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GM대우 특호]2001년 대우차 투쟁의 교훈

: 자신의 삶의 조건을 사수하기 위해 당당히 투쟁에 나서야 한다!

2001년, 1750명의 정리해고와 노동자의 고통

2월 16일 오전 10:30부터 가정동에 있는 임대아파트에 집배원 한 명이 도착했다. …… “대우자동차에서 내용증명 우편물이 왔습니다. 신분증과 서명 부탁 드립니다.”라고 하자 그 가족은 무슨 우편물이길래 라면서 봉인을 뜯는다.

- 근로계약 해지 통보

“근로계약 해지 통보가 뭐예요?”

“….”

기자가 멈칫멈칫.

“아마 정… 정리해고라는 통보일 것입니다.”

순간 정적이 감돌고 잠시 그 가족은 멍한 눈으로 집배원을 응시한다. …… 조합원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내가 설마 해고대상이 될 줄은…. 그 동안 얼마나 회사를 위해서 일했는데 해고라니. 개새끼들….” 눈이 벌겋게 충혈된다.

다른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정적이 흐른 다음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눈만 내 보이는 아주머니…. 혹시…. 이내 눈물부터 보인다. …… 하늘은 잿빛이다. 가족의 무너져내리는 마음과 아픔을 아는 것일까?

집배원도, 카메라도, 기자도 말이 없다. 가진 자의 나라에서 가난한 자는 정녕 설 땅이 없는 것일까? 주말 아침의 정리해고 날벼락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2001년 정리해고 당시 대우자동차 유인물 중에서)


2001년 2월 대우자동차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정리해고가 법제화된 이후 최초로 이루어진 대규모 정리해고였다.



자본가가 개판 만들어 놓고 뒷감당은 노동자가 한다!?

2000년 당시 대우차가 부도상황에까지 간 것은 근본적으로는 대우그룹의 방만경영, 차입경영, 부실경영에 있었다. 대우그룹의 역사 자체가 정관계 유착을 통해 부실기업을 인수하여 규모를 키운 것이었고, ‘세계경영’,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사고 속에서 무리한 해외 확대를 추구했던 것에 대우사태의 본질이 있었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부실과 탐욕의 결과로서 생긴 대우그룹 해체의 결과는 온전히 노동자가 떠안았다. 노동자가 낸 혈세로 대우자동차를 회생시켜놓고 헐값에 GM에 매각하였으며, 이를 위해 정리해고로 1750명의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던 것이다.

이번 세계경제의 위기, 전세계적 소비 급감에 의한 자동차산업의 타격, 만성적인 자동차 메이커의 과잉설비, 과잉축적 등의 상황 역시 노동자들이 잘못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은 이에 대한 뒷감당을 전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고자 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심각할 것이다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대우자동차는 해외매각으로 가닥이 잡힌 이후, 정부와 사측은 노동자들에게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하였다.

정부는 2000년 중반, 인수협상을 진행하던 포드가 인수포기를 선언하자 구조조정동의서에 합의하지 않으면 부도처리하겠다고 대우차 조합원들을 협박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2000년 11월 27일, “대우자동차 노사는 회사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하여 사업구조, 부품 및 제품가격, 인력 등을 포함한 전 분야에 걸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아내었다. 이 이후에 정부와 자본은 희망퇴직, 정리해고로 나아갔다.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이후, 몇 년간 수출호황을 경험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경제위기는 8-9년 전 대우사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와 파괴력이 큰 것이다.

GM을 포함한 미국 빅3의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소형차 중심이라 경제위기의 타격이 작다던 현대차 또한 미국공장 감산에 이어 국내공장의 잔업특근 폐지, 조업시간 단축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세계경제위기의 규모와 심각한 GM의 상황을 보았을 때, 2001년보다 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우자동차 역시 지금은 휴업, 연말성과급 지급유보, 복지혜택 축소 등에 그치지만 금새, 무급휴직, 임금삭감,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 더 큰 자본의 공격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다.

앉아서 당할 것인가 일어서서 싸울 것인가!

2001년 대우차가 GM에 매각되고, 1750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자행되던 시점에서 대우차 노동자들은 투쟁방향이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처리에 대한 수세적 대응수준을 못 넘어섰다.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정리해고가 자행된 상황에서 오히려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공장정상화, 회사경영정상화가 살 길이라는 회사의 요구에 굴종하는 주장이 대우차 노동자 사이에서 나오기까지 하였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결국 산다는 사고가 맞아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GM 인수 이후 몇 년간의 수출호황은 결국 노동자의 삶을 파괴시키는 현실의 재등장을 위한 유예기간에 불과하였다.

GM대우라는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자본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은 구조조정, 감원, 생산축소 등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며, 이는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으로 내모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감내하고 참으면 조만간 현상태가 개선될 것이라고, 대우차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이 보장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재 존재하는가?

이러한 현실에서 노동자가 선택할 것은 하나뿐이다.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방어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단결투쟁! 이것만이 스스로를 아무리 부려먹어도 복종하는 노비로 전락시키지 않고, 자신의 삶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