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5호]새로운 위기로 접어든 한국자본주의

금융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다. 외국인 보유 채권 만기일이 집중된 9월에 외환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9월위기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외국인의 자본철수로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하고 있다. 일련의 금융불안정은 10년 전의 IMF사태 전야를 연상시키고 있다.

한편 실물경기 역시 급속히 하강하고 있다. 1/4분기, 2/4분기 경제성장률은 둘 다 0.8%로 작년 4/4분기 대비 50%나 하락했고, 이는 4년만의 최대 낙폭이다. 경기하강이 미국발 세계경제침체에 기인하고, 세계경제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한국경제 역시 오랜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의 경기하강국면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금융위기 및 부동산버블 붕괴와 결합된다면 최악의 공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자본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할 수 있겠다. 지금 자본가계급과 그 언론이 저마다 위기라고 아우성치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자본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내용과 성격은 무엇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IMF사태 이후 한국자본주의가 겪은 변화를 알아야 한다.

IMF사태 이전 87년~96년 사이 한국경제는 5.9%~11.1%의 성장률과 2.0%~3.1%의 실업률을, 그리고 97~98년 경제위기를 겪고 난 이후인 99년~07년 사이에는 3.1%~9.5%의 성장률과 3.0%~4.4%의 실업률(99년 6.3% 제외)을 기록했다. 성장률은 2% 떨어지고, 실업률은 1%가 오른 셈이다.

IMF사태 이후 불평등과 빈곤 역시 악화됐는데, 소득수준 상위20%의 소득을 하위20%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배율은 2007년에 6.12로(도시가구 기준), 90년~97년 사이 가장 소득불평등이 심했던 해의 4.17보다도 50%정도나 증가했다.

또한 2007년 15.6%의 상대적 빈곤율도 90년~97년 사이 가장 높았던 해의 9.6%보다 훨씬 증가한 것이다(*상대적 빈곤율-전체 평균소득의 절반보다 적게 버는 사람의 비율). 즉 IMF사태를 겪고 나서 상대적인 저성장-고실업이 구조화되고 불평등과 빈곤은 악화된 것이다.

이러한 한국자본주의의 변화의 원인은 바로 IMF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독점자본과 정권이 취한 신자유주의적 수출주도 성장전략이다. 이들은 급격한 수출확대를 통한 고도성장의 복원으로 경제위기를 수습하려 했고, 안으로는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를 밀어붙여 수출경쟁력을 회복하려 했고, 밖으로는 상품·자본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통해 세계시장과의 통합을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자본의 노동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세는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급속한 비정규직화, 임금붕괴를 야기하며 실업을 늘리고, 불평등과 빈곤을 악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이 받은 고통은 극심했다. 그리고 이로 인한 만성적인 내수부진은 저성장이 구조화된 원인이 되었다.

또한 수출주도 성장은 이전과 같은 역동성을 한국경제에 결코 안겨줄 수 없었다. 이는 미국의 마르크스주의자인 로버트 브레너가 분석한 것처럼, 현재 세계의 수출지향적 제조업이 과잉설비, 과잉생산에 의한 국제경쟁의 심화로 낮은 수익률과 투자율, 장기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IMF사태의 근인이 한국 제조업이 국제적 수준에서의 과잉설비에 봉착했기 때문이었음을 상기하면, 이러한 과잉축적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한 수출주도 성장전략은 결국 자기파괴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IMF사태에 처한 독점자본과 정권이 위기극복책으로 취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수출주도 성장정책이 위기를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위기를 심화, 구조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현재의 금융불안이 보여주는 것처럼 새로운 위기까지 낳고 있다. 전면적인 자본시장개방으로 한국경제는 언제든지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따라 불안정성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자본주의는 해결불가능성을 노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위기들과는 질적으로 구별되는 위기에 접어들고 있다. 자본과 정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이 더 크고, 새로운 위기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가계급의 지배능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보수 쪽에서조차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하는 이명박정권의 무능함은 혼란과 붕괴를 가중시킬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혼란과 붕괴는 사회주의가 유일하고 최선의 대안임을 낱낱이 입증할 것이다. (경제대안의 내용은 23호,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경제대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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