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1호/발제1] 민주노동당은 회생할 수 있는가?

민주노동당은 위기인가?

지금 민주노동당은 위기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위기라는데 정파를 떠나 아무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위기의 원인과 그 현상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들이 존재한다. 결국 위기의 원인과 그 현상에 대한 진단의 차이가 민족주의를 포함한 사민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단순하게 민주노동당만의 위기가 아니다. 대중적으로-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진보정당의 대표라는 권위를 부여받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전체 진보운동의 위기이다. 그리고 그 운동을 떠받치고 있는 노동운동의 위기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전체 변혁운동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고민하여야 하는 시점에 있다.


3%의 득표가 위기의 징표는 아니다

많은 당원들이 3%의 득표율을 놓고 위기를 말한다. 물론 대중들의 득표로 당 활동을 평가받는 정당에서 득표율은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3%의 뒤에 가려져있는 대중의 마음이다.

3%가 어쩔 수 없는 객관적인 조건에 의한 최상의 방어였다면 3%는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발전의 징표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의 핵심지지층인 노동자조차 외면한 3%는 심각한 위기의 징표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수 없이 외치던 ‘계급투표’가 더 이상 무의미한 주장이 된 것이다.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한 강고한 구심을 상실한 당이 어떻게 사회주의로 나아갈 수 있고, 당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외연확대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노동자가 외면한 민주노동당은 ‘표’로 외화되는 당의 성장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과감하게 혁신(?)하여야할 상황에 처해있고, 이러한 혁신은 당의 우경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현재 당의 위기를 둘러싼 논쟁의 주방향이다. 자주파와 평등파로 불리는 당내 최대정파들 모두 이러한 한계에 갇혀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민주노동당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으로 스스로 혁신이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 심각한 위기는 연속된 경고를 외면한 당의 상황이다

누구나 지적하듯이 이러한 당의 위기상황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의 핵심지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 재보궐선거의 실패는 명백한 경고였다. 그러나 당은 더욱 우경화의 길을 걸었을 뿐, 원인에 대한 계급적 해석을 외면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외면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눈물을 말했지만,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는 있었지만 정작 비정규직투쟁에서 민주노동당은 타협을 주저하지 않았다. 당장 현실을 바꿀 능력도 없으면서 진정성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계급-비정규직노동자-의 지지를 받겠다는 꿈은 ‘떡줄 생각도 없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꼴’이었다.

전체 노동자의 60%를 넘어선 비정규직노동자를 끌어안지 못하면 민주노동당의 미래는 없다고 선언은 하였지만 정작 당의 활동은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언제나 비정규투쟁은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의 부서사업이었으며, 그 사업도 고작 성명서와 집회의 연대사에 그치고 말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당에 열정적이었던 현장의 노동자들은 당을 외면했다. 변혁적 활동을 지향하던 현장 활동가들은 마지못해 소극적 지지로 돌아서거나 아예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였다. 건강한 노동운동의 현장활동과 괴리된 민주노동당은 결국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계급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대리주의의 확산

더불어 심각한 문제는 열정적인 평당원과 건강한 현장활동가들을 배제하는 대리주의의 확산으로 갈수록 당이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잃어갔던 것이다. 대리주의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에 따른 정치활동을 스스로 조직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간부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1년에 한번만 투표를 통해서 정치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문제였다.

대리주의는 대의민주주의체계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당이 평당원들과 소통하기를 주저했고, 노동자대중과 호흡하기를 주저했다. 그들의 주장은 그저 주장일 뿐, 당의 의사결정구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 고작 당의 간부들을 통해서 ‘청원’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이러한 주장과 시도는 번번히 다수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열성적인 당원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광범위하게 노동자대중에게 오염되었으며. 당 활동과 변혁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할 노동자대중은 4년에 한번 민주노동당에 투표하거나 세액공제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한 것으로 공인받았다.


현재의 논쟁이 당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논쟁은 끼어들 틈바구니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당의 오늘을 만들어온 최대정파이며 집권정파인 자주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고, 사민주의자들은 자주파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열정을 쏟고 있을 뿐 핵심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사민주의자들의 정치적 지향이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당은 분화되어야 한다

현재 당은 위기논쟁을 통해서 당이 발전적으로 분화하는 계기를 가졌다. 준비된 분화가 아니라는 제약이 있지만 사회주의자들은 이번 위기를 통해서 노동자계급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정당으로의 지향을 분명히 하는 정치적 분화를 최대한 준비하여야 한다.

‘사회주의정당 건설’은 다양한 모습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제 당내외의 사회주의자들은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통해 만들어진 확장된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위한 실천적인 논의를 진행시켜야 한다.

잔류나, 분당이냐 하는 것은 논쟁의 핵심이 아니다. 당의 정체성, 정치적 지향을 중심으로, 당의 민주적이고 계급적인 내용을 확보하기 위한 논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합주의와 관료주의로 대표되는 변혁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으로.


여전히 대안은 현장이다

전진이 중심이 된 신당파는 자주파의 민족주의(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합리적 진보의제라는 환경과 소수자 등의 문제에서 올바른 입장을 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주파에 대한 비판이 객관적으로 틀리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의 지향을 ‘합리적 진보의제’ 에 가두어두면서 사회민주주의적 지향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당내의 사회주의자들은 자주파에 반대하며 사민주의정당을 창당하겠다는 신당파와 합류할 수 없다. 더욱이 자주파와 함께 동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듯 당내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이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동적으로 사회주의정당건설을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기본적인 입장을 정리하면서 실천적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주의적 지향을 목표로 하며, 현장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현장분회 등 노동현장에 기반을 둔 활동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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