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2호] 자본주의에 순응한 두 개의 진보정당, 노동자계급에겐 희망도 절망도 아니다

쟁점도 없고, 관심도 끌지 못한 4.9총선이 끝났다. 총선 결과, 한나라당을 비롯한 부패하고 어이없는 보수들이 200석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고, 신자유주의개혁 보수세력은 81석이라는 저조한 성과를 냈다. 민주노동당은 5석을 차지함으로써 명맥을 이어나갈 최소한의 지위를 확보했다. 진보신당은 수도권에서 2명의 후보가 나름으로 선전했음에도 결국 정당해산을 면하는 수준인 2.94%의 정당득표로 의원 없는 원외정당이 되었다.


경쟁적으로 우향우를 한 두 진보정당

대선에서 집권당이 몰락한 이유는 노무현 집권동안 생활이 개선되기는커녕 부동산이 폭등하고, 고용조건은 악화되고, 내수경기는 갈수록 바닥을 치는 가운데, 소위 진보개혁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무능에다 노무현이 보여준 얼치기 독선이 사람들을 진저리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집권세력과 스스로를 근본적으로 갈라치지 못하고 진보개혁세력으로, 혹은 범여권으로 분류되며 동반몰락을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러한 구도는 변함없이 반복되었고 동반몰락을 피할 수 없었다. 총선을 맞이해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소위 범야권의 정체성을 면하지 못하고, 이명박에는 반대하지만, 민중을 곤궁에 빠트리는 근본원인을 폭로하고 이에 맞서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총선을 앞두고 전략공천이랍시고 과거 집권세력과 줄타기를 하던 세력을 영입하는가 하면, 진보신당의 심상정후보는 대운하반대 등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반한나라당 연대를 위한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공히 대선이후 대선참패의 원인으로 당 안팎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동의했던 자유주의 세력과의 차별화 실패 교훈을 깡그리 잊어먹은 사람들 같았다.

두 당은 총선에서 모두 비정규직 문제, 등록금 문제를 거론했지만 이를 파괴력있고 신선한 선거쟁점으로 부각시킬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88만원세대니, 개발주의에 대한 저항이니 말은 풍성했지만 정작 해야 할 말은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면서 대기업들이 회사에 유보하고 있는 수백조의 돈을 빈곤해소를 위해 어떻게 해보겠다고 나서는 후보도 없었고, 대학에 BK21과 산학연 기금으로 들어가는 수십조의 돈을 무상교육 재원으로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는 후보도 없었으니, 자본에 좀 시끄럽게 순응하는 진보후보들만이 있었던 셈이다. 더욱이 자본주의가 이런 식으로 지속되는 한 취업빈곤은 해소될 수 없고, 빈부격차는 나날이 늘어날 것이며, 그것이 교육, 의료, 부동산 등으로 더욱 심화되니, 양극화의 해소는 교육의 사회화, 의료의 사회화, 부동산의 국유화를 통하는 것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솔직담백한 후보는 더더욱 없었다. 결국 이번 총선은 자본주의를 천박하게 승인하는 선거, 즉 서울에서는 뉴타운 개발로, 지방에서는 투자유치로 떡칠을 하는 선거가 되고 만 것이다.


남한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투쟁이 필요함을 확인시켜준 4.9총선

50%도 안 되는 투표율로 대중은 의사당 의석분포 변화가 자신들의 삶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여당이 과반수를 넘기든,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든 기존의 사회운영원리나, 돌아가는 방식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중은 체념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니 대표야당, 강력한 야당 운운했던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유의미한 의석을 차지한다는 것은 애초에 글러먹은 희망이었던 것이다. 흔히 유럽 사민주의 정당의 집권전략이 계급대중을 투표함 앞에 동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런 전술이 상당기간동안, 적어도 이들 정당들이 신자유주의에 감염되기 전에는 유효했던 것은 그들의 집권이 대중들에게는 자기 삶의 개선이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방어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단한 삶의 근본원인을 폭로하지 못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게 누가 우리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남한 노동자계급은 대중투쟁과 의회투쟁의 결합이라는 유력한 전술을 구사하기에 매우 난감한 상태를 맞이했다. 반자본주의 투쟁을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노동자계급을 배신한 두 진보정당은 노동자계급의 해방투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남한 사회주의운동은 현장과 지역에서 사회주의 정당건설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는 사회주의 분파를 건설해야한다. 민주노동당도 진보신당도 우리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선도할 동력이 될 수 없음이 명백해진 이 때, 노동해방을 염원하는 노동자라면 그리고 인간해방을 목말라하는 민중이라면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위한 논의와 조직에 즉각적으로 착수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우리사회의 제 문제 즉, 환경, 여성, 교육, 의료, 보육, 소수자 문제, 그리고 노동자들의 문화활동까지 여러 영역에서 사회주의 정당건설로 수렴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사회주의가 실현되지 않아서 겪게 되는 고통을 폭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회주의자들의 활기찬 조직활동과 선전, 선동이 무너진 노동운동, 민중운동에게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우리운동의 미래와 사회주의 건설의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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