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7호]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여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세우자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 그러나 유실된 기회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사회적 공감을 얻는 노동자들의 투쟁이라고 말한다.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시달리던 여성노동자들의 결단과 용기에 운동권들이 감동했고, 그리고 그 감동이 일반인한테도 전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도덕적 의무감마저 느끼며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랜드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연대투쟁의 수위를 강화하기 위해 임시대대를 열었다. 결과는 사실상 불매운동과 모금을 결의하는 것이었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에 총파업으로 연대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민주노총은 속된말로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에 묻어가는 것도 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은 오랜만에 찾아온 자기조직의 보편성-노동운동이 만인의, 만인을 위한 운동임을 입증할 기회를 유실했다. 하루파업이든 반나절 파업이든 언론의 비난을 뚫고 파업을 강행하고 이랜드 사업장으로 향했다면 노동운동은 다수의 운동임을, 그리고 IMF 이후 빈곤과 차별에 투쟁하는 유일한 운동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생색내기조차 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역사적 가능성을 유실했다. 한달도 되지 않아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렸지만, 이번에는 아예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개회조차 하지 못했다. 일부 투쟁계획이 보완되었지만, 결국 지금 하고 있는 매장봉쇄투쟁을 되풀이 하는 수준이었다.

역사적 가능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민주노총

그 와중에 대우자동차, 기아자동차, 코스콤 같은 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어났고, 자본은 극악한 탄압으로 나서고 있다. 대우자동차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해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대우자동차 현장의 정규직 활동가들이 연대하고 있지만, 노조 집행부는 어용세력답게 요지부동이다. 소수의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려고 몸부림치고, 공식적인 조직이 먼 산을 쳐다보거나, 사실상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대우자동차 단사나 민주노총이나 매 한가지다.

산별노조가 등장할 때 당시 귀족노동자 취급을 받았던 직업별노조가 자기중심을 잃지 않고 산별노조운동의 기운을 흡수한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직업별노조가 결국 노조로서의 보편성을 상실하고 새로운 산별노조운동에 사실상 조직적으로 흡수되는 양상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정규직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노동운동과의 관계에서 후자의 과정으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지도력 문제인데 그것은 이미 젊은 활동가들이 끊임없이 현장에 진입하고 있고, 그들과 함께하는 노동자들의 대오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해결은 우리 노동운동에서 시간문제일 수 있다. 87년의 섬광은 이미 사라졌고, 새로운 운동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점점 오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를 잡기위해 현장조직이라 해서 이리저리 떼로 몰려다니는 일이 점점 허망해 보인다. 민주노총 운동은 역사발전의 흐름을 놓치고 있고, 이 추세는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급속히 개선되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지도력의 문제는 단지 집행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중앙대의원 수준을 포괄하는 것이다. 계급적 명쾌함이 결여되어 있고, 제도화된 교섭체계에 익숙해진 일선간부들의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지도력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가 쑥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하반기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의 전망

이랜드 투쟁에서도 입증되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갖고 있는 힘은 그 처지의 절박함이다.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는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은 그 절박함의 정도를 알게 해준다. 투쟁에 이제 막 진입한 노동자들의 절박함은 경제투쟁에 대한 강한 집중력을 갖게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선진부위라고 일컬어지는 정규직 제조업 노조들이 정치파업을 했어야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결합이 용이하게 전개되었을 것이고 투쟁의 질과 양이 확보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양상을 기대하기에는 선진부위라 일컫는 단위의 지도력이 확보되지 않고 있기에 비정규직 운동은 경제투쟁의 주체에서 빠르게 정치투쟁의 주체로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규직 내부의 선진부위들, 즉 현장활동가들과의 강력한 결합속에서, 그리고 사회주의 세력과의 강력한 결합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하반기 투쟁의 기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완강한 투쟁의 대오를 유지하고 이와 결합한 정규직 활동가들이 현장에서부터 연대투쟁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행사함으로서 투쟁전선을 확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로 대표되고 있는 비정규직 전국센타의 지도력을 급속히 성장시키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지도력의 성장은 정규직 현장활동가들과의 상설적 연대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비상설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공대위와 같은 활동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전노협 결성 시 보였던 당시 사회주의자들의 헌신적 결합, 능동적인 개입의 의지가 이제 비정규직 노동운동으로, 그리고 현장의 정규직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주체와의 결합으로 향해져야 한다. 본질적으로 이미 다수의 운동이 되어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그 본질에 걸맞는 지도력과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중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결합이 적극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그러한 시도가 성공하느냐의 여부가 하반기 비정규직 투쟁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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