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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국제] 중국의 검은 화요일에서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까지 세계자본주의에 공황은 임박했는가?

2월 27일 중국에 몰아닥친 주가 폭락

2007년 2월 27일, 중국은 ‘검은 화요일’이라고 부를 만큼 심각한 주가폭락을 경험하였다. 이 주가폭락은 1996년 중국 당국이 1일 최대 하락폭을 10%로 규제하기로 한 이후 최대의 낙폭이었다. 27일 하루에만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8.84% 하락하였으며, 선전 성분지수도 9.29%가 하락하였다. 중국의 주가폭락은 급속하게 전세계로 퍼져나갔으며, 결국 중국의 ‘검은 화요일’은 전세계적인 ‘검은 수요일’을 촉발시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현재시점에서는 ‘검은 화요일’은 심각한 경제위기로 전개되지 않으면서 주류 애널리스트들의 말대로 증시 조정과정으로 치부해도 될 만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2월 27일 중국의 주가폭락이 일시적인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세계자본주의의 연관구조

오히려 정상적인 상식을 가졌다면 세계경제는 근본적인 위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위기국면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세계경제를 떠받들고 있었던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축에서 심각한 적신호를 보내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발 주가폭락은 시작이었을 뿐이며, 이제 더 큰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말이다.
왜 그러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경제가 취하고 있는 연관구조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이러한 미국-중국의 긴밀한 경제적 연관구조는 다음과 같다.
우선 미국은 자국내 투자나 생산확대를 통해 경제를 지탱해온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의 소비확대에 의존해왔다. 이것은 소위 쌍둥이 적자의 한 축인 경상수지 적자의 형태로 드러났다(GDP에서 개인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4년 67%에서 2004년 70%로 상승하였다. 이 증가폭은 대략 3천억달러 정도로 같은 기간 미국의 경상적자 증가폭과 비슷한 규모이다).
민간부문의 소비라는 것이 대부분 노동자계급의 소비인데, 미국의 노동자계급은 자국의 생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 공산품의 소비에 의존하여 왔고, 실질임금은 정체되거나 하락되었기 때문에 결국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등의 가계부채를 통해서 생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1990년 83.8%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공황직전인 2000년 96.8%까지 상승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막대한 소비를 지탱한 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이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 엄청난 수출을 통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였고, 한국, 일본 등도 덩달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미국에 상품을 팔아 생긴 흑자를 미국에 빌려주었으며, 이 돈은 가계에 대출되어 아시아지역의 생산물을 사는데 이용되었다.

2001년 미국공황 이후의 자본주의

이러한 세계자본주의의 연관구조는 2001년 미국이 경제공황을 맞으면서 더욱 심화된 형태로 나아갔다. 2001년 3월 셋째 주부터 시작된 경제공황은 한 해만에 나스닥 지수가 60% 하락하였다. 이 당시 신경제라는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90년대 미국의 경제를 이끌었던 IT산업은 과잉투자와 과잉생산이라는 전형적인 공황의 형태를 띠면서 붕괴해갔다.
연방준비은행은 경제공황을 막기 위해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6%대였던 금리를 1%대로 인하되었다. 이러한 금리인하의 결과는 즉각적으로 미국의 가계소비를 급격하게 팽창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금리를 역사상 최저치로 인하한 연준의 결정 때문에 너도 나도 할 것이 없이 빚잔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2001년 공황 이후, 주식붐은 부동산붐으로 전이되었고 공황극복의 주된 요인이 되었다. 낮아진 금리와 주택가격의 상승은 누구나 손쉽게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1998년과 2001년 사이에 주택담보부채는 3.8% 상승하였지만, 2001년과 2004년 사이에는 27.3%나 상승하였다.
이로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05년 127.2%로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그리고 가계부채는 상당부분이 일반 가계에서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자가주택을 담보로 하여 얻어진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연관의 결과로, 미국인들은 외국에서 빌린 빚으로 “교외 대저택을 갖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주말 쇼핑을 하고 지하실에 물건을 가득 채우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 '지하실'을 또 짓거나 '창고 세일(garage sale)'을 하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세계 자본주의는 공황으로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다가고 이미 경제공황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이것이 2007년에 시작될 것이라는 것도 주류, 비주류를 떠나 이론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것이 연착륙, 즉 미국경제의 거품을 걷어내는 조정국면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만 있을 뿐이다.
미국경제의 연착륙, 나아가 세계적 공황의 연착륙이 간절한 마음에 불과한 것은 현재의 세계자본주의는 이미 공황이 발생했어도 진작 발생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이미 일어났어야 할 공황을 다양한 경제관리기법과 상호협력을 통해 계속 지연시켜왔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은 채 이후 발생할 공황의 잠재적 규모만을 더욱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우선 2001년 미국공황을 저지한 금리인하는 가계소비의 확대와 부동산 붐을 통해 공황의 파급력을 보다 광범위하게 확대시켜놓았다. 이로서 이제 미국이 공황을 맞게 된다면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보다 광범위하고 처참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과 중국 및 아시아 국가들간의 긴밀한 경제관계로 인해 어느 한 곳에서의 경제공황은 금방 지구적 공황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은 한국은행장이 국회에서 외환다원화에 대한 발언을 하자 미국증시가 폭락하였던 2005년 2월, 한국은행 쇼크였다. 이 일은 일회적인 일로 끝났지만, 향후 경제공황의 지구적 파급력이 어떠할지 인식할 수 있게 하였다.
위의 조건들 속에서 2007년 경제공황을 예측하게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미국경제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금리가 다시 인상하고 있으며, 부동산가격 상승도 주춤해지고 있다. 부동산가격 상승이 주춤한 상태에서 부채차입을 2006년 2/4분기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자산가치비율(자산-부채)은 6분기내에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1년 이후 미국 전체일자리의 40%가 부동산과 관련된 일자리이기 때문에 부동산 거품의 위기는 그 심각성을 더한다. 한편 막대한 부채를 앉고 있는 미국의 베이비붐세대가 은퇴하는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이들이 대거 가계부채를 갚지 못하는 사태도 예측가능하다.
즉 부동산 거품의 붕괴, 미국 노동자, 서민층의 몰락, 미국 가계소비의 축소, 중국 및 아시아지역의 경제위기로 연결되는 경제공황의 도화선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개는 전세계적인 과잉투자, 달러의 위기, 미국 쌍둥이적자 등 경제적 불안요소와 맞물려 심각한 경제공황으로 전개될 것이며, 전세계 노동자민중의 삶을 심각하게 파탄낼 것이다.

정말로 절실해진 진실,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이러한 결말은 노동자계급에게는 쓰디쓴 고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세계자본주의가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과도한 성장으로 인해 더 이상의 진보적 측면도 가지지 못하는 자본주의라는 점이다. 각종의 정치, 경제적 수법을 통해 공황을 저지하려고 하는 모습은 마치 링거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킬 뿐이다.
결국 현재의 세계자본주의의 상황은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대로 “사회주의냐 야만이냐”이라는 자본주의의 운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가올 경제공황을 야만상태가 아닌 사회주의로 가는 기회로서 만들어가는 것만이 노동자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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