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6호/민주노총 조직혁신]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 할당제를 즉각 실시하라!

민주노총은 지난 1월 11일 제1차 중앙위원회 의결에 따라 ‘대의원, 중앙위원 비정규노동자 할당제’를 조직혁신안의 일부로서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민주노총 내 소수자의 처지에 있으며, 의사결정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있는 비정규노동자와의 연대와 단결의 원칙을 확인하고,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비정규노동자 할당제 도입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또 다른 소수자랄 수 있는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를 배제한 소수자 할당제 도입은 소수자 할당제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소수자 할당제는 다수의 독점에 의한 소수의 소외를 극복하고 소수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모두’를 아우르며 포용하여 통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누구는 포함하면서 다른 누구는 배제하는 것은 소수자 할당제의 정신에 어긋난다. 노동자계급의 연대와 단결을 외치면서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참여 문제를 도외시한 소수자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은 기만적이며, 생색내기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비정규노동자 할당제를 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 할당제를 못할 이유는 없다. 9월 19일 대의원대회는 비정규노동자뿐만 아니라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를 아우르는 온전한 소수자 할당제를 결의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소수자 할당제에 대한 염원은 누구보다도 그 당사자들이 가장 클 것이다. 강원섭 언론노조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 지부장과 마숨 이주노조 사무국장를 만나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의 의견과 요구를 들어보았다.


“소수집단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가 가장 민주적인 구조이다”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산업을 보면 50인 미만의 영세기업 노동자의 비중이 70%고 50-299명이 일하는 중기업 노동자까지 더하면 그 비중이 88%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민주노총이 정부와 협상을 해서 정책이 만들어지면 그대로 관철이 되어버린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하는 것은 영세사업장노동자에게 큰 이해가 걸린 부분이었는데, 결국 부분 적용으로 정리되었다.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의 조직률이 낮다는 한계가 있지만, 민주노총이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들의 권리를 위해서 투쟁하는 조직이라면 소수자 할당제를 해야 한다. 먼저 조직된 노동자들이 중앙위원, 대의원으로 참가해서 미조직된 노동자들의 의견도 전달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한다.”

강원섭 지부장의 말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성장해오는 동안 전체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에는 소홀했다. 지금이라도 민주노총의 위상에 어울리는 의견수렴과정을 갖추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이 행사하는 대표성은 미조직된 노동자들로부터 결코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소수자 할당제는 이러한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현재의 대의원 배정방식이 초래하는 불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한다.

“총연맹에서 연맹이나 산별에 대의원을 배정해주면, 산별에서는 큰 사업장에서부터 배정해간다. 그러다보니 조그만 사업장 같은 경우는 실제 대의원 배정이 되지 않는다. 언론노조같은 경우는 대의원이 19명 배정되어 있는데 KBS나 MBC 등 대사업장부터 배정해가다보니까, 그동안 인쇄노조 같은 100인 미만, 200인 미만 사업장 같은 경우는 대의원이 배정이 되지 않았다. 대공장들이 산별전환을 하는데 여전히 기업별 지부를 고집하면서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못 벗어나면서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형태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기업별 지부 형태가 아닌 지역 지부형태로, 그리고 사업장별 조합원수에 비례하는 형태가 아닌 합리적 선에서 골고루 배정해주는 형태로 대의원 배정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별 형태가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배정이 된다면 대의원 소수자 할당제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지금은 계속 기업별 형태로 큰 사업장은 몇 명, 이런 식으로 배정을 해버리니까 작은 사업장은 발붙일 데도 없게 돼 버렸다.”

또한 소수자 할당제는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 조직화의 단초이기도 하다. 민주노조운동의 발전과 학대를 위해서도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의 조직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조직률이 90%에 육박한다.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조직되어 있을 곳은 거의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조직률은 10%도 채 안 된다. 이들 노동자를 조직화해야만 민주노조운동이 더 발전하고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조직화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라든가 지원이 거의 뒷받침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업종별 지역노조와 일반노조들이 조직화의 임무를 떠안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조직률도 떨어진다.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를 조직화하기 위한 고민이 부족한 것은 민주노총 의결구조자체가 대공장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수자 할당제가 되어야지 중앙위원회나 대의원대회에 가서 ‘현실이 이러하다,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를 조직화하고 이들의 의견을 받아 안아서 투쟁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대공장노동자들이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어려움과 함께 하려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이들의 조직화를 해결할 수 없다. 더 많은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이들을 조직화하고 함께 투쟁하지 않고는 대공장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투쟁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가 왜 소수자 할당제를 요구하는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노총은 더 발전하지 못한다. 지금의 80만명으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 가능한가? 자기 사업장의 투쟁만 가지고는 현재 국면을 돌파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대공장 노동자들이 이해할 때 노동자계급의 연대라든가 통일성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강원섭 지부장은 “소수집단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가 가장 민주적인 구조”라며 소수자 할당제 도입이 민주노총의 민주주의 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똑같은 노동자로 대접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이주노동자의 당면한 과제는 노동허가제 쟁취와 전면합법화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물론 당사자인 이주노동자가 투쟁에 가장 나서야겠지만, 이주노동자가 처해 있는 열악한 처지, 즉 끊임없이 강제출국의 위협에 시달리는 상황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 이들 과제를 쟁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의 투쟁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도 어엿한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그렇지만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논의에서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이랄 수 있는 40만 명의 이주노동자 문제가 말해지지 않았을 때는 똑같은 노동자로 대접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마숨 사무국장은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와의 연대와 단결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소수자 할당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땅의 이주노동자가 40만 명이나 되는데도 그들의 열악한 처지와 미약한 조직률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제 발로 굳건히 설 수 있을 때까지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와의 연대가 시혜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이주노동자가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이 직접 요구하는 방식으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소수자 할당제 도입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마숨 사무국장은 이주노동자와 민주노총 간의 연대와 단결의 적극적인 측면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이주노동자는 이제 50만 명에 이르렀고, 향후에는 백만 명을 돌파하고 십수 년 후에는 2-3백만 명 선까지 이르러 전체 노동자 중에서 상당수를 우리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더 이상 소수자의 문제로만 다룰 수 없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의 노동자가 연대하지 않는다면 서로간의 경쟁으로 임금덤핑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연대는 서로가 사는 길이다.”

마숨 사무국장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대의원이기도 한데, 민주노총에는 이주노동자 대의원이 없다.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 대의원, 중앙위원도 이들의 사회적 비중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다. 민주노총 내에서는 소수자이지만 민주노총 밖에서는 결코 소수자랄 수 없는 소수자 아닌 소수자인 비정규,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모아갈 수 있는 온전한 대의원, 중앙위원 소수자 할당제 도입없이 민주노총의 계급대표성을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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