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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문국현의 ‘사람중심 진짜경제’는 허풍에 불과하다

유한킴벌리 사장이었던 문국현 대선후보가 ‘사람중심 진짜경제’와 ‘과로없는 일자리 500만개 창출’, ‘비정규직 비율 50% 감소’ 등으로 진보개혁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으고 있다. 출마선언 이후 첫 언론조사(8월28일)에서는 1.8%였던 지지율이 9월17일 언론조사에서는 4.4%로 2배이상 상승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문국현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9월 17일의 같은 언론조사에서 권영길 후보 지지율은 3.1%였는데,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한 소속정당도 없는 후보가 대선출마 두 번의 유일한 진보정당후보임을 자임하는 권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오래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쳐온 민주노동당보다 오히려 갓 나온 ‘문국현 솔루션’이 이명박에 맞설 진보적 대안으로서 구심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문국현 구심력의 중심에는 ‘유한킴벌리 모델’(이하 YK모델)의 성공이 있다. YK모델이란 ‘4조 교대제’와 ‘평생학습’을 축으로 해서 지식근로자 양성과 생산성 향상, 고용증가를 달성하는 경영방식이다. 기존의 교대제를 4조2교대나 4조3교대로 재편하고, 이로 인한 임금비용 증가는 365일 24시간 설비풀가동과 대기조의 충분한 휴식, 직무교육(다기능화, 설비보수력 강화)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메우는 것이 기본 메커니즘이다. 흔히 YK모델은 윤리경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윤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고용안정을 유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며 이윤극대화와 고용안정을 결합시킨 경영방식인 것이다. 문국현은 유한킴벌리 사장 재직시 이러한 경영혁신을 통해 IMF시기에도 오히려 고용을 늘리고, 시장점유율 60%이상의 업계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문국현은 자신이 성공시켰던 YK모델을 5년동안 10만개 기업으로 확대시켜 일자리를 500만개 만들어내고, 국가경쟁력을 키워내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발상은 자본가 논리로 따져보아도 당장 비현실적이다. YK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한킴벌리가 자본집약적인 장치산업이었고 또한, 이미 업계 유수의 기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고가의 설비를 전제하는 장치산업에서는 교대제를 통한 365일 24시간 풀가동이 유리하지만, ‘노동/자본’비율이 높은 산업에서는 4조 교대제로는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량이 먼저 확보되어야 풀가동이 가능하지, 많은 중소영세기업이 하루에 기계를 8시간 돌릴 물량조차 확보 못하는 현실에서 YK모델의 전국화는 망상이다. 따라서 YK모델 전국화에 근거한 일자리 늘리기, 비정규직 비율 감소는 허풍에 불과하다.

이처럼 사람중심 진짜경제는 비현실성도 문제이지만 그 기만성 또한 만만치 않다. 문국현이 말하는 ‘사람입국’, ‘평생학습’이라는 것은 사실 YK모델에서 보듯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노동자가 여러 가지 기능을 익히고 설비고장에 즉각 반응하는 보수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문국현이 그토록 자랑하는 사람을 자르지 않는 윤리경영도 생산성향상과 업계1위라는 전제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유한킴벌리가 시장점유확대에 실패했다면 윤리경영도 포기했을 것은 자명하다. 문국현이 양심적인 경영자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이윤과 생산성이라는 자본논리를 기본전제한다는 점에서는 어느 자본가와 다를 바 없다.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비교적 사람중심 자본가경제’라는 말로 고쳐 부르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문국현식 ‘자본가경제’는 그의 한미FTA에 대한 입장, 성장전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미FTA에 대해서 문국현은 지지층을 의식해서인지 에둘러 말하기는 하지만 결국 찬성입장이다. 찬성입장은 그의 한국경제 성장전략에서 연유하는 듯하다. 즉 “우리나라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질 높은 노동력, 일본의 대북배상금, 러시아의 무한한 자원 그리고 미국의 시장을 한데 엮는 환동해권 경제협력벨트”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겠다고 한다. 미국시장을 통한 새 성장기회? 한미FTA 관련 국정홍보처에서 매일 떠드는 말이다.

이처럼 문국현의 사람중심 진짜경제는 고용안정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자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생산성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FTA를 통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오마이뉴스’ 등의 인터넷매체에 힘입어 YK모델을 인간존중 윤리경영으로 잘 포장판매한 결과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의 무능력도 작용하고 있다. ‘진짜경제’의 허구성은 쉽게 간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체제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그나마 대안으로 문국현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현상은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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