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6호] 이갑용 후보 등록 거부는 민주노동당의 퇴보이다

민주노동당은 억압받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의 쟁취를 위한, 노동자계급의 정당인가? 자본주의 사회의 질곡을 극복하겠다는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기치 아래에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그러나, 이갑용 후보자격시비 대응을 통해 당이 창당정신으로부터 얼마나 퇴보했는가를 스스로 드러냈다. 당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등록 거부로부터 촉발된 당의 정체성위기는 최고위원회의 책임유기와 중앙위원회에서 당의 오류를 시정할 마지막 기회를 부결시킨 사태에 의해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출마로써 부당한 판결에 대한 투쟁과 진보정당다운 태도를 촉구하다

이갑용동지는 울산동구청장 재직시 2004년 전국공무원노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징계하라는 행정자치부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7월12일에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이로 인해 현행법상 피선거권을 상실했다. 대법원판결은 공무원노동자의 노동3권 쟁취투쟁에 대한 정당한 연대를 처벌했다는 점에서 부당할 뿐만 아니라, 또한 이갑용동지가 당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거론되자 재빨리 재판기일을 통보하고 서둘러 유죄판결을 내려 피선거권을 박탈했다는 점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에 대한 억압적 정치재판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갑용동지는 대법원판결의 부당성을 폭로하며, 권력의 탄압에 “길들여지지 않고 투쟁”하기 위해 피선거권 박탈에도 불구하고 당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부당한 판결에 승복하고 후보출마를 포기하는 것은 탄압을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이갑용동지는 당경선 출마를 통해 당에 진보정당다운 태도와 고민을 촉구했다. 행자부 징계지침 거부는 당시 당의 방침이기도 했거니와, 권력이 부정한 이갑용 경선후보자격을 당이 인정하는 형태로써 이전과 마찬가지로 부당한 탄압에 맞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또한 당의 지침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다 탄압받은 당원에 대한 당의 지지엄호의 의무를 상기시켰다. 투쟁과 무관하지 않는 진보정당으로서 이러한 지지엄호의 의무에 대한 소홀은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당원의 사기를 낮추고, 오히려 투쟁을 회피해야 공직선거에 나갈 수 있다는 기회주의의 발호를 용인하여 결국은 진보정당이라는 정체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도권 정당인 민주노동당에서 현행법상 피선거권이 없는 당원의 경선참여 문제는 법의 테두리에 구애받지 않는 투쟁중심성이라는 내용과 합법정당이라는 형식 사이에서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당에 던진 것이기도 하다.

당중앙선관위의 관료주의적인 후보등록 거부

이갑용동지는 7월16일에 출마선언을 하고 일주일새 1,600여명 당원들의 추천을 받아 21일에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현행법상 피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등록서류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이러한 선관위의 후보등록 거부는 서류상 하자가 없을 시 이를 즉시 접수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진보정당의 기준은 차치하더라도 당규위반의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극히 관료적이고 비민주적인 처리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후보등록서류에 전과기록을 요구하는 서류가 있지만, 이갑용동지가 제출한 서류에는 대법원판결로 인한 전과기록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대법원판결이 전과기록을 담당하는 검경에 통보되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1달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관위는 서류접수를 한 다음에, 대법원판결이 후보자격 지속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야 했다.)
백현종 중앙선관위장은 이갑용동지가 경선출마를 선언한 당일(16일) 인터넷 언론 레디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피선거권을 상실한 당원의 공직선거경선 참여를 금하는 당규를 적용하여 후보등록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선관위장의 발언은 아직 후보등록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 당원의 정치적 권리를 함부로 예단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당원들의 후보추천 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후보등록 자체를 방해한 부당한 개입행위라는 점에서 선관위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갑용동지의 출마에 대한 선관위장의 즉각적인 반응에서 무엇보다 문제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실종되고, 당규에 대한 기계적인 적용만 가득했다는 것이다. 당규에 따라 집행해야하는 선거관리기구라는 성격을 고려할 때 당규에 대한 존중을 내세우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선관위원들은 당업무의 집행자이기 전에, 먼저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당원이다. 따라서 이갑용동지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어떠한 결정이 진보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할 것인지를 고려하고 당규에 대한 존중과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어떤 고민도 발견할 수 없는 기계적인 집행으로 이갑용 후보자격인정에 걸려있는 의미들을 가차없이 짓밟았다. 이러한 선관위의 행태는 관료주의라는 말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관료주의는 역동적인 대중에 대한 후진적 의식과 이에 따른 비민주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을 선관위는 톡톡히 증명해냈다. 즉 1,600여명의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대법원판결에 대해서 알면서도 이갑용동지를 경선후보로 추천함으로써 대법원판결의 부당함과 투쟁하다 탄압받은 당원동지에 대한 지지엄호의 의무, 그리고 비합법후보의 당경선 출마인정 등의 뜻을 표현했다. 특히 당원들은 후보자격시비과정에서 비합후보의 당경선 출마에 대한 성숙한 인식을 드러냈다. 현행법을 거스르면서 비합후보를 공직선거에 낼지 말지는 경선이라는 당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서 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선관위는 후보자격에 대한 예단에 이어 후보등록서류 접수조차 거부하는 행태를 통해서 자신들의 지독한 몰이해와 경직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이갑용동지를 추천해준 당원들의 민주적 의사에 대한 관료적 탄압인 것이다.

당 정체성 위기의 폭발과 세 후보의 기회주의

선관위의 후보등록거부라는 파행이후 이어지는 사태는 관료주의적 병폐가 선관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상급기구인 최고위, 중앙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7월23일, 이갑용동지는 최고위에 선관위의 오류와 후보자격 인정에 대한 공개질의를 한다. 그러나 공개질의에 대해 최고위는 선관위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답변은 최고위 역시 이갑용동지가 제기한 당정체성 물음에 대한 악의적인 무시와 관료주의를 선관위와 공유함을 보여준 것이다. 당 지도부로서 당규 및 선관위 중립의무를 위반한 선관위의 비상식적인 오류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최고위의 무능력함과 이를 웃도는 악의적인 무시는 이갑용 후보자격인정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 위한 중앙위원회 조기소집요구를 아예 논의조차 않고 묵살한 행태에서 다시 보여준다.
이어서 8월19일의 중앙위원회는 당이 선관위가 촉발시킨 당정체성 위기를 극복할 의지와 능력이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그 위기가 폭발한 자리가 되었다. 중앙위가 선관위와 최고위의 오류를 인정하고, “이갑용 당원의 당원으로서의 제권리가 국가폭력기구에 의해 침해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창당정신으로 돌아가 당의 정체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을 결의하는 결의문 채택이 부결된 것이다. 8월20일부터 사실상 이갑용동지를 배제하는 경선투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당의 오류를 시정하는 마지막 기회를 중앙위는 스스로 거부했다.
이갑용 후보자격시비를 통해 선관위, 최고위, 중앙위에서 재차 확인되는 당의 관료주의적 속성은 당기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세 경선후보 또한 기회주의적인 모습으로 시종일관했다. 대법원판결에는 세 후보 모두 그 부당성을 규탄하고 이갑용동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빨리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막상 이갑용동지가 경선출마를 선언하고 당과 세 후보측의 지지엄호를 구하자 세 후보의 반응은 냉담해졌다. 선관위의 후보등록거부사태가 있고나서 당내에서 논란이 지퍼지고 있는데도 세 후보는 경선후보로서의 지도적 책임을 유기한 채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당원들의 종용을 받고서야 겨우 입장서를 한 장 내고는 이후로도 계속 무시했던 것이다. 세 후보의 입장이라는 것도 권열길, 심상정 후보의 경우는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이었으며, 노회찬 후보는 등록서류조차 접수거부한 선관위의 오류는 지적하고 있지만 이갑용 후보자격인정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기구의 관료주의로 당정체성이 훼손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시정해야겠다는 의지도 없이 표를 구하기 위해 편승하는 태도는 과연 이들에게 대선후보라는 중책을 맡길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을 자아낸다. 당기구를 비롯한 세 후보들의 관료주의, 기회주의는 이갑용 후보추천과정에서 보여준 기층 당원들의 역동성과 상상력을 억압하는 당 상층의 지도력 상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은 노동자정치세력화로부터 퇴보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갑용 후보자격시비는 당 상층의 관료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인 성격을 폭로했다. 당기구들은 결과적으로 권력이 배제한 이갑용동지를 다시 당에서 배제시켰다. 애초에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당에서의 후보자격 조건이 권력이 정한 틀에 좌지우지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당원이라면 누구나 경선에 참여해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고 설득하는 권리를 갖는 것은 진보정당의 상식적 기준이다. 민주노동당은 억압받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의 기치 하에 창당되었다. 창당 이후 자본과 권력은 당을 길들이기 위해 다양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 당은 이러한 권력에 맞서 권력이 조여오는 틀을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 합법을 가장하여 당을 조여오는 틀에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갖고서는 당은 계속하여 퇴보될 수밖에 없다. 악법은 순응의 대상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당의 이갑용 후보등록 거부는 합법을 가장한 권력의 탄압에 스스로 굴종한 꼴이다.
이갑용동지에 대한 권력의 배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해서 어느 당원이 쓴 글을 인용하자면,

이갑용동지는 공무원노동자들의 역사적인 투쟁을 지지 엄호하라는 당의 지침을 충실하게 따른 죄(?)로 노무현 신자유주의정권이 주도하는 독재사법권력에 의하여 징역10월에 집행유예2년형에 처해진 바, 이는 고도로 계산된 현정권의 좌파운동에 대한 공격이다. 이갑용동지는 반자본 반제반전을 주창하는 좌파 대통령후보로서의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의 이갑용동지 배제에 대해서도 다음같이 말할 수 있겠다. ‘민주노동당의 이갑용 후보등록 거부는 사회주의 후보에 대한 계산된 공격이다. 이갑용동지는 세 후보와는 분명하게 차별되는 반자본 반제반전을 주창하는 사회주의 후보로서의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이는 노동자정체세력화라는 창당정신으로부터의 명백한 퇴보이다.’


→ 이갑용 동지에게 투표합시다!

→ 이갑용의 후보자격을 인정하여 부당한 판결에 투쟁하자
→ 대선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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