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5호] 6월투쟁을 망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헛발질

6월투쟁의 한복판에 민주노총이 있었다. 그리고 빈곤과 고용불안에 맞서 민주노동당이 한 전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6월은 비정규직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6년동안 끌어온 특고 노동자 노동권문제가 있었고, 연금법개악에 최저임금이 결정나는 달이었고, 한미FTA 반대 총파업으로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었다. 6월의 쟁점 모두가 우리사회에서 빈곤과 고용의 문제와 밀접한 문제였다. 그래서 6월은 빈곤과의 전쟁, 인간다운 고용조건을 위한 항쟁의 달이었다.

투쟁의 당사자들은 민주노총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바램과 달리 민주노총은 아직 현장대장정에 매달리고 있었고, 6월투쟁에 대한 민주노총의 기획은 투쟁일정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몸을 굼뜨게 만드는 또 하나의 교란요인은 작년에 그토록 물을 먹였던 노사정대표자회의였다. 민주노총의 간부들은 아직도 노사정위원회를 들락거리고 있었다. 이런 민주노총의 안이한 태도는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대처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될 때 수정안을 제출하고,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취한다는 국회입법활동의 상식을 쫒아간 단병호의원이나 여기에 손을 들어준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자본주의 법체제를 뒤집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이라는 노동자들의 역사적 소명의식을 버린 것이다. 노동자가 타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후퇴지 전진이 아니다. 노동자가 자본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어떠한 개선도 제자리걸음이거나 미래의 후퇴를 예고하는 것에 다름없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니, 노사정합의를 추구하는 민주노총의 태도는 지금의 노동조합운동이 겪고 있는 부진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 지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계급의식의 실종, 전망의 실종이 당면투쟁에 대한 분명치 않은 태도, 끊임없는 타협의 모색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악법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믿는 당사자와 민주노총의 이런 차이는 끝내 물리적 충돌까지 야기시켰다. 민주노총 상집회의에서 비정규직 담당 부위원장을 정책실장이 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사회적 합의주의를 내세우는 세력의 초조감이나 자기기만이 어느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알려주는 예이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입장을 따라가는 것은 의정활동에서 보여준 무원칙적인 태도에 비추어 당연한 것이다. 의원들이 나서서 비정규직 법안의 재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확신도 없이 노동자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다. 재개정할 의사도 없는 정부, 이를 강제할 의원수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립서비스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고 의회주의 환상만을 심어주는 행위다.

특고 노동자들은 6월에 완전히 물을 먹었다. 노동3권을 자신이 정한 소위 간주노동자 기준에 맞추어 이리저리 끼워맞춘 정부안은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계획이란 당사자들의 투쟁에 일정을 맞추는 것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대중의 분노를 조직하는 것도 정부의 기만을 폭로하기 위한 어떤 방책도 가지고 있질 않았다.
이런 무대책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을 앞두고 벌어진 공방에서도 그대로 들어났다. 경총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며 가증스럽게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런 경총을 타격한 것도 민주노총이 아니라 서울본부가 주도한 투쟁이 전부였다. 청소용역노동자를 비롯한 파견직 노동자들의 강도 높은 투쟁을 조직하고 선도했어야 할 민주노총의 역할은 실종되었다. 역시 민주노총의 계획은 당사자들의 투쟁에 결합하는 것이 전부였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열리는 학동에서 투쟁의 열기와 역동성을 끌어낸 것은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이었다. 민주노총은 그 자리에서 객에 불과했다.
6월들어 민주노총이 보여준 최악의 모습은 한미FTA 반대 총파업에 대해 정부의 공세가 있자 민주노총이 총파업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모습이었다. 누구는 파업 때문에 임금 깍이고 경찰 소환장 받는 마당에 총연맹의 모습이 “저는 책임없거든요” 식이라면 총연맹의 지도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계급의식의 실종은 이제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대중의 빈곤과 고단함이 최악으로 치닫는 지금 제대로 된 계급의식을 가진 주도세력의 등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강화를 이룰 사회주의 정당의 출현이 그래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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