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6호] 아프간 사태, 미 제국주의와의 동맹 폐기와 즉각 철군으로 답하자

지난 7월 2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활동 및 의료봉사활동을 행하던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게 피랍되었다. 현재 피랍자 중 2인이 희생되었고 2인이 석방되었다. 석방은 내내 비관적이었던 사태 해결의 전망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지만, 한편으론 한국이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본격화한 가운데 나온 것인만큼 향후 한국측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탈레반의 의사 표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 김선일씨 사태와 달리 이번의 피랍사태가 가진 몇 가지 특수한 문제 때문에 사태의 본질이 다소 흐려지고 있다. 기독교의 이슬람권 선교 활동과 여행제한지역에의 출국 강행이 여론을 피랍자들에 대한 비난으로 몰고간 것이다. 먼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두 가지 잘못된 논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독교인의 공격적인 선교 활동에 대한 비판은 피랍의 근본 원인을 은폐하고 있으며 사태 해결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둘째, 탈레반 무장 세력의 잔인함에 대한 비판은 테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동조할 수 있을 뿐, 그 사태의 원인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정책에 있었음을 은폐한다.

무엇보다 현 사태의 근본 원인은 2001년 미국의 대테러 전쟁과 아프간 점령에 있다. 당시 미국은 아프간에 자신의 괴뢰정권을 심기 위해 기존의 탈레반 정권을 축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민간인들이 미군이 주도한 NATO군의 군사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러한 실정에서 탈레반의 민간인 납치만을 비난하며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낳은 악순환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번 피랍 사태 해결의 열쇠도 미국이 쥐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동의 없이 인질 석방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사실상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아프간에 재건부대의 이름으로 파병되어 있다. 하지만 점령군의 동조자가 비전투병이라고 해서 미국의 점령에 한 축이 아니었다고 발뺌할 수는 없다. 이미 지난 3월 아프간에서 자살폭탄테러로 사망한 고 윤장호 병장의 선례가 아프간의 눈에는 한국군도 똑같은 점령군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무현 정권은 그때 즉각 철군을 했어야 했다. 현재 정권은 연말까지 철군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고 하지만, 이미 이라크에서 만료 시한을 몇 번이나 연장한 전례를 볼 때 즉각 철군 이외에는 탈레반측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음이 분명하다.

지난 8월 1일에는 피랍자의 가족들이 미 대사관에 가서 호소를 했다. 가족들이야말로 피랍자를 살리려는 마음이 가장 절실할 것이다. 그러한 가족들이 다른 곳도 아닌 미 대사관을 찾아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가족들에게 있어서도 현 사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현실 인식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었던 것이다. 그 다음날 보수 언론에서는 곧바로 “반미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러한 느닷없는 반미 타령도 정작 이들이 두려워하는 폭로가 무엇인지를 역으로 드러내준다.

정권은 지금이라도 아프간에서 한국인 피랍이 발생한 근본원인을 직시하고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에게 그곳이 위험 지역이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오직 한국이 미 제국주의의 아프간 침략에 동조한 파병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군은 이라크와 아프간을 포함해 약 8개 지역에 2500여명이 파병되어 있다. 우리가 파병을 철회하지 않는 한 지금과 유사한 사태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미 제국주의의 하수인 노릇을 당장 중단하고 즉각 철군하는 길만이 유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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