 제약이 존재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베네수엘라에 관심이 있다던가 하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저에게 있어서 그저 세계미인대회에서 우승많이 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관심을 가지게 되었냐하면, 혁명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냄새가 났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한 냄새가 말이죠. 그래서, 연구좀 할려고 국내에서 출판된 책을 검색해 봤더니 하나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국에서 출간된 책들과 연합뉴스의 기사들, 진보적인 웹사이트의 글들을 통해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MVR 의 강령이나 테제 같은 것은 아직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필요성은 느꼈지만, 아직 짬을 못 냈죠. 아시겠지만, 제가 이러한 연구를 일상적이고 전면적으로 진행할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이제 베네수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니 많은 분들이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 내에 소위 좌파 블록(정치연합, 내각으로 임명 등)은 어느 정도인가요? 차베스 정권이 사회주의 진영을 적극적으로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왜냐하면 차베스 자체가 사상적으로 취약하고, 또 MVR도 급조된 정당이며, 군부에 의존하는 것도 점점 한계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1998년 대통령 선거에서 MVR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보정당들이 소위 애국기둥이라는 전선체를 구성해서 대선승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 각 지방선거에서 각 지역의 후보를 낼 때도 서로간의 조율을 합니다. 그러나, MVR에 비해 다른 정당들의 지지도가 워낙에 낮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우리가 잘 파악하기 힘듭니다.


차베스 개인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해결방법 중 하나라면 차베스가 급조된 MVR을 해체하고 다른 사회주의 정치세력들과 정치연합을 통해서 집단지도체제의 정당으로 나아간다든지요. 민주노동당 역시 최고위원단이라는 집단지도체체가 있고, 공직자를 당이 통제하는 당직공직겸임금지 제도가 있습니다.

차베스 개인에게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차베스가 없다고 혁명이 끝장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차베스가 대단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베네수엘라가 혁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속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차베스는 그들을 대표해서 정부기관에 파견된 것입니다. 대통령직으로 파견된 것이지요. 차베스 자신도 그러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면서 혁명을 지켜왔지요. 하나 재미있는 예를 들겠습니다. 베네수엘라에 관심있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49개 개혁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의회가 아니라 차베스 였습니다. 차베스는 의회가 부여했던 수권법을 1년 동안 묵혀뒀다가 49개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사용했습니다. 의회에만 맡겨두었다면 아마도 통과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나서부터 최근까지 베네수엘라는 실질적으로 계급투쟁의 상황이었습니다. 국가기구만 장악했다고 혁명이 완수되는 것이 아닌 것이죠. 바로 그때가 진정한 출발점인 것입니다.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휘체계가 필요합니다. 수권법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와 함께 대중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죠.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혁명이란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도와 대중의 결합이란 것 말이죠. 그리고, MVR 은 그동안 계속된 여러 번의 선거에서 지속적으로 승리하고 있습니다. 내부 상황은 자세히 알수 없지만, 간혹 정파싸움도 있는 것 같지만, 선거결과로 보았을 때는 계속 약진하고 있습니다.


차베스가 군인 출신이고, 군부가 아무리 결정적인 순간에 의지할 곳이라고 하더라도, 군대라는 억압적인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통해서 여타의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고 봅니다. 특히 몰락한 현실사회주의의 경우처럼 국가가 괴물로 변해서 사회를 억압했던 경험은 볼리바리안 혁명에서도 심각한 우려가 됩니다.

인민과 유리되서 폭력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집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차베스는 200만 예비군 양성을 얘기하고 있는 것인데요. 쿠바식으로 인민이 직접적으로 무장을 하고 혁명을 수호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극복이 되리라고 봅니다. 물론 이것도 매우 교과서적인 얘기지요. 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21세기 사회주의라면,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심화 확장이라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철저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볼리바리안 써클이 부르주아 국가를 대체하고 노동자 국가를 수립하는 토대가 되기에는 너무 미약하고, 결정적인 이행의 동력이 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향후 볼리바리안 써클을 비롯한 대중자치조직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진작시킬 방안들은 뭐가 있을런지요?

기본적으로 차베스는 다양한 미션들 및 여러 사업을 진행할 때 선결조건으로 민중의 조직화를 요구합니다. 조직된 민중이 그러한 사업들을 스스로 이끌어 가기를 요구하는 것이죠. 이것은 매우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한 사업방식을 통해 민중들은 의식화되고 조직화되며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단순히 떡고물만 먹기위해 행세식으로 사업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주의 건설이란 것은 매우 간고한 노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석유가 차베스의 가장 큰 무기일텐데, 석유 국유화만이 아니라 이제 본격적으로 대토지 몰수나 공장 점거로 나아갈 때가 되지 않았나요?

생산수단에 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토지와 공장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몇몇 대기업들은 국가에서 국유화시켰지만 아직 미진한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에, 베네수엘라 노동부가 주도해서 각 회사들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상영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사장들은 엄청나게 반발했죠. 아마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서 느려보이더라도 차근차근 진행될 것입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경우 협동조합이 매우 활성화되서 자본주의식 기업경제를 상당부분 대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차베스 정권이후 엄청나게 많은 기업들이 사라졌다고 하면서 경제 파탄나고 있다고 나팔 불던데, 사실은 그러한 역할을 협동조합들이 대체하고 있는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요.


제헌의회 전술은 헌법을 통째로 바꾸고 입법,사법,행정 권력을 재편하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부르주아 국가를 폐지하고 노동자 국가를 건설하면서 국가를 사멸 또는 변형하는 전략 속에 배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제헌의회 전술을 얘기하는 것은 그것이 선거국면을 혁명적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도구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제헌의회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변혁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제헌의회라는 것은 그 중에서 일부일 뿐입니다.


제헌의회 전술을 한국 진보진영에 적용할 경우, 전제 조건들은 무엇일까요? 대중투쟁이 격렬하게 전개되지 않는다면 쉽지 않다고 봅니다. 한편 남미의 경우, 헌법제정이 상대적으로 비일비재하지 않았는지요. 반면에 한국은 국민투표나 국민소환 자체도 별로 사례가 없지 않은가요?

우리는 현재 제 몇 공화국일까요? 노태우때가 제6공화국이죠? 오히려 베네수엘라는 제4공화국이 엄청나게 길게 유지되었습니다. 게다가 선거승리 후 제헌의회를 통한 방식은 베네수엘라가 세계최초로 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볼리비아가 뒤를 따랐지요. 차베스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대중들에게 제헌의회를 설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선거에 참여하지만 혁명적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제헌의회였죠. 지금 한미FTA 문제가 엄청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대중투쟁을 통해서만이 제헌의회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혁명이란 것은 우리가 시기를 조정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우리는 언제나 항상 깨어있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책에 “그날은 도적같이 들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저는 이 성경구절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차베스가 말하는 21세기 사회주의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꼭 21세기 사회주의가 아니더라도 사회주의를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것은 마치 사회주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매개 나라들의 처지와 조건에 따라 다양할 수 밖에 없는 점과 같을 것입니다. 차베스가 굳이 “21세기”의 사회주의라고 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그 시대의 요구에 맞는 사상과 노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러한 시대적 요구와 함께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가지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주체적 관점에서 선언적으로 표한한 것이 “21세기 사회주의”일 것입니다. 말하고보니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만 했군요. 원래 아는 것이 없을 때 하는 말이 원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얘기지 않습니까. 하하하. 베네수엘라 혁명의 진행상황을 들여다보면 21세기 사회주의가 의미하는 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미제국주의에 대항해서 중남미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시몬 볼리바르의 못다이룬 꿈을 차베스가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그래서 차베스는 국경을 넘어서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국제연대를 중요시 할뿐만 아니라, 중남미의 경제적 통합을 넘어 정치적 통합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통합을 주도하는 것은 자본가 계급이 아니라 좌파진영이 되겠지요. 다른 측면으로는, 차베스는 민중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새 헌법인 볼리바리안 헌법에는 “Protagonism”이라는 개념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말로 번역한다면 “민중이 주인됨”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소환투표 및 다양한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적 제도들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차베스가 집권당인 MVR의 우경화를 우려해서 민중의 자발적 대중정치조직인 볼리바리안 서클을 제안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차베스의 유명한 말, “가난을 끝장내는 유일한 방법은 빈민들에게 권력을 주는 것입니다.” 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차베스는 매주 일요일마다 “알로 프레시덴테” 라는 TV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합니다. 그것도 5-6시간씩 계속되는 프로그램을 말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차베스는 민중들과 직접 소통하고 사회주의의 우수성을 대중들에게 교양하고 설득합니다. 정치사업을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측면으로 미루어 볼때, 21세기 사회주의란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국가를 초월한 민중진영의 단결을 내세우면서, 혁명의 진행과정에서 민중의 직접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얘기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것 또한 교과서적인 얘기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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