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6호] 전국활동가조직, 어용과 함께 혁신을 얘기하지 못한다

우리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상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이 ‘어용’이라는 말일 것이다.
‘어용’이란 말은 ‘민주’와 반대되는 말로, 단순한 혁신의 대상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실천해 왔다. 그 결과가 전노협이고 민주노총인 것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부터 전노협, 민주노총에 이르기까지 민주노조 운동이 노동자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어용(御用)’, 즉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던 놈들을 몰아내고 전체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 왔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민주노총이 근래에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너도나도 민주노총 혁신을 이야기 하는 것이 요즘의 노동운동인 것 같다. 그런데 모두들 혁신하자면서 내놓은 진단은 비슷한데 반해 처방은 제각각인게 도무지 혁신을 하자는 것인지 권력만 잡겠다는 것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작년 10월, 강승규 비리사건이 터지고 많은 활동가들이 모여서 비상시국토론회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었다. 민주노총 1층 회의실이 꽉차고 넘칠 정도였으니.
그때의 기억으로는 민주노총 혁신이란 것을 비정규직 문제와 도덕성 회복에 초점을 맞춰서 얘길 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그것들이 핵심이란 데는 동의 했지만 그들의 혁신에의 진정성에는 의심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한 비정규직 활동가 동지가 제기 했듯이 현대자동차 민투위의 참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이었다. 류기혁 열사 1주기(9/4)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열사논쟁에 대한 한마디의 반성이 없는 그들은 혁신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있었고, 지금도 전국활동가조직에 참가하면서 혁신을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사측만큼 악랄하게 억눌렀던 것이 이상욱 집행부라는 것은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열사투쟁을 가로막기 위해서 저질렀던 그들의 반노동자적 행태는 울산지역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이상욱 집행부 시절 유독 본관 주변에 천막이 많이 쳐 졌었던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을 집행부가 모르쇠로 일관했었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정문 바깥에는 위장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대덕사 동지들이 있었고, 또한 한때 자신들과 같은 조합원이었던 노투위 동지들이 쇠사슬을 감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상욱 집행부는 그냥 쌩깠다. 뭐 그건 자신들의 조합원 문제가 아니니까라고 아주 너그럽게(?) 봐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작년 3월 23일 비정규직노조의 본관항의 방문시 함께 연대했던 현대차노조 윤성근전위원장을 경비대가 폭행했을 때도 민투위 이상욱 집행부는 팔짱만 끼고 있었고, 사측의 현장탄압에 맞서 싸운 각 공장의 대소위원들의 고소고발, 해고를 당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게 민투위였다.

많은 동지들이 기억할 것이다.
한국통신노조의 이동걸 집행부가 결정적으로 어용으로 낙인 찍혔던 계기가 바로 한통계약직노조의 투쟁을 방기한 것 뿐만 아니라 사측과 함께 탄압했기 때문이란 것을.
현대중공업의 탁학수 집행부 또한 박일수 열사투쟁을 앞장서서 가로막고 탄압했기 때문에 어용으로 낙인찍혔고 금속연맹에서 제명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작년 10월 비상시국토론회에서 다함께의 최일붕씨 말대로 “민투위가 비정규직 투쟁을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노총 혁신과는 다른 얘기"라면 이동걸과 탁학수가 어용 소리를 들을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민주노총 혁신해서 뭐 할 건데?”

9월 2일 논산에서 전국활동가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전국활동가조직(준)도 출범한다고 들었다. 그 자리에 민투위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써 보낸 초대장에는 “위기에 빠진 민주노조 운동을 혁신합시다. 계급적 노동운동을 복원, 강화합시다.”라고 씌여 있었다.
위에 열거한 만행을 저지른 민투위와 같은 혁신의 대상이 혁신을 말할 수 있는가는 둘째 치더라도, 혁신의 대상과 함께하는 혁신이 잘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누구랑 계급적 노동운동을 할 건지도 의문이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어용노조하고 손잡고 민주노조 건설하자는 꼴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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