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44호]노동자가 살아야 경제도 산다. 국가가 고용안정을 책임져라!

경제를 더한 수렁으로 내모는 고용대란

경제위기로 구조조정과 해고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비급감과 막대한 과잉생산능력으로 심각한 수익성·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를 보면, 비정규직에 이어 정규직도 해고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3월에 GM대우는 비정규직을 무급휴직시키고 그 자리에 정규직을 전환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천여명의 비정규직에 대한 사실상의 해고조치였다. 그리고 이미 작년에 ‘비정규직 해고-정규직 전환배치’를 실시했던 쌍용은 이어서 얼마 전에 전체 인원의 37%에 달하는 2,646명 정리해고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대량해고사태는 비단 자동차 업계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닌 전사회적 현상이다. 그 결과 취업자수가 3월에만 전년동월대비 19만5천명이 줄어 실업률이 4%로 늘었다(4월15일 통계청 발표). 아직 4%라고?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실상 실업자에 통계청 실업자를 합한 실질실업률은 15%를 넘어선다. 고용대란이다.

해고는 당사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전사회적으로도 고통을 야기한다. 기업은 경제위기 때문에 상품이 안 팔리고 재고가 쌓여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생산량과 인력을 줄인다.

그런데 노동자는 한편으로는 소비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해고는 시장상황을 추가적으로 악화시킨다. 그러면 다시 기업은 생산력과 인력을 또 줄이게 된다. ‘실업증가->수요위축->실업증가’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경제는 이렇게 나선형적 추락을 겪는다.



구조조정 범람의 파괴적인 결과들

때문에 경제의 나선형적 추락, 악순환을 끊는다는 점에서 고용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고용안정을 경제위기 악화를 막는 방파제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 중의 하나가 이른바 ‘구조조정=경쟁력 회복’ 이데올로기이다. 즉 경제위기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고,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살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고용보장보다 우선해야 하고,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시장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만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실제로 IMF위기 이후 십년이 넘게 정리해고를 늘 수반하며 노동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집행돼왔다.

그런데 오늘날 그 결과는 어떠한가? 질 좋은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바뀌어왔고, 불평등과 양극화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확대돼왔으며, 시대역행적인 절대빈곤 증가(노숙인 문제 등)를 겪어왔다. 청년실업문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

반면에 재벌들은 정리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화 등 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자신들만을 위한, 자신들만의 부를 쌓아왔다. 값싸고 오래 일하는 노동력이 만든, 재벌의 상표를 단 상품들은 세계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왔는데, 그러나 수출호황은 일자리와 서민 소득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고 소수의 대기업 주주와 임원들의 배만 불려왔다(고용없는 성장).

지난 십년 간 한국경제가 겪어온 저성장, 고실업, 양극화는 이를 증명하는 바이다. 한국경제는 구조조정의 범람으로 인해 만성적인 내수부진에 빠졌고, 고용안정과 맞바꾼 수출경쟁력 강화는 내수부진을 상쇄하기는커녕 온갖 문제를 야기하는 재벌의 지배력만 키워왔다.

고용안정 쟁취, 무엇을 요구해야 하나?

이제 이만큼 당했으면 미몽에서 깨어날 때도 됐다. 자본 위주의 일방적 구조조정은 우리네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전혀 개선시켜주지 않는다. 더한 위기를 막아내는 방파제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바로 고용안정이다.

그리고 고용안정이야말로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회생하는데 있어 굳건한 지반 역할을 해준다. 일자리가 지켜져야 안정적인 소득과 소비가 보장되고, 안정적인 소득·소비가 주어지면 안정적인 생산활동도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이 위기의 시기에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첫째, 파산 위기의 기업들에 정부가 고용안정기금(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고용안정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며, 국민이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다.

둘째,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은, 회사를 파산으로까지 몰아넣은 책임을 물어 경영자는 물러나게 하고 대주주의 주식은 소각시켜 국유화한다. 세금으로 운영된다면 국민의 소유가 되는 것이 맞다.

셋째, 노동자를 희생시키지 않고서는 회사를 살릴 수 없다고 강변하는 무능력한 자본가들의 소유권을 제한한다. 기업경영을 고용안정 등의 사회적 목표에 종속시키기 위해 고용안정법 제정, 공공기관이 가진 채권의 출자전환, 국유화 등의 가능한 방법들을 사용한다.

넷째, 진보적 재정지출을 통해 사회안정망을 확충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대거 창출한다. 열악한 사회안정망과 높은 실업률은 노동자의 교섭력을 약화시켜 고용안정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기간산업 및 금융기관의 국유화. 시장경쟁이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고용쇼크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대체하는 계획화가 필요하며, 기간산업 및 금융기관의 국유화는 폭넓은 계획화의 전제이다.

여섯째, 기업경영에서 산업별 조정, 정부정책에 이르기까지 각급 수준에서 노동자통제를 도입·강화한다. 소유에서의 사회화(국유화)가 운영에서의 민주주의와 결합하지 못한다면, 관료주의적 폐해를 드러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곱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서, 노동자 민중이 앞의 요구들을 갖고 국가를 상대로 한 정치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구조조정 분쇄·생존권 투쟁은 사회화 투쟁과 결합해야 한다. 모두가 고용문제를 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