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7호]심화되는 경제위기와 당장 취해져야하는 조치들

미국발 경제위기 심화

환율폭등과 주가폭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23일에만 원/달러 환율은 45.8원 폭등해 1408.8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400원선을 넘어간 것은 IMF위기 기간인 1998년6월 이후 10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화가치는 15일 기준으로 전년말 대비 24.5%나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폭은 세계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는 유로화(7.7%) 및 파운드화(13.7%)의 하락폭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 확보 차원에서 한국에 보유한 주식, 채권, 부동산을 대거 팔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시장개방으로 외국인의 국내자산 소유비중이 극적으로 높아지면서, 그들의 이해에 따른 자금유출입에 한국경제가 금융위기의 진원지보다도 더한 불안정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KOSPI지수 역시 23, 24일에만 이틀 연속 대폭락(이틀간 195포인트)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0선마저 무너졌다. 시가총액은 이미 작년 10월의 최고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지분율이 아직도 27.4%(14일 기준)이고 세계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외국인 매도세와 이에 따른 주가하락과 환율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성장 둔화도 심화되고 있는데,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분기 대비) 3분기 경제성장률은 1, 2분기 0.8%, 0.8%보다 더 낮은 0.6%였다. 세계경제위기에 따라 수출증가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규 취업자수 증가도 7개월 연속 정부의 목표치인 20만 명을 한참 밑돌고 있다(9월, 11만2천명). 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63만여명이던 실업급여신청자 수가 올해는 70만여명으로 증가했다. 가뜩이나 안 좋은 고용사정이 경기하강으로 악화되고 있는데, 문제는 실물경제위기는 아직 본단계에 들어서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응

세계금융위기에 직면해 이명박정부는 최근 ‘10.19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과 ‘10.21 건설지원책’을 내놓았다. ‘10.19 방안’은 정부가 지금부터 2009년 6월말까지 발생하는 은행의 대외채무(총 1,000억달러 예상)에 대해 3년간 보증하고, 한국은행과 함께 은행권에 300억달러를 공급하기로 한 결정을 담고 있다. 이에 더하여 이명박정부는 한국은행에 은행채 매입 등을 통한 추가 유동성공급을 종용하고 있다.

한편 ‘10.21 건설지원책’은 공공기관들이 건설사 보유의 미분양 주택과 토지를 매입하는 등 9조2천억의 건설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완화가 골자이다. 외화조달에 대한 정부보증과 유동성 지원으로 신용경색을 풀고, 연쇄도산 위기에 처해있는 건설사 지원과 부동산 활성화를 통해 경기경착륙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지원책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냉담한데, 가령 22일자 한겨레는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주더라도 많아야 1만5천채 정도로, 공식적으로 16만채의 미분양 주택을 가진 건설업체들한테는 언발에 오줌 누기”이고, “주택자금 대출규제를 완화하면, 나중에 집값거품을 더 키워 가계와 은행이 더 큰 부실에 빠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민간은행의 외화조달에 대한 정부보증은 시장실패를 납세자가 책임지는 방식으로서, 미국의회가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던 과정에서 일었던 논란, 즉 투자이익은 투자자가 독차지하고 투자손실은 혈세로 책임지는 부의 역분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금융지원방안이 신용경색을 풀 약이 될지, 국민부담만 가중시키는 독이 될지는 세계금융위기의 향방에 달려 있다.

세계금융위기의 향방

세계금융위기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총부실규모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부실화, 경기침체의 폭이다.

7,000억달러를 쏟아붓겠다는 미국을 필두로 세계각국은 저마다 사상최대의 구제금융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위기는 진정되지 않고 금융시장 패닉이 반복되고, 자금인출과 금융상품 해지 등은 확대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향방’에 따르면, “현재의 금융위기는 단순히 유동성위기나 신용위기의 단계를 넘어 총체적인 신뢰의 위기로 전이된 상태이다.”

금융시장에서 신뢰가 붕괴된 것은 파생금융상품거래의 복잡성과 불투명성 때문에 누구도 그 전모를 모르며(따라서 누구도 총부실규모를 모른다!), 계속 숨겨진 뇌관이 터져 나오면서 잇따른 구제조치들이 계속 무력화돼왔기 때문이다.

현재는 초대형 구제금융안의 발표로 대형 금융기관의 추가 파산이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구제금융액을 넘어서는 추가손실이 확인되거나, 주식·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여 보유자산이 감가되면 금융기관 파산 도미노가 재개될 수 있다.

그런데 세계금융시스템 붕괴의 위협은 직접적으로 실물경제에서 올 수도 있다. 최근 미국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부진과 GM 파산위기가 보여주고 있듯이,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연쇄파산과 부실채권 발생, 금융기관 부실화가 이어진다면, 이 역시 금융쓰나미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절정에 달한 세계금융위기는 한국경제를 휩쓸어버릴 것이다.

한국경제는 세계금융위기에 더하여 자체적으로도 위기의 싹을 지니고 있는데, 바로 막대한 가계부채가 그것이다. 세계금융위기가 주택가격 하락과 소득악화로 인한 미국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증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한국 역시 동일한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거품이 터지고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무거워진다면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금융위기를 예측해 일약 유명인사가 된 루비니 교수 역시 한국은 “가계부채가 진짜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당장 취해져야 하는 최소조치들

- 외국인 소유제한, 펀드 판매금지, 가계소득 지원확대

현재 이명박정부와 언론이 신경을 가장 곤두세우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주식시장인데, 매일같이 주가폭락이 속보로 전해지고, 주가그래프가 일간지 1면을 장식한다. 주식시장에서의 극심한 변동성은 외국인자금의 이탈 때문인데, 따라서 향후 이러한 불안정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지분제한 부활을 비롯한 전면적인 외국인 소유제한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진정한 문제는 주가하락으로 약탈범이나 다름없는 전문투자자의 자금뿐만 아니라, 주식형 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노동자 서민의 여유 생계자금까지 증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논리는 불가능할뿐더러 주식시장을 이탈하려는 투기자본의 원금을 보전해주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문제를 야기한 금융기관의 펀드 등 위험성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시키고, 소득지원 확대를 통해 저소득가계를 금융위기 피해로부터 보호해주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공적자금은 투기자본의 손실이 아니라 노동자 서민을 금융위기 피해로부터 보호하는데 쓰여야 한다.

- 외환거래 통제, 고정환율제 시행

환율상승은 근래 물가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환율상승의 원인은 한국자산시장으로터 이탈하는 외국인들의 달러 매수세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허물어 달러를 방출하는 시장적 방식은 초국적 투기자본의 이탈을 도울 뿐이다.

그리고 IMF위기에서 지금까지 드러나고 있는 외환 불안정성은 투기에 노출된 변동환율제와 경제안정 사이의 모순을 증명하고 있다. 투기적인 외환거래를 즉시 규제하고, 꼭 필요한 수입에는 국가가 외환을 싸게 조달해주거나, 고정환율제가 시행되어야 한다. 환율통제 없이 안정적인 물가관리는 불가능하다.

- 채무위험로부터의 보호

금융위기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이자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무려 6백60조원에 이르는데, 이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1/3정도로 가장 높다.

미국에서는 금리가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증가하자, 담보인 주택을 압류당하는 사람들이 늘어 ‘서브프라임 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지금, 채무위험로부터의 보호가 시급하다.

금리인하를 시급히 단행하고, 1주택소유자와 세입자 주거에 대한 담보압류는 금지되어야 한다. 사채나 다름없는 소비자금융 등으로 인한 금융피해자에 대해서는 부채탕감이 이뤄져야하며, 이자율 상한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빚에 의존해 생활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지원이 대폭 늘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것도 아니며, 더한 민생파탄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 중 일부일 뿐이다. 여기에 고용안정, 생활안정,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은행과 기간산업의 사회화 조치들이 더해져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구가 된다.

이명박정부가 금융자본에 대해서는 천억달러어치의 차입보증을 해주면서 민중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는다면, 이것만큼 자신의 더러운 본질을 뻔뻔스레 실토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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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 경제위기 , 공황 , 주가폭락 , 가계부채 , 환율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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