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6호]한석호의 ‘우회적 당건설론’을 비판한다

노동자전선이 주최한 ‘진보정당운동 실패 이후를 설계하는 4단체 초청 정치토론회’에서 노동자진보정당건설추진위(준)의 입장을 발제한 이는 한석호 노건추 집행위원이었다.

토론회 취지는 “사회주의 지향을 밝히면서 노동자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4개 단체”를 초청하여 노동자정당 건설에 대한 각 조직의 입장을 듣자는 것이었고, 한석호 집행위원은 “노건추의 고민을 발제문에 담았지만, 많은 점에서 개인의 입장”이라고 전제하고 “우회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한석호 집행위원 발제에서의 특징적인 주장 네 가지

1) “민주노동당 실패의 원인은 패권주의와 노동정치의 실패”이고, 노동정치는 “조합원들을 돈(만) 대고 표 찍는 동원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그 의제와 실천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의 처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실패했다.

2) “지금은 혁명의 시대가 아니다.” “한국의 노동계급은 전혀 가진 것이 없거나, 아무런 혜택도 향유하지 못한 그런 계급이 아니”며, “일정하게 개량화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분석이 아닐 것이다.”

3) “사회주의 노동자계급 정당을 만들어야” 하지만, “지금 그것을 만들 세력과 실력이” 없으므로, “진보정당이라는 큰 틀에서 사회주의, 사민주의가 공존하는 정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사회주의자들은 진보정당이 사회주의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공동의 실천을 기울여야 한다.”

4) 노동자정당은 “과도한 자격기준과 관문을 두는 것으로서의 전위정당이나 활동가정당”이어서는 안 되며, “대중정당이어야 한다.”

기회주의가 현 시기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가로막고 있다!

먼저 4)의 주장은 논의할 가치가 없는, 전위정당과 대중정당을 잘못 대비시키고 있는 초보적 혼란이다. 잘못된 대비는 ‘직업적 혁명가 조직=전위정당’이라는 잘못된 관념에서 나오는데, 전위정당의 본질은 노동자계급의 선진적 부대라는 데에 있다.

이러한 전위정당은 직업적 혁명가 조직의 형태나 대중정당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전위정당이 지향하고 목표로 하는 당의 형태는 대중정당이다. 볼셰비키가 직업적 혁명가만의 조직이었다는 것은 날조된 신화이며, 실제는 대부분의 시기에 걸쳐 대중정당이었다.

3)의 주장에서의 당건설주체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경청할 만한데, 그러나 이러한 진단이 우회적 당건설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해방연대 역시 “현재의 사회주의세력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할 때 조직통합방식이나 당 건설일정을 중심으로 당건설계획을 잡는 것은 실천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그러나 우회적 당건설이 아니라 “사회주의세력 자신의 혁신”을 통해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당건설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당건설론의 차이는 민주노동당 실패에 대한 평가의 질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민주노동당 평가에 대한 1)의 주장은 동어반복 이상의 의미가 없는데, 사실상 민주노동당 실패가 노동자정치세력화 실패이고, 노동자정치세력화 실패는 노동자당원의 대상화, 계급적 실천의 실패와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평가라면 왜 노동자당원이 대상화되고 계급적 실천에 실패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해방연대가 누차 주장했듯이, 민주노동당의 몰락은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에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으로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러한 대응실패는 자본주의 모순 심화를 그 기회주의성 탓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민족주의자, 사민주의자들이 반자본주의 투쟁의 예각화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자본주의 투쟁을 전면화할 사회주의정당 건설은 시대적 과제이고, 시대적 과제의 해결은 반자본주의 투쟁을 회피하는 사민주의, 민족주의에 대한 폭로와 투쟁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결여된 한석호 집행위원은 사민주의자와 함께 해야 한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고, 사민주의의 정세인식과 다를 바 없는 기회주의적인 2)의 주장도 하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투쟁도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그 성과를 향유하고 있다”는 식의 현실의 진행방향과 완전히 거꾸로 향하고 있는 정세인식은 기가 막히는데, 반자본주의투쟁 전면화라는 시급한 과제를 방기하는 변명도 가지가지인 것이다.

한석호 노건추 집행위원의 우회적 당건설론은 민주노동당의 실패를 이번에는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재현하자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