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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건강을 담보로 돈놀이하지 말라! 무상의료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를 보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백가지 글을 쓰고, 천가지 말을 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간단한 진리를 느끼게 하는 영화가 바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새 영화 ‘식코\'이다.


‘식코’가 폭로하는 민간의료체계의 반인간적 만행

‘식코(Sicko)’의 주된 내용을 보면, 영화는 지금 미국에서 겪고 있는 의료문제를 솔직하게 다루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미국의 의료체계를 무상의료(영화에서는 ‘사회화된 의료체제socialized medicine\'로 표현하고 있다)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고 있다.

이 영화는 민간의료체계 때문에, 집과 좋은 직장을 모두 잃고 딸집에 셋방살이하는 레리와 도나 부부의 이야기, 두 손가락 마디가 잘렸지만 비싼 치료비 때문에 한 손가락 마디만 봉합한 릭의 이야기, 의료보장을 받지 못해 집에서 찢어진 피부를 꿰매는 아담의 이야기 등 민간의료체계로 고통받는 이들의 슬픈 사연을 이야기해간다. 심지어 대형병원들이 의료보험도 없고 치료비도 못 내는 환자들을 치료가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도시 외곽의 보건소에 내다버리는 금수만도 못한 짓까지도 영화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유나이티드헬스, 휴매나, 애트나, 시그나 등 보건의료관련 기업들이 막대한 치부를 하고 있으며, 이것이 정치인들을 매수하는데 이용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러한 모든 것이 바로 미국이 택하고 있는 민간의료체계, 즉 거대 보건의료 기업들에게 국민들의 건강을 볼모로 돈놀이를 하게 만드는 체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관점이다.


무상의료, 인간다운 삶을 위한 당연한 권리이다

한편 마이클 무어는 영화에서 미국의 의료체계를 무상의료체계를 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대비해준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캐나다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무상의료체계를 최초로 도입했던 토미 더글라스라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 국영방송 CBC가 2004년 조사했던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 1위로 토미 더글라스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통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오기까지 한다는 점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프랑스는 ‘SOS médecin’(긴급의사)를 통해 주치의가 24시간 대기하면서 환자를 직접 왕진하는 의료서비스를 보여주었다. 더욱이 영국과 프랑스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는 무상의료가 삶의 태도까지 바꾸어간다는 점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무상의료체계가 미국에서는 사회주의적 의료체계라고 각종 흑색선전을 받는 모습과, 언론은 무상의료체계를 택한 나라가 질낮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말 무상의료체계가 사회주의적인 것이라면 그런 사회주의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마이클 무어는 911 사태 시 구조활동으로 건강을 해친 구조대원들을 데리고 쿠바로 간다. 911사태로 호흡기 질환을 얻은 레지 설벤티 씨는 미국에서 120달러 하는 약을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는 5센트면 구입할 수 있는 것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국민착취의 장이 된 민간의료보장체계,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감상에만 빠져 있을 수 없다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미국의 의료체계는 조만간 한국이 채택하게 될 의료체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미 3월 17일에 있었던 기획경제부 업무보고는 ‘영리의료법인 도입’,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공사보험간 정보공유’ 등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당연지정제 완화’ 또한 이명박 정부의 공약이다. 기가 막힌 것은 의료문제가 국민건강의 문제라는 기본상식도 잊은 듯 기획경제부는 이를 ‘해외의료소비의 국내전환’이라는 무역수지의 문제로 접근하는 천박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 \'식코\'는 적절한 시기에 나온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친자본적 민간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알고 싶은가? 그리고 왜 무상의료를 시행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가? 그러면 백가지 말이 필요 없다. 마이클 무어의 \'식코\'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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