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3호] 무상의료 실현을 전면화하는 2008년 투쟁방향

공세적으로 무상의료 쟁취를 전면에 내세우자

민간의보 도입 반대가 현 정세에서 대중들의 요구가 되고 있다. 민간의보가 도입되면 의료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의료불평등이 심화될 것을 식코라는 영화도 절절하게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의 건강보험이 대안이라고 말하기에는 보장성이 처참하고, 이 또한 의료공급방식이 시장적 원리에 갇혀 있다는 한계가 명백하다. 따라서 우리의 요구는 민간의보도입 반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상의료로 상승되어야 한다. 사실 영화 식코의 내용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쿠바의 무상의료와 미국의 민간의보체계와의 비교를 통해서였다. 우리가 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저지투쟁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무상의료요구는 그 실현과정에서 의료 불평등성을 일거에 해결하고, 한국사회의 운영원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대의와 추진력을 갖출 수 있다. 다만 이제까지 무상의료 쟁취가 구호에 그친 점은 운동주체가 마땅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보험, 의료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무상의료 쟁취를 전면에 내건 공대위, 추진기구를 만들고, 인력과 예산을 배치해야 한다.

시장에 의해 위기에 몰린 의료산업과 의사들과의 연대가능성

이미 일부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중소형 병원을 비롯해 개인의원들의 수익성은 극히 저하되었다. 의료사각지대로 분류되었던 면단위까지 개인병원들이 속속 개업되고 있는 이유는 도시지역의 의원급 병원들이 포화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처지에도 의료산업의 공공화가 자신들의 안정된 수입과 연관이 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고도화에 따라 사실상 소생산자의 처지와 다를 바 없는 개인병원들의 몰락과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NHS(국가의료서비스)도 출발부터 의사들과의 대결과 타협의 산물이었다. 무상의료를 소련 다음으로 실현한 노동당 정부의 보사부 장관 네이 베번은 무상의료를 밀어붙이면서도 의사들 중 일부계층과의 타협을 통해, 의사협회의 반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의사인력 형성과정에서 무상교육을 실현함으로써 새로운 의료체계의 주역들을 길러낸 것이 나중에 큰 힘이 되었다.

병원을 지방정부 혹은 국가소유로 바꾸고, 세금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의사들에게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은 영국의 국영의료체계에 속한 의사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비록 처음에는 큰 숫자는 아니겠지만 의사들을 추진주체의 일부로 참여시키는 것이 주장의 설득력을 갖는데 용이하다.

무상의료 쟁취투쟁의 유리한 조건들과 승리의 전망

이미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한경쟁체제, 사교육 장려정책에 분노하고 있고, 이것이 의료부문에서도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중의 자각은 이제 더 높은 요구로 상승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영국에서 NHS가 실시될 당시는 2차대전 종전에서 불과 3년 후였고, 미국은 NHS 실시를 방해하기 위해 식량원조마저 끊었지만, 전쟁의 고통을 참아낸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상식이 무상의료를 실현할 수 있었다. 2차대전 동안 모든 제계층이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연대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 사회적 유대를 강화시켜 주었고, 이것이 노동자에게는 사회적 권리의식과 평등에 대한 요구를 일깨웠던 것이다. 지금 촛불로 승화되어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향연과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요구는 그때와 유사하다. 투쟁을 통해 대중의 연대의식은 고양되고 있다. 이는 광우병으로 시작된 촛불시위가 십대에서 이제 40대로 확대되고 전 계층의 광범위한 연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먹거리가 사람 목숨에 관여된 것이라면 사람목숨을 직접 다루는 의료문제에서 우리의 연대의식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장담을 누가 감히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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