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43호]어느 젊은 비정규노동자의 이야기

사실 난, 요즘 표정관리가 좀 안 된다. 도대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일하는 곳은 국내에서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자동차회사에 주요부품을 납품하는 공장이다. 이 공장 자체도 꽤 인지도가 있어서 여기 다닌다고 말하면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연중 공장을 견학하는 손님이 끊이지 않고, 심심하면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들고 찾아올 정도로 첨단 공장이니 그럴 수밖에.

첨단 공장에서 미칠 듯이 뽑아내는 자동차는 뭐가 그리 좋은 지 잘도 팔려나갔다. 덕분에 작년 11월까진 날마다 2시간씩 잔업에, 주말마다 14시간짜리 야간특근을 해 내느라 숨이 막혀왔다.

입사한지 딱 8개월 만에 체중이 15kg이 줄었다. 그 때쯤 되니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식사량을 두 배로 늘리고, 집에 오면 잠만 잤더니 몸무게가 더 줄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시절에 나는 온갖 짜증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게 힘들었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몸무게가 10kg 늘어서 표준체중으로 돌아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잔업, 특근이 없어지자 거짓말처럼 몸무게가 불기 시작했고, 충분한 휴식으로 육체적 스트레스도 훨씬 줄었다.

그럼 난 행복할까?

잘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잔업, 특근으로 골골거리던 그 시절보다야 지금이 훨씬 낫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지난달 받아본 내 월급명세표에는 4대보험, 세금을 떼고 나니 88만원이 찍혀 있었다. 그것도 한 달에 2주 이상은 허벅지 꼬집어 가면서 야간에 일하는데 말이다.

사실 난 아직은 젊고 혼자 살기 때문에 그 정도 월급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된다. 비록 미래를 준비하기는 힘들지만, 어차피 거기까지 생각해 볼 여유도 없었다. 지금도 하고싶은 것들을 꾹 참으면 그럭저럭 살만하다.

그런데 내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는 소리를 하고 있다. 12월부터 잔업, 특근이 없어지자 난 속으로 이제야 좀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내 옆에서 일하는 동갑내기 유부남은 주말에 일명 ‘노가다’라도 같이 나가자고 한다. 우습게도 우유부단한 난 같이 인력사무소에 따라갔는데 불경기 탓에 주말만 뛰는 노가다 자리는 없어서 우린 그냥 돌아 나와야 했다.

그 친구는 지금 몇 달째 적자 가계를 꾸려오다가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다음 달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한다. 차라리 월세라도 줄이려고 처가에 들어가 살면서 월세라도 찾겠단다. 내게는 가장 힘이 되는 친구였지만, 뭐라 한마디 붙잡을 용기는 없다.

우습게도 내 입사 면접 때 우리업체 소장은 우리 회사는 지역의 다른 어떤 중소업체보다도 많이 받는 편이라고 얘기했었다. 당시 난 3,770원짜리 최저임금 명세표를 받았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 워낙에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당시 잔업 다 뛰고 특근 3개 정도 하면 달 환산시간이 430시간을 넘기 일쑤였고, 그렇게 해서 월 130정도를 받으면 그게 지역에서 나같은 비정규직 중에는 많이 받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던 셈인데 지금은? 그냥 웃고 만다.

경제위기가 오고 상황이 달라지다 보니 관리자들은 이 불경기에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디냐고 말을 바꾼다. 나가봐야 갈 데도 없을 테니 닥치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거다.

우습게도 이따위 협박이 통하는지 우리 공장은 신입사원 중에 절반 정도는 두 시간 일해보고 도망가는 걸로 유명했는데, 요즘은 그만두는 사람이 확실히 줄었다. 이해가 되는 것은 업체당 사람을 한 명씩 줄이기로 했다느니, 어디 공장은 업체 하나가 통째로 없어졌다느니 하는 흉흉한 소식이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잔업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엄청 늘었다. 사람이 그만둬도 새로 뽑지 않는다. 연차 한 번 쓰려면 온갖 싫은 소리를 다 듣곤 했던 때가 불과 몇 달 전인데도 요즘은 높은 곳의 방침이라며 강제로 2명씩 연차를 쓰고 있다.

그러니 늘 인원이 부족한 상태로 근근이 라인이 돌아간다. 남는 인원이 없다보니 조그마한 불량 하나라도 터지는 날엔 온갖 쌍욕을 듣기 일쑤다. 예전보다 일을 적게 하는 만큼 이제는 불량 나오면 회사 그만둘 각오를 하란 소리가 매일같이 조회 때마다 반복된다.

그러니까, 난 잘 모르겠다는 거다.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에는 일하는 양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한 달에 이틀 정도가 쉬는 날이고,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하고... 경제위기 탓에 이제 좀 쉴 수 있다 생각했더니, 마치 내가 경제위기를 불러온 것처럼 날마다 불안에 떨어야 한다. 월급으론 생활이 힘들다.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