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1호] 17대 대선투쟁에 있어서 자주파의 근본적 오류!

17대 대선이 민주노동당의 참패로 끝난 현재 당내 분당파와 자주파(민족주의 진영)의 갈등이 첨예하다. 분당파의 문제제기는 또다른 패권주의의 발로와 사민주의적(본인들은 사회주의를 주장한다 하더라도) 정치지향에 대한 입지다지기로 파악된다. 한편 필자는 대선투쟁을 사실상 주도한 자주파의 태생적 한계와 오류에 대해 지적하고, 당운동이 나아가야 할 부분에 대해 간단히 밝히고자 한다.

민중의 요구와 철저히 괴리된 선거투쟁

현실과 괴리된 슬로건은 민중의 관심에서 필연적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자주파가 주도한 대선투쟁에서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엄마 민주노동당이 필요해요’, ‘코리아 연방공화국’의 슬로건은 모호한 개념과 한국사회 현실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관념적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이는 ‘일어나라 코리아’부터 출발한 자주파의 현실인식의 조악함과 대중추수주의적 실천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선거로고송 또한 트로트를 개사한 ‘빠라빠빠’로 부르조아 정당의 로고송과 차별성이 없었으며, 선거운동의 모습도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자주파는 이러한 슬로건과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앞의 두 슬로건은 별 내용이 없다. 결론적으로 자주파가 주장하고 제시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것은 ‘코리아 연방공화국’이었다. 이유는 이들이 한국사회의 변혁을 정당운동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입장을 추종하는 민족민주전선운동을 중심에 놓고 보는 조직운동관을 가진데 있다. 곧 민족주의 기조가 이들이 대선투쟁기간에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반자본주의 정치투쟁 기조와 민중의 삶에는 무감각했던 것이다. 이십여 년에 걸친 독자적 진보정당운동 즉 민주노동당의 성과를 말아먹은 핵심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민중의 삶과 직결된 사회주의적 공약은 민족민주적 지향에 짓눌려, 민중의 요구에는 무감각한 자주파의 목적(자주민주통일)이 추구되는 대선투쟁이 된 것이다. 이는 민중의 지지를 얻을 최소한의 근거도 갖지 못한 것이었다.
과거에는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대한 몰이해로 민간민주정부 수립에 혈안이 되어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의 창출에 영향을 미친 자주파가 시대착오적인 민족민주기조 아래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여, 패권주의적 행태까지 불사하며 당권을 장악해 주도적으로 벌인 17대 대선투쟁이 참패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정파수장의 지침에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조직운동

변혁운동 이십여년 만에 정파수장이 수장이라고 인터뷰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임꺽정도 아니고 진보정당의 활동가가 자주파 수장 중 하나라고 고백하는 것을 보고, 이들이 한국사회 변혁운동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생각하니 정말 암담하다. 몇년전 지구당 창준위시절 회의 도중에 무슨 토론이냐며 지침에 “결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자주파 노동자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한 경험이 있다. 아무리 능력있는 자라도 여럿의 의견을 모아 올바른 대안을 찾는 것 보다 낳은 결론을 내는 자는 없다. 수장(상부)의 지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아니 비판할 능력을 키우지 않는 대동단결의 구호에 조직원들은 대상화되고, 필요할 때 동원되는 비자주적 성원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당원이 분회모임에서 “무슨 학원이 좋더라”, “누구네 반찬이 맛있더라”하는 주된 정치(?)토론을 하고, 대중적 조직활동이라 자위하며, 절실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적 반자본의 요구에 무감각하여, 결국 ‘엄마 민주노동당이 필요해요’라는 귀신 신나락 까먹는 슬로건으로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로 나아가자!

자주파의 오류만 극복한다고 아니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봉합한다고 변혁운동에 제대로 복무할 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종파적인 ‘종북주의’라는 용어를 만들어 분당하려는 기도 또한 그들만의 마이너리그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껍질이 조금 빨간 쪽 사과 반을 잘라 놓아도, 그 속은 희며 공기 중에 산화되어 누렇게 변화한다.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은 본질적 변화를 요구한다. 즉 반자본 반전의 기치와 사회주의적 반제의 깃발이 지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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