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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특호]세계자동차산업의 위기와 사회주의 대안

세계자동차산업의 위기

세계2위, 미국1위인 GM의 파산위기가 보여주듯, 세계자동차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비단 미국의 빅3뿐만 아니라, 각국의 자동차업체들이 판매부진에 따라 감산·감원 계획을 발표, 실행하고 있다.

세계1위 도요타는 내년 1월부터 일본내 공장에는 주3일 휴무를 도입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유럽 최대업체인 폭스바겐도 2009년 자사 판매가 10~12% 하락할 것으로 보고 감산(조업일수 단축)에 들어갔다. 르노는 유럽에서만 6,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업체들도 마찬가지로, 모든 업체가 이미 감산에 들어갔다. GM대우의 경우는 지난 1일부터의 부평2공장 가동중단에 이어 22일부터 내년 초까지 전 공장 휴업에 들어간다.

설비에만 막대한 돈이 투자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자본에게는 시설을 놀리는 것만으로도 손실이다. 모든 업체들의 감산과 조업시간 단축, 유휴시설 확대가 현실화되면서 세계자동차업계는 누가 출혈을 오래 버티는지의, 말 그대로의 막장경쟁에 돌입했다. 이 게임은 누군가는 반드시 죽어야하는 폭탄돌리기이기도 하다.



위기의 원인

자본가 언론들은 GM의 파산위기가 강경한 노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위기가 GM만이 아니라 세계자동차산업 전반의 것이고, 세계자동차업계가 동시적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① 세계공황으로 인한 소비위축

세계자동차산업의 위기, 즉 판매부진과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일부 업체의 적자구조로의 전환은 직접적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듯, 월가의 파산으로부터 본격화된 세계공황으로 인한 소비위축 때문이다.

최대시장인 미국의 11월 자동차 판매가 36.7% 감소(이하 전년동월대비)한 74만 8천대로, 9월부터 세 달 연속으로 100만대를 하회했다. 중국 -14.6%, 일본 -18%, 독일 -17.7% 등 주요 시장의 판매도 동반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금 문제시되고 있는 미국 빅3뿐만 아니라,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의 판매실적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11월 미국시장에서 GM의 판매가 파산 우려로 인해 무려 41.3% 줄었는데, 일본 빅3(도요타, 혼다, 닛산)의 판매도 모두 30% 넘게 급감했다. 현대기아차 판매 역시 38.6%나 감소했다.

판매부진에 따라 혼다자동차는 2000년대 들어 영업실적이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세계공황이 노사가 화합하여 가장 경쟁력 있다는 일본 업체까지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② 구조적인 과잉설비

세계공황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그러나 세계자동차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같은 악조건에서 유독 자동차산업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자동차산업이 구조적인 과잉설비이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과잉설비의 문제점을 노출한 세계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생산능력-생산대수)은 1990년에는 1,300만대 수준이었고, 2001년에는 2,300만대 수준까지 증가했다.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JD파워는 급격한 소비위축과 건설 중인 공장들로 인해 09년에는 과잉생산능력이 2,9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과잉생산능력의 존재로 자동차산업의 가동률은 60~70%대(정상수준 80%)에 머물러왔고, 이는 유휴설비에 투자된 자본의 현금화, 즉 자본의 순환을 지연·단절시킴으로써 자동차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왔다.

세계자동차산업에서 지속적으로 과잉생산능력이 증대해온 것은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이 수요가 늘어나는 지역시장(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설비를 증설(특히 현지공장 건설)해왔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과잉설비에는 한국이 한 몫을 톡톡히 담당했는데, 과잉중복투자의 전형이었던 삼성자동차나, 지금 위기의 와중에도 체코와 러시아에 신규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의 공격적인 경영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과잉설비의 또 하나의 이유는 자동차산업이 고용, 생산 및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전후방 연관효과가 커서 경제위축을 우려한 국가의 개입으로 낡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의 폐기가 지연돼왔기 때문이다(이번의 GM 구제금융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세계시장에서의 무한경쟁이 과잉설비를 구조화시킨 것이다.

한편 대규모의 과잉설비에도 불구하고 신규투자를 멈추지 않는, 서로간의 공멸을 부르는 무한경쟁은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는데,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경쟁자의 시장을 가로채려는 자본의 탐욕과 시장경제가 사회 전체적으로 얼마나 큰 비효율과 낭비를 발생시키는지를 알게 해준다.

장기불황과 상시적 구조조정을 겪을 세계자동차산업의 미래

세계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세계공황과 구조적인 과잉설비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위기는 단기간에 극복되지 않고 장기화될 것이다.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 즉 공황이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공황으로 인한 소비위축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에도 완전히 타당하다.

그리고 각국이 자국의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한 구제금융 등의 지원에 나섬으로써 위기의 구조적인 원인인 과잉설비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당연히도 장기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간의 생존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공룡기업 GM의 파산위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경쟁의 격화로 자동차업계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될 것이고, 자본은 살아남기 위해 상시적인 구조조정체제로 돌입할 것이다.

감산·감원과 세계적 수준과 공장 내에서의 생산라인 재배치, 임금삭감, 노동조건 악화 및 비정규직화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자본 간의 인수합병도 활발해질 것이다. 무엇도 노동자에게는 고용안정, 생활안정을 파괴하는 끔찍한 재앙들이다.

과잉자본의 위기를 사회주의로 극복하자

앞서 세계자동차산업의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에 대해 말했는데, 여기서 ‘과잉’이란 사회(주민)의 필요와 욕구에 비해서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본이 기대하는 일정한 이윤율에 비추어 많다는 의미이다.

자본주의의 적대적인 분배관계(생산된 부가가치는 자본가와 노동자에게 분배되는데, 한편 몫의 확대는 반드시 다른편의 몫의 감소를 불러온다)에 의해 규정되는 유효수요(돈으로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요)를 초과하는 상품은 팔리지 않게 되는데, 이 과잉생산분을 만들어내는 자본은 이윤과 이자를 낳는 자본의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해내지 못하는 불임자본인 것이다.

모든 자본이 기능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자본이 존재하는 상태를 과잉자본이라고 하는데, 세계자동차업계는 현재 과잉자본으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과잉자본의 문제는 대개 공황을 통해 경쟁에서 뒤처지는 자본이 폐기됨으로써 해결된다.

그런데 이러한 해결과정은 과잉자본에 고용돼 있던 노동자의 대량해고, 청산되지 않기 위한 자본간의 경쟁적인 구조조정, 이로 인한 노동조건 악화를 의미한다. 즉 과잉자본으로 인한 위기는 노동자의 희생으로써 극복된다.

그러나 과잉시설이란 이윤을 낳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용해지는 자본주의 운영원리에 비추어서만 과잉인 것이지, 실제 그것이 사회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무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만약 공장이 사회의 필요와 욕구를 직접 충족시키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가동된다면 과잉생산이란 존재할 수 없고, 당연히 주기적인 공황과 노동자의 희생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주민은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재화에 대한 직접적인 권리를 가지며, 이 권리는 공동체에의 민주적 참여와 사회에 유용한 노동을 함으로써 보장된다.)

이윤과 시장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사회의 필요와 욕구를 직접 충족시키기 위한 생산이라는 사회주의 운영원리의 도입이 과잉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의 희생 없이 해소하는 유일하고 근본적인 방법이다. 가령 GM대우 노동자는 팔리지 않을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에 근거해 주민 자치체가 필요로 하는 자동차를 생산함으로써 일터를 지킬 수 있다.

이러한 운영원리의 변화, 사회주의 대안의 도입은 오직 자본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단결하고 정치세력화해가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실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현 시기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계급을 혁명적 실천으로 안내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가령 국유화 같은 과도적 요구들)을 공세적으로 개발해 실천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