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8호/반제반전(4)]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의 과제와 사회주의실현의 과제

(이 글은 앞으로 반제반전투쟁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제기해야 할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의 과제가 정확히 어떠한 실천적 의의를 갖는지를 해명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그 이전에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아직은 매우 생소할 뿐만 아니라 이 문제가 ‘노동해방’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도 부족하다. 이 글은 이 점을 해명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사회주의자들이 실천과정에서 항상 견지해야 하는 태도는 당면과제를 실현하려는 활동과 궁극적 과제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잘 분별하고 또 이를 변증법적으로 잘 결합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잘 분별하지 못하면 실천은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상태에 빠지고, 이를 올바로 결합하지 못하면 개량주의에 빠지거나 혹은 당면실천에서 무능해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가장 철저히 반영되어야 하는 실천영역이 한반도평화체제구축투쟁이다. 한반도 평화체제구축투쟁은 사회주의자들의 엄밀한 용어로 말하면 궁극적 과제를 실현하려는 투쟁은 아니며 당면과제를 실현하려는 투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성격이 이 투쟁의 중요성과 의의를 결코 축소시키지는 않는다. 정반대로 이 투쟁은 남과 북의 현실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투쟁이고 이 투쟁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의 주체역량의 강화를 가져오고 계급투쟁의 지형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투쟁이다(주1).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의 과제가 당면과제로서 갖는 의의를 깊이있게 이해하고 이 과제가 곧바로 사회주의실현을 위한 과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소홀히해서는 안된다. 만약 사회주의자들이 이를 올바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 사회주의자들은 ‘근본주의’에 빠져 현실에서 무능력한 정치세력으로 전락하게 된다.

다른 한편에서 사회주의자들은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과 함께 자신의 궁극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활동 역시 전개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자신의 궁극적 목표가 한반도전체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표현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즉, 사회주의자들은 남과 북사회 모두를 사회주의의 관점에서(주2) 비판하고 한반도 전체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의 과제가 중요한 과제이지만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과제는 이 과제로 해소되는 성격의 것도 아니며 또한 궁극적 목표를 위한 활동이 평화체제구축이후에나 비로소 단계적으로 실천되어야 하는 활동도 아니다. 만약 사회주의자들이 이러한 입장에 빠져들면 사회주의자들은 개량주의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을 위한 투쟁과 사회주의실현을 위한 투쟁을 올바로 결합하지 못해서 최근년에 발생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오류는 두가지이다. 이 중 하나는 당면과제인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을 실현하기 위해서, 한반도에서 위기를 계속 고조시키고 평화체제구축에 가장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미제국주의에게 투쟁의 예봉을 맞추지 못하고, 북한체제비판을 당면정세에 그대로 투사하여 오히려 북한체제비판에 강조점을 둠으로써 문제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당면과제, 궁극적 과제의 실현을 위한 활동 모두를 제대로 실천할 수없게 만든다. 왜냐하면 이 태도는, 현재 한반도정세에서 위기를 증폭시키는 주된 측면이 미제국주의의 북한붕괴정책에 있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를 반대하는 투쟁을 통해 미제국주의가 이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 관건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체제에 대한 사회주의적 비판은 당면정세의 핵심적인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 태도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현정세의 문제에 주관적으로 북한비판을 투사하고 있다. 그 결과 이 태도는 당면과제의 실천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이런 방식의 북한 비판은 진정성도 없고 설득력도 없어 비판자체의 의미를 퇴색시켜 정작 북한에 대한 철저한 사회주의적 비판을 불가능하게 하고 결국 궁극적 과제를 위한 실천역시 실패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른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오류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일절 배제하는 태도이다. 이는 과거에 서구의 공산당들이 소련의 문제점을 비판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옹호한 역사를 연상시키는 태도이다. 그러나 북한은 수령중심의 유일체제로서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고,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당면핵심과제가 아니더라도 북한체제를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하여야 한다.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은 그대로 예외없이 북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비판배제는 사실상 북한체제와 북한 지배세력에 대한 옹호가 되며 이는 노동자계급과 민중으로부터의 대중적 불신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 목표, 사회주의의 관점에 선 북한비판은 당면정세에서 미제국주의에 투쟁의 초점을 맞추는 것과 모순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이를 모순된 것으로 주장하고 당면과제의 실현을 위한 활동을 구실로 궁극적 과제실현을 위한 활동을 배제하는 비변증법적 관점에 있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 과제실현을 당면과제실현에 투사하여 당면과제실현을 왜곡하는 태도 못지않은 오류이다.

한반도위기의 급속한 고조로, 전쟁을 막고 여기서 한발 더나아가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긴급한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 과제를 자신의 당면과제로 설정하고 보다 의식적으로 이를 실천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주의자들은 궁극적 목표라는 관점에서 남북한 현실을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당면과제실천과 올바로 결합하여야 한다. 근본주의적 오류와 개량주의적 오류 모두는 사회주의자들이 선택할 길이 아니다.


주1: 필자는 [해방]13호에 실린 글에서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이 가져올 효과의 예로 여섯가지를 제시했는데, 참고할 수 있게 발췌하여 인용한다. “첫번째의 것은 이것이 50여년간 계속된 한반도에서의 냉전체제를 해체하여,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전쟁의 위협을 항구적으로 제거하고 긴장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두번째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평화통일의 기초를 확보하게 해줄 것이다. 한반도평화체제의 구축은 그 자체로서는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지만 평화적 통일을 위한 기초를 확보하게 해줄 것이다.”, “세번째로 분단을 구실로 자행된 정치적 억압을 제거하게 할 것이다.”, “ 네번째로 남한 민중이 주한 미군과 미국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게 하여 자주적 의식을 높이고 자주역량의 강화를 가져올 것이다.”, “ 다섯번째로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의 중요한 축을 이룰 군비축소를 당면과제로 만들고 군축을 통해, 상호군비경쟁을 위해 낭비된 막대한 자원을 노동자, 민중의 생활의 질 향상에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평화체제의 구축은 그동안 짓눌려 왔던 민중의 상상력과 자신감을 고양시켜 남북한 사회모두에서 새로운 대안에 대한 민중의 열망을 분출시킬 것이다.”
이 글에서 든 효과만을 보아도 한반도평화체제의 구축은 노동자, 민중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뿐만 아니라 글에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노동자계급의 자본에 대한 투쟁에 유리한 계급투쟁지형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주2: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사회주의자들은 대안적 사회주의를 모색해왔고 이를 압축하여 ‘민주적 사회주의’로 표현해왔다. 민주적 사회주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해방연대(준)의 발족선언문 중 4항, 우리의 새로운 사회주의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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