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2호/쟁점] 민주노총 임원, 대의원 직선제 쟁취활동 평가

빛바랜 약속 민주노총 직선제

2006년 2월 민주노총은 비리문제로 자진사퇴한 이수호 전 집행부의 잔여임기 1년을 책임질 임원을 선출했다. 임원선거기간 동안 선거운동에 나선 세 후보진영은 공히 대의원 직선제를 공약했고, 일부후보는 임원직선제를 집요하게 주장했다. 그것은 내부비리문제와 노사정 참여 등으로 드러난 대의원 민주주의의 위기를 공히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타개하는 것은 조합원에게 조직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떠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상당한 기간이 지나는 동안 임원, 대의원 직선을 위한 조직적 준비나 논의는 실종되었다. 일각에서 꾸준히 이를 제기하고 있었지만 민주노총 제 정파들은 이를 2007년에 다가올 임원선거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혹은 불리한지에 대한 검토는 있을지언정, 이를 진정성을 갖고 임한 곳은 거의 없었다. 개별적으로는 동의하고 찬성할 수 있었지만 조직적으로 이를 다룰 때는 소심하거나 적극성이 떨어졌다. 특히 당시 조준호 집행부와 의견을 같이했던 세력들은 완강히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직선제 추진위의 발족

이런 상황에서 2006년 9월 16일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임원-대의원 직선제 추진위원회'(이하 직선제 추진위)가 발족되었다. 애초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참여규모는 주체측을 실망시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추진위원회는 의욕을 가지고 조직출범 즈음 민주노총 조합원 1만명 서명을 시작했고, 조직력에 비해 매우 빠른 기간 안에 서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추진위원회가 1만명 서명을 급하게 서두른 것은 이미 조직혁신안을 다루기로 예정되어 있던 8월 25일 대의원대회가 무산되는 현실을 목도하고 민주노총의 위기적 징후에 긴장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9월 19일 개최되는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직선제 추진위의 노력은 준비모임 이전인 7월부터 가시화되었었다. 특히 7월에 발표된 민주노총 조직혁신 토론안을 전조직적으로 토론하기로 하면서, 집행부의 시안이 갖는 모순때문에 더욱 열기를 갖게 되었다. 추진모임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8월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있었다. 8월부터 9월에 이르는 과정은 직선제 추진위로서는 숨가쁘게 달려온 기간이었고, 한편으론 지속적인 쟁취의 과정이었다. 미약한 조직력으로도 직선제논의를 선거인단에서 직선제로 밀어붙이는 과정은 민주노총 주요세력들이 의식하지 못했지만 직선제에 대한 대중적이고, 정세적인 압박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선제 추진에 탄력을 준 민주노총 조직혁신안

민주노총 집행부가 7월 13일 발표한 조직혁신안 토론초안은 조합원 직선제를 대신할 선거인단 제도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 선거인단 제도가 갖고 있는 모순이 폭로되면서, 직선제 추진은 오히려 탄력을 받았다. 토론초안에서 밝히는 선거제도 혁신방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대의원 수를 절반으로 축소하여 선출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원선출에 관한 사항으로 조합원 100명당 1명씩 총 8000명 규모의 선거인단제를 도입하여 2007년 임원선출을 한 뒤, 2009년에 가서야 직선제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조직혁신안은 비록 급조된 지역순회토론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판에 접하게 되었다. 집행부는 기상천외한 논리를 동원하여 직선제를 반대하는데 기를 썼다. 그들은 당장 직선제를 실시할 수 없는 이유로 ‘정파적 대결의 전국화와 정파적 대결의 확대가능성’, 그리고 ‘정권과 자본의 지배개입 가능성’을 들었다. 그러면서 직선제 실시를 위한 전제조건 4가지(조합원 명단확보, 의무금과 선거인명부 통일성확보, 직선제 관리체제 구축, 총연맹의 지도력과 현장조직력 강화)를 갖추기 전까지 과거 박정희 정권의 통일주체국민회의를 연상시키는 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다. 조준호 집행부가 제안한 선거인단제도는 역으로 스스로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었다. 혁신안을 일단 내놓은 터라 현행간선제로 후퇴가 불가능했고, 한번 내놓은 안의 약점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운동의 대세가 직선제를 더욱 현실화하다

전국순회설명회가 끝나고, 9월19일 대의원대회가 가까이오자 조준호 집행부는 임원직선제를 받아들이고, 대의원직선제는 현행을 유지하는 새로운 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막상 대회 당일날, 조직혁신안을 처리하려는 그 순간 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유회가 되었다. 유회가 감지되자 지도부는 만장일치 통과라는 편법을 동원해 안을 수정없이 통과시킬 것을 종용하기도 했지만, 그나마 간선제 대의원들이 편법을 동원해 통과시킬 조직혁신안은 역사적으로 만신창이가 될 뿐이었다. 결국 유회된 대회는 조준호 집행부에서 혁신안을 다루는 것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대의원대회 소집요구가 직선제 추진위에서 있었으나, 9월 임시대대가 끝나고 너도 나도 선거에 몰두하기 시작한 분위기에서 사태는 녹녹하지 않았던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모두가 조직의 일대혁신을 말하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 있는 혁신과제에 대해서는 눈을 가리고 있었다. 게다가 일부 군소 조직들은 직선제 추진에 대해서 무용론까지 들먹이며 수수방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사태는 직선제 추진위의 활동이 민주노총의 조직혁신안에 꾸준히 압박을 주고 있었고, 대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비록 임시대의원대회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2007년 임원선거를 앞두고, 직선제를 임원선거와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에 모든 후보진영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각 후보진영이 유세과정에서 현장간부들의 직선제에 대한 회의를 진지하게 설득하는 장면이 목도될 만큼 조직혁신에 대한 진정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여기서 현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고리는 조합원을 주체로 조직하고 철저하게 조합원의 힘에 근거하여 민주노총 임원-대의원 직선제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관료주의와 도덕적 타락, 노사협조주의와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조합원의 힘을 조직하고 그에 근거한 혁신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단위 노동조합에서는 관료주의 방식이 극복될 수 있도록 하는 조합원들의 활발한 토론과 참여가 보장되는 총회 중심의 노동조합 운영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총연맹 차원에서는 관료제 극복과 조합원의 참여를 핵심으로 세울 수 있는 민주노총 임원-대의원의 직선제가 우선적인 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직선제만 한다고 해서 민주노조운동의 모든 혁신과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원 직접참여에 의한 직선제조차 하지 못하면서 혁신을 한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조합원 대중들의 상식과 활력을 믿고 임원-대의원 직선제에 주저 없이 나설 때만이 민주노총 혁신을 쟁취할 수 있다.”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5호)

관료적 횡포에 또다시 좌절된 직선제

1월 26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는 처음부터 안건순위를 놓고 격돌했다. 결국 임원선출이후로 조직혁신 안건이 밀렸고, 임원선거시 900명이 넘게 모였던 대의원들은 선거가 끝나자 썰물처럼 대회장을 빠져 나갔다. 여러 경로를 통해 직선제를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던 각 후보진영의 호언장담, 그 중에서도 당선된 이석행 후보진영의 거듭된 다짐에도 직선제는 또다시 다음 대의원대회로 연기되었다. 결국 오는 4월 19일에 실시될 대의원대회에서 조직혁신안이 처리될 예정이다.


2006년부터 2007년 초까지 진행된 민주노총 임원, 대의원직선제 쟁취투쟁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었다.
첫째 운동적 대의와 정당성을 갖추고 대중적 흐름이 보장된 운동은 반드시 그 성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부의 회의와 냉소에도 불구하고 직선제 흐름이 계속 강화되었던 것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둘째 그러나 직선제 추진위라는 추진주체가 갖는 조직력의 한계는 결정적인 순간에 관료적 횡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조직적 성과를 내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이는 사전에 정파적 합의를 이끌어냈어야 했다는 일부의 논평에 동의하는 평가가 아니라 역으로 민주노총 혁신을 도모하는 세력들의 참여가 미진했던 것에 대한 비판적 평가로 해석되어야 한다.
셋째 이제 민주노총 혁신의 과제는 직선제를 포함한 보다 총체적인 과제를 제출하고 운동적 흐름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직선제추진위가 직선제가 관철되었다고 포만감을 느끼기에는 민주노총이 갖고 있는 혁신의 과제가 너무도 많고, 다급하다. 산별노조시대에 걸맞은 조직체계와 전국적 차원의 노사협조주의를 차단하고 노동해방의 웅혼한 전망을 갖는 이론과 실천방식을 갖추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는 4월 19일 임시대의원대회가 직선제 혁신의 화룡점정을 찍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직선제 추진위의 분발과 각 세력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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