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5호]공기업의 노동자 통제를 위한 공장/직장위원회를 건설하자

김대중이 시작하고 노무현이 터를 다지고 이명박이 마무리한다?

촛불로 주춤하던 이명박 정권의 공기업 민영화 밀어붙이기가 엄청난(?)지지율 30%대를 배경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잇따른 정부관련자의 발언과 공식회의를 통해 공기업 선진화란 이름으로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물론, 민영화를 통한 효율성 강화를 강변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공기업선진화 방안의 핵심이 민영화(사유화)에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주인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논리를 내세운 민영화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때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공기업은 신자유주의 공세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었다. 2002년도 철도민영화, 가스, 전기 민영화 저지투쟁은 일정하게 공기업 민영화의 서슬을 저지시켰지만, 그건 극히 일부의 성과였고,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공기업 혁신은 거의 그대로 관철되었다. 정부지분매각과 인력감축, 외주용역화,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김대중 정부때 민영화와 더불어 공기업에 몰아쳤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공기업의 경영혁신을 내세운 노동통제강화와 구조조정압박이 다양하게 밀고 들어왔다. 특히 정부산하기관관리법(정산법)을 축으로 공기업의 경영평가와 이에 따른 인센티브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노동자들의 저항력은 크게 약화되었다. 수년간 지속돼온 경영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는 공기업의 내부조직에서 노동조합의 발언권을 대폭 축소시키고, 현장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시켜왔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공기업 선진화란 이름의 민영화, 구조조정이 예고되자 발빠르게 각종 민영화 저지 관련 공대위는 마련되었지만 2002년과 같은 민영화 저지투쟁을 노동자 스스로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힘들만큼 주체적 조건은 극히 악화되어 있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도 5,6월 촛불을 통해 민영화에 대한 저지여론이 거세지면서, 공기업 민영화 저지투쟁은 기대하지 않던 성과를 거두었고, 그것이 또 다시 이명박 정권이 촛불의 기세가 약화된 틈에 민영화를 추진하려들자, 사태를 다급하게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공기업의 사기업 노동자

2002년도에 비해 공기업 노동자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공기업을 유지해왔던 최근 몇 년이 고용안정도, 노동강도유지도 보장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기업의 운영원리가 사기업과 다를 바 없게 되면서,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공공서비스의 소비자에게나, 해당노동자에게나 그다지 큰 의미를 못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민영화가 되었을 때, 예상되는 공공요금인상이나 서비스 저하,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민영화 저지 논리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는 수세적이고 비주체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상태를 유지하자는 것을 넘어 공기업의 운영원리, 즉 운영의 주체, 운영의 목표, 운영의 형식에 관한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대안을 가지고 투쟁에 임할 것이 요구된다.

경영평가에 난장판이 된 공기업

공기업들은 정부산하기관관리법(정산법)에 따른 경영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경영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성과급이 정착되어 있다. 즉 높은 경영평가 성적에 따라 이사들의 상여금, 아울러 전체직원들의 상여금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당근과 채찍 전략은 이미 지방공기업까지 확대되었으며, 2006년을 기점으로 공기업에는 경영혁신 점검, 법정 경영평가, 혁신수준 진단, 감사원 감사 등으로 이루어진 촘촘한 통제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대했던 효율성 제고와는 반대로 최근 문제가 된 한국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전력의 허위보고를 통해 밝혀졌지만 불공정 경쟁이 발생하고, 공기업의 본질적인 역할과 모순되는 평가기준 등이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미 이러한 경영평가제도 자체가 정부 내에서조차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며, 정부는 더 효율적인 공기업의 통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공기업의 역할과 운영방식에서 새로운 기준과 대안이 등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노동조합운동차원의 대안은 수년전부터 공공성강화로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왔다.

그러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운영주체의 변화, 즉 노동자들의 통제, 혹은 개입의 방식, 그리고 경영의 목표와 평가기준의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공기업 운영에 관한 본질적인 차원의 대안 제시없는 공공성강화요구는 도덕적 공세 이상을 벗어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공기업 민영화 반대투쟁에서 현 상태 고수에조차 부담을 느끼는 노동자들의 새로운 투쟁의 동기로서, 현장통제를 뒤집는 주체적 노력의 목표로서 노동자의 민주적 통제가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대중적 설득력을 가질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진정한 공공성강화는 경영주체의 혁신으로부터

이제껏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대응논리중 하나가 공공성강화인데, 공익을 추구하는 공기업의 성격을 보다 강화하자는 이쪽의 논리가 대중들에게는 호소력이 있음에도 막상 현장으로 돌아가면 조합원 자신은 다면평가에, ERP에 시달리며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기는커녕 공기업의 이윤창출에 조리돌림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 즉 현장의 노동자가 스스로 공공성강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조직내부의 민주주의 확대와 현장 노동자의 발언권이 강화되어야 한다. 기실 이러한 내용은 민영화 찬성론자들이 말하는 내부관료주의의 극복과 조직내부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관료주의는 조직내 민주주의와 항상 대립되는 개념이다. 공기업의 관료주의적 부패와 노동조합의 민주성 정도가 얼마나 큰 관련이 있는 지는 철도노동조합이 실증적으로 보여준 바가 있다. 즉 어용노조일때 철도내의 각종 이권관련 부패사건이 만연했다가, 노동조합이 민주화되고, 경영권에 대한 내부감시가 강화되면서 대폭 줄어든 것이 그 예이다.

따라서 공기업 내부의 관료주의를 타파하려면 조직내 민주주의를 보다 확대해야 하고, 노동조합의 내부감시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그건 노동자에게 내부 감시자의 역할을 넘어서 경영의 주체로 나서게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노동자에게 경영정보가 공개되고 노동자들의 경영개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장치가 선행되지 않고는 공기업 운영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장지향적 경영평가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더불어 최소한 소비자와 공기업이 영향을 미치는 고용, 환경 문제의 당사자들의 경영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내부 평가의 기준이 공익성의 추구, 조직의 민주성, 노동자들의 적절한 노동강도 및 고용창출기여 등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공기업 민주적 통제의 주체로 공장/직장위원회를 건설하자

그러면 노동자들의 경영개입(통제)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 당연히 우리는 노동조합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소위 노동자 경영참여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에도 노동자 경영참여가 노동조합이 아니고, 단위현장 내에 별도의 기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 통제의 문제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노동자들의 경영통제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는 조직노동자의 범위를 넘어, 해당 사업장의 근무자들이 모두 참여할뿐더러, 그 성격이 직업적 이해를 넘는 보편적 성격, 정치적 성격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해당 공기업의 운영을 감시, 통제할 수 있는 상설적 기구가 설치되어야 하고, 이는 이사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기구는 현장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민주적 통제하에 운영되어야 한다.

한편 산별조직 내에서 지부단위가 이러한 통제의 주체가 되는 것은 기업별체계를 강화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지부에게 상설적 기구에서 일정한 발언권을 줄 수는 있지만 기업단위조직이 그대로 노동자통제의 주체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지금도 금속에서는 기업지부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노동자 경영통제의 역할을 지부가 손에 쥐게 되었을 때, 산별노조의 질서에 기업단위노조를 통합시키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 뻔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기업의 노동자 통제를 상설적으로 책임지는 공장/직장위원회가 구성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장/직장위원회는 해당사업장의 모든 현장노동자들에 의한 총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직접선출과 소환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임기는 1년으로 제한하고 연임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민주적 원칙을 보다 강조해야 한다.

공장/직장위원회는 공기업 민영화 반대투쟁과 아울러, 공기업운영의 대안을 제시하는 주체가 됨으로써, 공기업을 넘어 사회전반에 대한 노동자들의 통제에 대한 상상력의 기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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