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1호] 자신의 수명을 다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주의만이 위기를 극복할 상식수준의 처방이다

정초부터 세계경제는 한치 앞도 모르는 혼미한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의 주가는 이미 6개월 전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것은 아찔하게 고공상승을 하던 주가였기에 그 충격 또한 큰 상태이다. 1월 30일, 이미 주가는 1578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와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공황으로 진입한 세계 경제

이러한 세계경제의 전개과정은 현상적으로는 주식하락이라는 모습을 띄고 있지만, 실상 공황의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다. 본질적으로 공황은 자본의 이윤율 하락, 경제상황의 악화로 나타나지만, 이러한 실물경제의 위기가 나타나기 전에 경제상황의 표면적 현상형태인 다양한 지표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주가는 자본주의의 금융화 경향 때문에 실제 경제상황에 대해 휘발성을 띄는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자본주의의 경제상태를 반영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제지표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주가는 결국 주식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고, 주식의 가치는 이윤율이라는 태양의 주변을 도는 행성이기 때문이다.
한편 경제위기의 전개과정은 일종의 “시간차 공격”의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금융부문이 보다 빠르게 반응이 나타나곤 하는 것이다. 작년 8월 이미 공황의 전조가 보이긴 했지만, 부동산경기의 후퇴, 개인소비의 후퇴, 미국 노동자 서민층의 생계악화, 기업들의 수익성 저하 등 실물경제의 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주가폭락 등의 금융위기보다 늦게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현재 주가의 하락은 작년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기인한 주가하락의 상황 때와는 또 다른 의미를 띈다. 즉 8월의 주가하락은 경제적 불안정성의 신호를 받아 발생한 민감한 주가 반응이었다면, 지금의 주가하락은 이미 실물경제의 위기가 확실하게 된 상태에서 이를 반영한 공황의 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더욱 가시화되고, 파급력이 세계적으로 더욱 확대되어감에 따라 공황은 계속 심화될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야바위놀음으로 유지되던 자본주의 경제의 종식

이러한 공황의 전개는 이미 많이 예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순환론에 입각한 부르주아적 사고에 익숙하다보니 이번의 경제공황을 새로운 것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즉 멀게는 1970년대 이후의 장기적 구조불황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이번 공황은 극복되지 않은 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넘어갔던 2001년 공황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70년대 이후 불황을 미국에서는 90년대 극복한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주식 버블에 입각한 환상에 불과하였다. 가령 주식시장의 상승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 봄, 미국 내 GDP의 3%를 차지하는 통신기업들은 시가총액에서는 비금융법인 시가총액의 15%에 달하고 있었다. 주가상승과 투자의 증가라는 외형과는 달리 실제로는 소위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되고 있었던 것으로, 미국경제의 짧은 호황은 결국 2001년 들어 경제공황이 발생하며 폭로되었다. 2001년 발생하였던 엔론의 분식회계 사태는 단지 부패하고 타락한 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러한 주식 버블이라는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에서 나온 필연적 산물이었다. 즉 이윤율은 하락하고 있는 회사가 높은 주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부풀리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2001년의 공황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시장, 혹은 산업을 창출하면서 극복되었다기보다는 다양한 금융기법과 지연책을 통해 연기되었을 뿐이었다. 2001년 당시 연준의 금리인하는 극적인 효과를 창출했다. 저리의 이자는 부동산버블의 심화,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기법들과 결합하여 무한대의 빚잔치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저리의 이자를 통해 빌린 돈은 미국에 상품을 판매하여 이득을 얻는 중국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왔으며, 이들은 미국 소비시장에 의존하던 자국 경제성장의 유지를 위해 기꺼이 미국에 돈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이 돈이 다시 소비를 통해 자신들의 손으로 들어오는 무한대의 부채-소비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세계경제에서 소비지출을 유지할 수 있었고, 세계공황위기를 파국에서 구원하였던 것이다.
지금의 경제공황은 이제 이러한 야바위 놀음도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의 공황은 자본 자체가 지속불가능함을 보여준다

현재의 공황은 단순히 조만간 있으면 다시 상승하는 경제의 저점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가 다시 정상을 회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공황이 극복되지 않는 채 90년대는 주식버블, 2000년대에는 부동산경기 등 다양한 미봉책으로 연명했다는 점은 이미 자본이 제대로 자기 발전을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를 다시 어느 정도 유지시키기 위한 새로운 미봉책을 찾아야 하지만 이것을 찾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2001년 톡톡한 효과를 보았던 금리인하는, 1월 22일 0.75%를 내렸지만,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새로운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공황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의 현실은 이 체제를 유지하고 이끌어가는 자본 자체가 이제는 스스로를 건사할 수조차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자본은 이미 이윤율 하락, 과잉생산, 과잉투자 등 근본적 모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까지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버텨온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마져도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자본주의는 자신의 수명을 다한 체제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생물이 그렇듯이 젊을 때에는 어떻게 해도 자신의 생명을 활기차게 유지하곤 하지만, 생물이 죽음의 단계로 접어들면 모든 처방은 죽음을 일시적으로 지연하고 생명만을 간신히 유지할 뿐인 상태로 만든다. 자본이 보여주는 모습은 생물체로 보면 죽음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자충수로 위기를 더욱 조장하는 자본

안 되는 집안이 그런 것처럼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은 스스로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기를 자초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메릴린치와 함께 최악의 순손실을 기록한 시티은행은 중국개발은행에서 20억 달러의 지분투자협상을 벌였지만 중국정부가 이를 반대해 무산되었다. 1조4천억 달러의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보유한 중국정부는 이 돈의 태반이 주식버블, 부동산버블에 기인한 미국의 가계소비 확대에서 왔음에도 미국경제에 적신호가 오자, 오히려 미국경제에 대한 지원을 거부해버린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들을 통해 개별자본, 국가들은 경제공황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에도, 14일 이후 1조6천억 원을 순매수한 연기금을 통해 정부차원에서 주가하락을 막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것이 현 상황에서는 약보다는 독이 되어 연기금을 주가하락으로 날려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상식에 기반을 둔 행동이다

자본주의는 이미 평범한 인간의 상식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한 체제가 마지막에 다다라 비정상적이고 상식 이하의 수준에 이르면, 사람들은 ‘말세다’라고 말하곤 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시기이다. 자본주의의가 주식투기와 부동산투기 등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체제, 빚을 통해 경제를 유지해야만 하는 체제,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을 천박한 투기꾼으로 전락하라고 조장하는 체제, 인간사회의 기본적인 상식이나 최소한의 윤리성을 요구할 수 없는 비정상적이고 상식 이하의 체제인 것은 이제 자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는 것, 인간의 기본적인 상식과 윤리의식 수준에 일치되는 사회체제를 세우는 것이 이제는 아주 당연한 요구가 되어가고 있다. 사회주의는 이러한 인간의 상식적인 사고수준에서 충분히 상상되고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만이 벼랑으로 내달리며 온갖 고통을 자아내는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유일한 인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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