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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여름에 우리는 휴가를 떠나 그 동안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어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나도 푹, 만사를 다 잊고 쉬기를 원한다.
그런데 월드컵 광풍이 지나고 난 그 자리에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한다고 하면서 밀어붙이는 한미 FTA 2차 본 협상이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칠 재앙의 수준은 단지 차별과 빈곤이 확대, 심화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본과 소수의 사람만이 부유해지고, 다수의 사람들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런 잘못된 협상을 막아내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또 평택에는 미군기지를 확장하려는 정부의 예정된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대추리와 도두리 마을 빈집 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인권활동가들은 쉴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그것 뿐 만인가. 진행 중이던 사업들에다가 불쑥불쑥 터지는 현안들이 인권활동가들의 대응을 요구한다. 좀체 쉴 틈 없이 들볶이는 나날들은 모두 휴가를 떠나는 여름이라고 달라질 리가 없다.
인권활동가들이 쉰다는 것, 그것은 분명 재충전을 하는 것일 것이다. 핸드폰으로 말하면 마지막 전력까지 다 쓰고 난 뒤에 ‘만땅’으로 충전을 하거나 완벽한 충전이 된 예비 밧데리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인권활동가들은 ‘만땅’ 충전된 밧데리나 예비 밧데리는커녕 눈금 하나 겨우 간당거리는 정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활동으로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기 때문에 ‘떠나지 않기 위해 쉬라’는 충고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올 여름 바쁜 일정에도 예비 밧데리는 아니라도 있는 밧데리 눈금 꽉 채우는 그런 휴식을 계획해보고 싶다.
<사람>이 이번 호부터 판형을 바꾸었고, 지면도 일부 개편했다. ‘노올자’, ‘뒷담화’, ‘점점점’과 같은 꼭지들이 애초에 생각했던 만큼 내용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비슷비슷한 내용들이라서 꼭지간의 구별이 없어 ‘내목소리’만 남기고 폐지했다. ‘인권과 친구하기’도 아쉽지만 끝내기로 했다. ‘특집’과 ‘기획’으로 나뉘었던 것도 ‘특집’ 하나로 합쳐서 얘기를 하다 마는 것 같은 찜찜함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리고 몇몇 꼭지는 이름을 바꾸었고, 새롭게 인권단체연석회의가 벌이는 ‘반차별 집중행동’에 맞추는 ‘인권캠페인’을 신설한다. 그리고 지난번의 ‘인권의 역사’ 연재에 이어서 ‘인권운동 길찾기’를 10회를 예정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7월 중순에는 웹진을 선보이게 된다. 이전의 필요한 기사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장애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올해의 인권캠페인의 주제는 ‘HIV/AIDS 감염인,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