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47호]산별노조의 밑으로부터의 유명무실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완성차 지부들은 어디에 있는가?

평택공장에서 이른바 ‘죽은 자’들이 말 그대로 사생결단 투쟁을 50일이 넘게 벌이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안 잡히고 있다. 법정관리인은 구조조정이 아니면 청산이라는 양자택일을 고집하고 있고,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논의조차 안 하고 있다.

정리해고 철회와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하는 교섭테이블로 정부를 빠른 시일 내에 불러내지 못한다면, 쌍용차 사태는 공권력 투입과 이에 따른 최악의 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

한편, 이러한 답보상태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금속노조의 무기력이다. 금속노조의 파업투쟁은 국면을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대투쟁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완성차 지부들의 책임이 크다.

너도 나도 쌍차투쟁이 전체 노동자의 사활이 걸린 투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완성차지부와 이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금속노조는 사활의 기로에서 스스로 존재의의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불균등 발전과 계급적 단결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하지만, 모든 자동차업체가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자동차회사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그동안 세계 자동차시장이 포화상태였는데,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들이 퇴출되거나 감산하면 다른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 국내에서는 쌍차·GM대우가 전자의 경우이고, 현대·기아차는 후자에 속해 있다.

이러한 기업 간 불균등 발전은 노동자들 사이에 차이를 만들어내고 계급적 단결을 어렵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길거리로 내쫓기는 데 반해, 현대·기아차 조합원들은 공장 밖으로 연대투쟁을 나올 이유를 체감하지 못한다. 그리고 ‘뉴GM'에 편입된 GM대우 조합원들은 일단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우유부단하기만 하다.

실리주의의 칼끝이 향하게 되는 곳은?

자본주의경제가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불균등 발전, 노동자들 사이의 온갖 차이와 격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어왔던 것은 계급의식의 성장 때문이었다. 서로 다른 업종과 직종, 회사, 노동환경에서 일하지만 자본에게 노동력을 팔아 임금으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동일한 적을 둔, 서로 같은 노동자라는 의식이 단결케 해준다.

반면, 계급의식을 파괴하는 노동자 의식이 실리주의이다. 눈에 보이는 이익만을 좇는 실리주의의 끝은 한 둥지의 ‘우리’를 위해 다른 둥지의 ‘너희’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자꾸 ‘우리’와 ‘너희’를 나누다보니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으로 나뉘고, 이제는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산 자와 죽은 자로도 나뉘고 있다. 실리주의의 칼끝은 언젠가는 자신을 겨누게 된다.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다시 도약하자!

민주노조운동 안에 만연한 실리주의를 극복하고 다시 계급의식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요구, 바로 반자본주의적 요구로 무장해야 한다.

산업·업종·기업 간 불균등 발전이 노동자들 사이에 고용조건·임금 등에서의 차이와 격차를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데, 계급 전체를 포괄하지 못하고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조합주의적 요구로는 실리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느끼고 차별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누가 계급적 단결을 하자는 호소에 반응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보편적인 요구,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즉 자본주의 반대로 나아가는 요구들을 갖고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러한 반자본주의적 요구로는 해고 금지, 비정규직 철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업 국·공유화, 노동자통제, 경제 계획화 등이 있다.

반자본주의 투쟁만이 계급의식을 높여낼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이여,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다시 도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