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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전지구적인 생태위기 속에서 물 문제를 풀어갈 사회주의자의 해법

생태 문제는 사회주의자들의 과제이다

지난 4월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는 충격적인 지구 환경 보고서를 내놓았다. 온실 가스 방출에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2050년까지 지구상 동식물의 20~30%가 멸종하고, 2080년에는 90%의 생물이 멸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아시아에서만 12억명 이상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3도 이상 상승하면 매년 최대 700만명이 홍수 및 사상 최대 규모의 태풍에 시달리게 된다. 대다수의 민중은 미처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별안간 금세기에 인류의 존망 문제와 직면하게 되었다.
원인과 해결책은 명쾌하다. 보고서의 전제는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이다. 해결할 수 있는 시한은 대략 8년으로 추정된다. 즉, 8년 내에 획기적인 감축을 해도 원래대로 돌아갈 지는 미지수이며 8년을 넘기면 다시 복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현 사태의 주범인 자본주의는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보고서 발표 직후 \"경제성장에 지장을 주는 방식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곧바로 제출했다. 이들 자본가 정권에게는 다가온 인류의 재앙보다도 자국 기업의 이윤 감소가 더 두려운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자본가들의 발빠른 행보이다.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IPCC에 반박하는 글을 쓰는 학자들에게 1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선포했고, 추종 학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또한 세계의 석유,석탄,철강,자동차 자본은 굳세게 단결하여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세계기후연맹(GCC)과 환경정보위원회(ICE) 등의 강력한 로비단체를 만들었다. 한국의 전경련은 이들에 비해서는 뒤늦은 편에 속한다. 8월 2일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원은 여의도 간담회를 개최해 ‘지구 온난화는 인간 활동과 관계없는 자연현상’이라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적 상식마저 부정하는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리고 만다.
자본가들이 행동할 때마다 도리어 생태 문제는 자본주의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만이 더욱 분명해질 뿐이다. 애초부터 자본가계급은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어난 환경 파괴를 언급할 자격조차 없었으며, 해결책 또한 갖고 있지 않다. 가령, 단순히 생각해도 온실 가스 통제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오직 기업의 사회적 통제, 즉 계획경제인 것이다. 이제 사회주의자들은 향후 8년 내에 자본의 손에서 지구를 구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게 되었다.

물 사유화는 결코 대안이 아니다

현재의 생태 위기는 크게 공기와 물의 위기 두 가지로 압축되며, 어느 문제 하나 자본주의적 방식으로는 적절한 대안이 창출되지 않는다. 가령, 물 부족 문제에 관해서 10여개의 생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코카콜라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이윤 창출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들은 이미 자신의 사업보고서에서 “전세계 56억 명의 인구가 갈증에 시달릴 날이 올 때, 이 56억 명이 코카콜라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을 표명했다.
코카콜라 외에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초국적 자본들은 세계 물 시장 석권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들에 의한 물 사유화 압박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노무현 정권은 지난 2006년 2월 ‘물 산업 육성방안’을 내놓았다. 그 내용이란 지금 와서 새로울 것도 없는 사유화 과정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에게 물 문제 해결에 대한 어떠한 전망도 없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의 사유화는 노동자, 민중이 물로 인해 받는 고통을 배가시킨다. 이미 선행한 국가들의 사례가 증명한다. 볼리비아와 우루과이에서는 수도요금이 10배나 폭등했고, 필리핀에서는 대다수 가정의 상수도 공급이 일일 4시간으로 제한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전체 7,600명의 상수도 노동자 중 절반에 가까운 4,000명이 정리해고 되었다. 한국의 물 사유화라고 해서 홀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미 민영화된 서울 하수도사업장의 신규채용이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한국의 물 사유화가 비정규직 양산의 흐름과도 동일한 궤도를 탈 것임을 예증해준다.

물부족국가라는 악선동과 대안으로서의 빗물

정권과 언론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이 UN이 정한 물부족국가’라고 선동해왔다. 이것은 물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근거에 한 축이다. 하지만 정작 UN은 이러한 개념을 사용한 바가 없다. 건교부가 인용한 UN 자료의 정체는 UNEP가 인구와 수자원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미국의 한 사설연구소 보고서다. 이 자료는 인구 증가를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와 같은 인구감소 추세에서 이 보고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아무것도 안 해도 2049년에 한국은 저절로 물풍요국이 된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전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약 10억 명이 깨끗한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국도 국민의 11%인 520만 명은 아직 상수도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물 부족 현상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정권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것이다. 먼저 사용가능한 물의 총량을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상수도의 근원을 역으로 추적하면 ‘수돗물-수도관-정수장-취수장-강물(댐)-계곡수-빗물’의 순서이다. 즉, 물 부족 문제는 국토의 연 평균 강수량에 크게 좌우된다.
한국의 연 평균 강수량은 1350mm로, 세계 평균인 940mm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이를 톤으로 환산하면 전 국토에 내리는 빗물이 연간 총 1276억 톤이며 이중 545억 톤은 증발된다. 문제는 지면 위로 흐르는 물 731억 톤인데, 정권이 소위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물은 330억톤에 불과하다. 나머지 400억톤은 아스팔트 포장과 콘크리트 하수 설비에 의해 매년 바다로 유실되는 것이다. 즉, 빗물 침투가 불가능한 도시 설계 때문에 지하수는 고갈되고, 수많은 자연 하천이 말라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청계천 복원이라고 겉모습만 하천인 거대 어항을 만드는 것은 기만일 뿐이다.
물 부족 문제 해결의 관건은 유실되는 빗물 400억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달려있다. 이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각 건물에 빗물 저장조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활용하도록 하며, 지표에 투수 가능한 보도블럭과 투수시설을 설치하여 빗물의 하수도 유입을 막는 것이다. 현재의 빗물 불투수 방식으로 지어진 건물에는 빗물 처리 세금을 부과한다. 빗물의 활용은 다음의 측면에서 현재 물 문제의 근본적인 대안이 된다. : 첫째, 유실되는 물을 제거함으로써 최대 현재의 두 배까지 물 활용량을 늘인다. 둘째, 상수도 취수 과정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셋째, 도시 홍수의 근본 원인인 불투수층과 하수 역류 문제를 제거함으로써 민중에게 전가되는 홍수 피해를 대폭 감소시킨다. 넷째, 지하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건천화 및 생태계 교란을 방지한다. 다섯째, 댐을 대체함으로써 댐건설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는다.

물의 위기에 대한 해법은 사회주의에 있다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투쟁에서부터 연속적으로 노동자, 민중이 후퇴하면서 지금은 사회 전반에 걸쳐 시장지상주의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시장화는 자본과 정권이 저지른 자신의 과오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현재 물이 부족하고 상수도가 비효율적인 운영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부르주아 정권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오직 정권을 갈아엎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지 사유화가 아니다.
빗물의 활용은 현재 발생하는 물 고갈, 도시 홍수, 댐 건설, 지하수위 저하, 건천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 물의 위기 전반의 문제에서 대안의 상당부분에 걸쳐져 있다. 유럽 등에서 이미 생태주의의 대안 담론으로 등장하고 있는 빗물을 현 정부가 몰라서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현재 월드컵 경기장 중 네 곳에 빗물 이용 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매우 성공적임에도 정권은 이를 사회 전반에 확대할 의지가 없다. 이들은 다만 자본가들에게 추가 비용으로 작용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초국적 자본을 위해 ‘물 산업’을 갖다 바치고 싶을 뿐이다. 가증스러운 자본가 정권의 세상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도 더 이상 평등하게 내리지 않게 된다.
생태위기는 전인류의 생존 문제가 되었고, 현실 속에서 생태주의와 사회주의의 접점은 확대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자본주의는 생태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사회주의 운동은 해결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제 물 사유화를 저지시키고 물의 활용을 노동자, 민중의 통제 하에 두는 것부터 시작하자. 대안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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