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45호]'5개의 공장'으로 살펴보는 노동자통제

아직도 활동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국유화나 노동자 통제를 이야기하면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 노동자통제의 경험을 담은 다큐멘터리 <5개의 공장이야기>를 본 사람이라면 결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 공장을 살펴보자. 베네수엘라 타치라의 한 섬유공장은 99%의 생산가동률이 보여주는 실물경제상의 우량기업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를 가진 자본가는 이 공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른 목적으로만 사용하다가 결국 도산에 이른다.

이 공장은 무려 4년이나 폐쇄되어 있었지만, 노동자들은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이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직물노동자로서의 삶을 이어가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에 운영계획을 제출하는 등 1년여의 준비 끝에 운영자금을 4%의 저금리로 대출받고 40% 수준의 생산을 시작했다. 118명으로 시작한 타치라 직물노동자 협동조합은 생산량이 회복됨에 따라, 고용은 점차 확대되고 8년 동안 상환예정이던 대출금도 조기에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직조부에서 일하는 ‘리고베르토 로페즈’씨는 “평생 43년 동안이나 직물 노동자였던 자신에게 해오던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협동조합은 “자신의 삶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계기였다고 한다.

단지 작은 회사의 예일 뿐일까?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평가받는 노동자통제 기업은 ‘알카사’라는 알루미늄 강판 생산 회사이다. 이 기업은 소속된 노동자만, 2,700명 규모이고, 관련 산업 부분의 16개 기업의 지주회사이다. 애초부터 국영기업에서 출발한 이 기업은 조언을 담당하는 한 명의 정부파견 이사를 제외한 모든 이사진을 노동자들이 직접 선출한 이사회로 운영되고 있다.

노동자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엇보다 의사결정구조가 투명해지고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 모든 공장에서 최고의 의사결정기구는 노동자 전체가 모여 토론하는 노동자평의회이다. 모든 경영정보는 모든 노동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알카사에서는 세 명의 관리자를 직접 선출하는 것은 물론이며,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10여 명마다 한 명씩의 노동자대표를 두고 있다. 이들이 모든 일상활동을 관장한다.

그러다 보니 임금에 있어서 평등주의는 하나의 원칙처럼 여겨지고 있다. 예를 들어, 카이과의 케첩 공장에서는 관리자, 선임기술자 가릴 것 없이 모두 똑같은 임금을 받는다. 모두가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보니, 회사의 이익도 균등하게 분배된다.

또한,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일자리를 되찾은 만큼 무엇보다 연대의식이 투철하다. 공장의 구내병원을 지역민에게 개방하거나, 구내식당에서 무료급식을 벌이는 운동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

제지회사인 인베팔은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가 지역의 학교에 공책을 무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인베팔은 아예 돈 없이도 지역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를 만들어 운영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회사의 운영원리 자체가 달라졌다. 모든 공장들은 당장 눈앞의 이윤보다는 고용을 늘려가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인베팔의 경우 처음 노동자 통제를 시작했을 때에 비해 노동자 수가 두 배로 늘었다.

알카사의 경우, 과거에 80% 이상 수출해오던 생산품을 좀 더 베네수엘라 내수경제에 기여하는 쪽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도시 운송수단을 만드는 기업에는 알루미늄을 시장가격보다 40% 싸게 제공한다. 이전보다 훨씬 공적 성격이 강화된 것이다.

다섯 개의 공장이야기가 우리에서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혁명은 의식적이고 지적인 차원과 관계된 일입니다. … 인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 권위 때문에 천 년 동안이나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고 살아왔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 보십시오.”

이제는 알카사의 이사로 일하는 엘리오 사야고씨의 이 육성은 노동자통제는 현재진행형이며,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본가 없는 공장은 더 이상 상상속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이며, 필요한 것은 활동가와 노동자의 의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