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는 장소 주위로 양복을 차려입은 어른들이 캠페인을 지켜보고 있다. 그 어른들은 전주 시내 각 학교에 다니고 있는 교사들이었는데 다가와서 몇 명이 참여하고, 언제까지 하고, 어디서 누가 참여하는지 묻는다. 다가가서 교사인지, 어떻게 알고 왔는지 궁금하다고 물어보면 슬렁슬렁 자리를 피한다. 자기 학교 학생을 발견한 한 교사는 “우리 학교는 두발도 자유고 학생 생활을 모든 면에서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왜 너희가 이 자리에 나와서 캠페인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두발자유는 청소년 인권 이슈로서는 신선하지 못한 요구”라는 평을 남기고 돌아갔다.
작년 5월 14일도 그랬다. 청소년들이 두발자유를 위한 촛불집회를 진행하기로 했던 장소에는 이미 교육청으로부터 ‘학생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공문을 받은 무수히 많은 교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나왔던 청소년들은 촛불을 들 용기를 내지 못하고 각자 흩어지고 말았다.
지난 해 두발규제를 반대하는 청소년들의 요구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학교에서 강제적인 두발규제를 하지 않도록 하는 권고안을 냈고 올 초에는 민주노동당이 학칙에 의한 학생의 인권 제한/침해를 금지하고 학생들의 학내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학생인권법안’을 발의해 청소년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인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적으로 그에 대한 공감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작년과 올해 학교의 두발규제는 여전하고, 또 캠페인에 참여한 학생들을 관리하고 지도하려는 교육청과 학교의 모습도 여전하다. 학교일정 외의 시간에도 학생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관리와 지도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캠페인을 감시하기보다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들이 이야기하는 바에 귀 기울여야 하지만 학교는 자신이 만든 사각 틀에서 청소년들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훈계하는 눈과 입은 있어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귀는 갖고 있지 않은 게 틀림없다. 사실 작년과 올해뿐만 아니라 학교가 만들어질 때부터 학생들을 향한 귀는 없었는지 모른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학교를 향해 올해도, 내년에도 ‘신선하지 못한 요구’로 학교의 귀를 뚫어드려야지. “우리는 학생답기보다는 인간답기를 원합니다.”
청소년 인권침해의 한 장면! - 스틸컷 만들기
아래는 청소년 인권 캠프에서 중학생 3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
대부분의 청소년들을 학생이란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학교제도가 강요하고 있는 규율 안에서 인권을 침해당하며 생활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 중에서 “이건 정말 억울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 많지만 이를 ‘나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인식하거나 더 나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졌던 불만이나 부당하다고 느꼈던 일들을 ‘청소년 권리 조약’과 비교해 보면서 자신들이 가지는 권리 중에서 어떤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이었는지 알아 볼 수 있도록 한다.
스틸 사진 만들기/극
1> 준비물 - 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
2> 진행방법
· 모둠을 나누고, 모둠별로 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을 나누어준다.
· 모둠별로 학교 안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을 모둠의 수대로 제시한다.
* 등교시간 교문 앞 풍경
* 하루 종일 시달리는 공부
* 두발 단속
* 청소년에게도 집회의 자유를!
* 시험/성적표
* 소지품 검사
* 학교 안에 CCTV
·모둠별로 제시된 사례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 상황과 관련된 모둠원들의 경험을 서로 나눈다.
·모둠별로 이야기를 진행한 후 사례 관련 구체적인 이야기를 만든다.
·청소년 권리 조약의 조항 중 어떤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알아본다.
·모둠원 전체가 스틸사진 속 소품, 학생, 선생 등의 역할을 하나씩 맡아 그 상황을 스틸컷으로 만든다.
·모둠별로 스틸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떤 내용을 스틸사진에 담았는지 이야기해준다.
다음은 이 인권침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면서 그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을 극으로 만든다.
·모둠별로 대본을 만들고, 연습~
(모둠별로 대본을 만들면서 각자의 생각들을 논의하고 정리한다.)
·극을 발표한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