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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정세] 우려스러운 진보진영 단일후보 마련 논란

- 개혁 부르주아지와의 연립정부 수립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

대선후보선출방식에 대한 논쟁은 지난 3월 11일 당대회에서 개방형국민경선제 당헌 개정안이 부결되자, 이제 진보대연합이니 진보진영 단일후보니 하는 선거연합 논쟁으로 변화되었다. 그러더니 결국 엊그제 3월 31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는 2007년 사업계획에 “진보진영 단일후보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문구가 삽입이 되었다.


1. 진보진영 단일후보 마련, 과연 진보진영 누구와???

그런데 과연 진보진영 누구와 단일후보를 마련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

2002년 대선 때처럼 민주노동당 후보가 민중운동진영 내 대중조직(민주노총, 전농 등)의 조직적 지지를 받는 것과 같은, 민주노동당 중심의 진보진영 단일후보라면 굳이 2단계 민중경선제 자체가 필요치 않기도 하거니와, 굳이 논란이 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방식으로 2단계 민중경선제가 언급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누가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와 이 땅의 민중운동진영 내에서 민중경선제를 치러내겠다고 후보를 내겠는가?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이며 그동안 공직 선거 시기 때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라는 정치방침을 세웠었다. 전농과 빈민조직들도 민주노동당에 집행부가 집단 입당하면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공식 지지를 천명했었다.

따라서 2단계 민중경선제에 사회당이나 노동자의힘은 참여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아니 오히려 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 과정이 곧 민주노동당 후보를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천명하는 요식 행위에 불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2단계 민중경선제 제안은 그 과정에서 들러리를 서라는, 어찌보면 사회당과 노동자의힘에게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제안인 셈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30일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주관 진보진영 단일후보 관련 토론회에서 사회당과 노동자의힘은 진보진영단일후보에 대해서 확실하게 부정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진보진영단일후보론에서 말하는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인가?


2. 언제부터 미래구상이 진보진영이었나?

여기서 바로 미래구상이 등장한다. 그러나 미래구상이란 무엇인가?

열우당 재집권이 불가능해지자, 열우당 구하기에 나선 시민운동가 집단이 바로 미래구상이다. 선거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자본가 계급의 한 분파를 개혁세력으로 위장시켜서 노동자 민중을 현혹시켰던 역사가 또다시 반복된다. 비열우당이라면서 열우당과 선긋기를 하지만, 대중들 눈에 비춰지기는 누가 보아도 열우당 아류 집단이요, 노동자 계급의 입장에서는 개혁 부르주아지의 재집권을 위한 하수인들이다. 미래구상은 스스로 반수구-반양극화 연대를 주장한다. 미래구상이 직접 밝힌 대선 로드맵에서는 반신자유주의는 “국가성장동력 창출방안에 대한 현실적 대안에 무관심하다”면서 반양극화로 정리되어있다. 게다가 미래구상은 민주노동당이 대안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내에서 언제부터인지 미래구상이 진보진영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2002년에 민주노동당은 민주당 구하기에 나선 유시민과 그의 개혁국민당을 절대로 진보라고 부르지 않았었다. 당시에 진보진영이라면 앞서 나왔던 사회당(특히 사회당은 대선 후보를 낼 것이기 때문에)과 노동자의힘, 전국연합(이제는 거의 조직적으로 입당했다) 그리고 민중운동진영(굳이 소속을 따진다면 시민연대 소속이 아니라 민중연대 소속 단체들)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미래구상이 노무현의 아류에 불과하다고 발족 당시부터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역시 민주노동당 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고 계급적, 분파적 이해에 충실하다.

그래서 진보진영단일후보론의 실체적 진실은 이제 밝혀진다. 즉 미래구상을 갑작스럽게 진보라고 호명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진보진영단일후보론의 현실적 대상은 바로 미래구상인 것이었다. 이는 실제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30일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주관 토론회에서도 진보진영 단일후보에 목을 매는 정치세력은 민주노동당과 미래구상이었다.

미래구상은 구체적으로 범진보개혁세력 단일국민후보를 국민참여경선제 방식으로 선출하여, 궁극적으로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고 진보개혁세력이 집권하며, 이를 위해 연립정부를 수립하자는 제안까지 하고있다.

그러나 범진보개혁 단일국민후보 선출이란 것은 개혁 부르주아지가 그 재집권을 위해 민주노동당을 수혈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2단계 민중경선제에 대해서 미래구상은 3단계로 국민경선제를 역제안하였다. 당연한 결과이다. 민주노동당의 2단계 민중경선제가 미래구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미래구상은 3단계 국민경선제를 제안해서 진보진영을 개혁 부르주아지로 흡수할 수 있는 방안까지 아주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는 것이다. 뛰는 민주노동당 위에, 나는 미래구상이 있는 형국이다.


3. 민주노동당, 개혁 부르주아지와의 연립정부 수립이라는 미련을 버려라!

이에 대해 진보진영단일후보론은 미래구상과 선거연합을 통해서 이른바 민주노동당 오른쪽에서부터 열우당 왼쪽에 있는 대중들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민주노동당을 노동자 정당, 진보정당에서 유시민의 개혁국민정당 류로 추락시키자는 주장과 다를바 없다. 왜냐하면 진보-중도-보수 의 3강 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개혁 - 보수의 2강 구도에 민주노동당이 빨려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 부르주아지들에게 노동자 정당이 수혈되어 자기 정체성마저 상실하게 되고 말 것이다. 실제로 미래구상이 주최하는 범진보개혁세력 단일국민후보 및 연립정부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는 분명하게 열린우리당 류(잔당파, 통합신당, 민생정치모임 모두)와 민주당이 모두 참석 대상이었고, 여기에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 후보들도 참석 대상이었다. 사실 미래구상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아직도 개혁 부르주아지와의 연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미 민주노동당도 집권전략위원회 주최 토론회에 미래구상이 주요 토론 대상으로 참석했었다.

결국 진보진영이 단결하고 그 조직적 구심으로 진보진영 단일후보를 마련하며 그 방식으로 2단계 민중경선제를 하자는 주장은, 좌측의 진보진영은 불참한 채 우측의 개혁 부르주아지에 수혈될 수 밖에 없어서, 노동자 민중의 2007년 대선 승리가 아니라, 개혁 부르주아지의 2007년 대선 승리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4. 민주노동당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대선 강령 토론부터 시작하자!

대선후보선출방식에서부터 시작해서 진보진영단일후보 마련까지 거듭되는 논란 속에서 여전히 민주노동당 전반은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작 노동자 정당으로서 이번 대선 투쟁에서 필요한 정치적 슬로건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거나 뜨거운 논쟁이 이뤄진 적이 없다. 오로지 조직형식적이고 선거공학적인 선거연합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대선 승리 방안으로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연합은, 정작 위기의 본질을 직시한 해결 방안이 아니라, 개혁 부르주아지와의 연립정부 수립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 후보조차 못 세울 만큼 처참하게 무너진 개혁 부르주아지에게 노동자 정당으로서 백기투항할 것까지 열어두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위기가 온 이유는 개혁 부르주아지가 몰락하는데 개혁에 동조하는 진보가 되었기 때문인데, 열우당이 소멸한 이후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우향우하는 것은 노동자 정당으로서 정체성마저 상실한 채 똑같은 몰락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오히려 자본주의라는 체제 그 자체 때문에 노동자 민중의 삶이 고통에 빠져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노동자 민중을 대표하는 노동계급의 정치세력으로서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대선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이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개혁 부르주아지와 선거연합 운운 이전에, 먼저 대선 강령을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토론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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