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8호]검은 제국주의자 오바마

첫 흑인 미국대통령 탄생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국사회에서 오바마 당선이 갖는 주요한 의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점이다. 미국하면 당장 떠오르는 인상들 중의 하나가 인종차별인데, 미국사회는 첫 흑인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이미지 변신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 수백 년에 걸친 인종차별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오바마가 백악관에 있는 동안에도 피부색에 따른 소득과 사회적 기회 분배의 불평등은 여전할 것이다.

미국의 이익(실상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흑인도 대표할 수 있게 된 것과, 구조화된 인종차별을 통해 이익을 누려온 자본과 사회주류가 그 이익을 포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질의 문제이다. 오바마의 당선을 진심으로 반기는 백인 부유층도 흑인사회에 만연한 빈곤과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자신에게 더 많은 세금을 청구할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부시와 네오콘의 몰락

오바마 당선의 다른 의미는 미국민이 드디어 자신들을 네오콘으로부터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8년 동안 미국민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과 자원약탈, 반테러법으로 기록될 부시의 영광을 위해, 자신들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자유를 침해당했고, 젊은이들은 전장으로 끌려갔으며, 남은 이들은 막대한 군비를 감당했는데도 그 전리품이 억만장자를 더 큰 부자로 만드는 데에만 쓰이는 것을 보아야 했다.

게다가 부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와 미국을 거덜 낼 정도의 재정적자를 퇴임선물로 안겨주고 있다. 이로 인한 부시와 네오콘, 공화당에 대한 염증, 그리고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 오바마 당선으로 표현된 것이고, 따라서 향후 미국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과연 미국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전 세계 인민에게 있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오바마가 상징하고 있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말이 부끄러워지게도, 오바마는 부시의 반테러전쟁 기조 및 제국주의 정신을 그대로 잇고 있다.

오바마가 이라크전의 종결을 약속한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 논리는 함께 알려진 것 같지 않다. 오바마가 이라크전 종결을 약속한 것은 반테러전쟁 기조의 수정도, 이라크민중의 생명에 대한 존중 때문도 아니다.

오바마가 약속한 7대 외교안보분야 정책목표 중 하나가 ‘알카에다 분쇄 및 테러리즘과의 투쟁’이다. 그런데 오바마가 보기에 반테러전쟁의 중심전선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고, 여기에 전력을 집중하여 알카에다를 분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러한 전략적 관점에 근거하면, 이라크전은 오히려 반테러전쟁의 역량을 분산시킨 “불필요한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을 재배치하여 중심전선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에서의 군사행동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라크 민중의 피를 파키스탄 민중의 피로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줄어들지 않을 새로운 전쟁의 위협

세계는 미국의 반테러전쟁뿐만 아니라 핵확산을 전면전을 해서라도 막겠다는 미국의 강압과 이로 인한 전쟁발발의 위협에도 여전히 시달려야 한다. 역시 ‘대량살상무기의 확신 방지’도 7대 정책목표에 들어가 있고, 이에 따라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방지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특히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란과 고위급 직접대화를 시도하되, 실패할 경우 곧바로 정권교체나 군사공격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바마의 대이란 정책은 중동에서의 이스라엘의 확고한 군사적 우위 유지라는 목표에 의해 상당 부분 규정받고 있다. 7대 정책목표에는 이스라엘이 여타 중동국가에 대해 군사력의 ‘질적 우위’를 확보하고, ‘자기방어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한다는 내용이 각론으로 들어가 있다.

2006년 레바논 침공과 같은 이스라엘의 동네깡패짓을 계속 후원하겠다는 것이다. 선의만으로는 팔레스타인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상황, 이스라엘이 그동안 팔레스타인 해방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공급선을 차단하기 위해 군사행동을 일으켜왔다는 점, 여기에 이란문제까지 고려하면 오바마의 미국 하에서 중동분쟁은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시 못지않은 오바마의 일방주의 독트린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바마는 선거기간에 “위협이 임박할 경우에는 국제적 동의의 인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군사력 사용에 관해서도 국익이 걸린 경우 “가능하다면 현명하게, 그러나 필요하다면 일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국에게 있어 “위협”과 “필요”라는 말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의 당선이 제국주의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바그다드의 가공의 대량살상무기에 위협을 느껴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나?

저물어가는 미국 패권을 세계 최강 군사력의 광포한 사용으로 저지하려는 선택으로부터 오바마가 특별히 자유로울 리도 없다. 평화는 세계 민중의 반제역량 강화에 의해서만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