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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노동운동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 쌍용자동차 투쟁



지난 8월 6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일단락되었다. 77일간의 옥쇄파업, 86일간의 고공농성, 2주일에 걸친 공권력의 침탈을 고려할 때, 이는 한국 노동운동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 투쟁이었다.

쌍용자동차 노조 집행부와 파업투쟁에 결합한 노동자들은 기대 이상의 강력한 투쟁을 진행했고, 전체 노동운동 진영의 연대투쟁을 불러 일으켰다. 예상을 뒤엎는 강력한 옥쇄파업과 쌍용자동차 정부책임 여론은 정권과 자본을 당혹시켰고 공권력 투입 또한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이전 노조 집행부가 같은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으로 공장을 떠나는 것을 묵인하고 방조했다면, 옥쇄파업을 전개한 노조 지도부와 노동자들은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가져나갔다.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 고공농성에 들어갔고, 도장공장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현장의 곳곳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조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흐뭇한 모습이었다.

패배한 쌍용자동차 투쟁

하지만, 총고용보장과 정리해고분쇄를 목표로 한 쌍용자동차 투쟁은 그 결과로만 보면 실패한 투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쌍용자동차를 이 상태로 몰아간 장본인이 바로 해외매각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하고 실행한 정부였으며 쌍용자동차에 공적자금 1조원만 투입해도 정상화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실현되지 못했고, 이후 가능성조차 매우 희박해졌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부분은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나타난 민주노조운동의 현실이다. 뙤약볕에 식수공급조차 차단된 채 2주일간 진행된 공권력의 노동자 사냥에 대한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무기력한 대응은 민주노조운동진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최소한 가장 적극적으로 파업투쟁을 진행해야 할 단위는 다름아닌 동종 자동차 업계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노조였다. 하지만 77일간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옥쇄파업기간 동안 기아자동차를 제외한 자동차 완성3사 대기업 노조는 쌍용자동차 문제로 파업을 벌여내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책임을 방기해 버렸고, GM대우자동차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는 시기에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하나의 노조로 더 큰 힘을 만들자고 했던 금속산별노조의 현실이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공권력 투입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금속노조의 선언은 웃음거리가 되었다.

쌍용자동차 안에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가? 바로 얼마전까지 같이 일하고 같이 살자고 집회하고, 심지어 노조간부까지 했던 노동자들이 구사대가 되어 파업투쟁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민주노총을 공격했다.

이러한 민주노조 운동의 현실은 쌍용자동차 투쟁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다. 올 3월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지부는 정규직 고용을 지킨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잘라내는데 사실상 동조해버리는 행위를 저질렀다. 현대미포조선노조는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자본의 탄압을 받는 조합원을 오히려 중징계하는 반노동자행위를 버젓이 저질렀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처리하지 않고, 사실상 이러한 상황에 이끌려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쌍용자동차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선거를 연기하고 파업을 벌이는 결정을 내려도 동력이 모아지지 않았으며,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 또한 말뿐인 총파업이 되었다.

쌍용자동차 투쟁의 교훈과 과제

민주노조운동은 어떻게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가? 수없이 공장의 담을 넘어 하나가 되자고 했지만, 여전히 기업별 담벼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는 단사의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민주노조운동은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대만 살면 그만이고, GM대우만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로 옆의 동지들이 죽어가도 자신만 살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우리 민주노조운동에 심각히 뿌리박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점차 극복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대공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함께 살자고 해야 모두 살 수가 있는데도, 서로 자신들만 살려고 발버둥치면서 사실상 모두가 죽어가고 있는 사실은 잊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불과 몇년 전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IMF이후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상당수가 해당 사업장의 고용만 지키고 임금만 올리면 된다는 방식으로 운영한 결과가 지금의 현실을 만들었다. 변혁적인 전망을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갈팡질팡하거나, 경제가 어렵고 회사가 어려우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고 최소화하면 된다는 대응이 노동자들을 이기적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선거가 노동자들의 직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단순히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혁신될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이러한 상태가 더이상 지속되어서는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는 없다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경제대공황의 시기, 민주노조운동은 사회주의적인 전망을 자신의 과제로 받아안고 투쟁해 나갈 때에만, 자본과 정권의 물리적, 이데올로기적인 탄압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드러난 위기에 대해 노동자들이 서로 혼자만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본가 소유를 부정하고 그 공장을 노동자들이 운영하겠다는 과감한 실천방향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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