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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정세(2)] 짝퉁 통일방안 “코리아 연방제”는 노동자 정당의 통일방안인가?

코리아 연방제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려연방제가 될 터이니, 권영길 대선후보가 말하는 코리아 연방제는 고려연방제다. 이름뿐만 아니라 내용도 비슷해서 2체제 1국가의 통일방안이다. 상이한 체제의 사회가 하나의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고려연방제는 이미 북예멘과 남예멘의 실패사례도 있는 만큼 진지하게 고민할 여지가 별로 없다.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이 팽팽히 맞서고 있던 시절에도 불가능한 일국 내에서 체제공존의 가능성이, 사회주의 붕괴이후 자본주의체제가 사실상 전일적이고 압도적인 상황에서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 것은 물론이고 자본주의 흡수통일의 가능성만 높아졌다.
사회주의 진영의 분업이 무너진 여파, 잇따른 자연재해와 경제적 고립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북한사회를 정말 어렵게 만든 것은 수십년동안 지속된 억압체제와 관료주의적 경직성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다. 그로 인해 북한 민중은 10년이 넘도록 경제적 곤궁함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남한사회는 97년 IMF공황이후 자본주의 모순 심화에 의해 빈부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민중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 체제의 공존을 전제로 통일을 말하는 것은 남북 지배세력의 입장에서는 흡족한 일이겠으나, 민중에게는 예멘의 예처럼 내전이 터질 위험에 노출되고 어제의 상전이 오늘의 상전이 되는 황당한 일이 될 뿐이다. 통일은 단순히 국경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해방이후 민중들이 꿈꾸던 통일된 자주독립국가의 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단으로 인해 남북 양쪽이 겪었던 모순과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인 것이다. 한쪽은 이른바 관료주의와 재화의 부족에 의해 고통 받고, 한쪽은 자본의 과잉과 자유로운 시장의 강화에 의해 고통 받고 있다면, 두 체제의 지양을 전제로 하는 체제 동질성을 확보해 통일을 모색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다. 관료적 억압체제가 아닌 민중의 정치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야만질서가 아닌 사회가 인단다운 삶을 책임지는 사회주의가 공존하는 체제야말로 한반도의 통일이 세계사의 발전에 기여하고, 남북 민중을 도탄에서 구해줄 유일한 대안인 것이다.
이런 상식을 외면하는 권영길후보는 남한사회의 고통이 눈에 안 들어오고, 북체제의 스탈린주의적 억압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중소기업 단체를 만나러 다니고 진보적 성장론을 부끄러움 없이 말하는 권영길후보의 최근 행보 상 당연한 귀결이겠으나, 코리아 연방제을 말하면서 통일복지국가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권영길후보가 진보정당의 후보인지를 의심케 한다.

권영길 5대 평화프로젝트를 보면 파주 평화특구 구상이 나온다. 사실상 개성공단을 베낀 것이다. 그러나 남한의 자본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개성공단에 대해 진보세력은 마냥 환영만 할 처지가 못 된다. 북쪽 노동자의 저임금과 노동권 문제도 그렇고, 북한사회에 강요되고 있는 남한 자본의 시장원리가 만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없이 북체제에 대한 신자유주의 남한 자본주의의 유린을 당연시하고, 이를 베껴대는 권영길후보는 노동자 정당의 후보인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권영길후보의 남북문제, 통일에 대한 인식은 김대중과 노무현과 동일하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 권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민주노동당이 앞장서서 실천할 것이라고 천명을 했다. 노무현, 김대중이 길을 깔고 권영길이 길을 쓸겠다는 것이다.
더욱 권영길 후보가 말하는 통일론이 걱정되는 것은 통일된 조국의 상이 복지국가라는 점이다. 결국 2체제 1국가는 종국에 하나의 체제로 수렴된다. 복지국가 자본주의다. 권후보는 스스로 사회주의 체제는 생존할 수 없고 자본주의 체제로 수렴될 것이고, 그것은 복지국가가 될 것이라는 역사의 종말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권영길후보의 통일정책은 공상에서 출발해 패배주의로 마무리된다.

권후보는 100만 민중총궐기를 가지고 대중투쟁과 함께하는 대선후보를 말하고 있는데, 무얼 가지고 총궐기를 할 것인지 궁금하다.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민주노동당의 반기업이미지를 개선하는 후보와 함께, 그리고 최저임금에서 허덕이는 노동자들이 월급 57달러(5만5천원)에 홀려서 북쪽에 투자하는 자본가들을 고무하는 후보와 뭘 궐기할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권영길후보의 우경화행보
→ 동반몰락을 앞당길뿐인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을 버리자!
→ 진보적 성장론은 폐기해야 한다
→ '은행과 기간산업의 사회화’를 내걸고 대선투쟁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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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 민주노동당 , 대선 , 코리아연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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