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루르르릉~
“네, 다산입니다.”
…“저 말씀 중 죄송한데요, 지금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들이 아무도 자리에 안 계세요.”
다산인권센터와 한 사무실을 쓰고, 번호는 달라도 키폰으로 연결된 전화를 사용하는 까닭에 대략 사무실 지킴이(?)인 나는 하루에도 네댓 번 전화기에 대고 이런 멘트를 날린다. 올 한해는 이슈대응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현장과 이런저런 회의에 참여하느라 사무실은 늘 한산하다.
“네, 다산입니다.”
…“저 말씀 중 죄송한데요, 지금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들이 아무도 자리에 안 계세요.”
다산인권센터와 한 사무실을 쓰고, 번호는 달라도 키폰으로 연결된 전화를 사용하는 까닭에 대략 사무실 지킴이(?)인 나는 하루에도 네댓 번 전화기에 대고 이런 멘트를 날린다. 올 한해는 이슈대응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현장과 이런저런 회의에 참여하느라 사무실은 늘 한산하다.
평택, CCTV, 경찰폭력... 넘쳐나는 이슈
다산인권센터는 작년부터 인권교육팀과 이슈대응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활동가도 줄어 팀제운영이 모호해졌고, 내부적으로 현안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있어 핵심 사업을 선정하고 집중하기로 했다. 2006년 다산인권센터의 집중사업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용역과 구사대 폭력 대응, 그리고 제10회를 맞는 수원인권영화제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운동은 작년부터 이슈대응팀을 해 온 박진 활동가의 몫이다. 지난 2월 ‘평화촌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평택 문제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주한미군 이전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현재의 평택은 기지를 반대하는 반기지 운동이면서, 전 세계를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제국주의 반대운동이고, 국책사업으로 인해 끊임없이 희생되는 땅에 일상을 유지시키겠다는 대안적 운동, 곧 평화적 생존권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그 속에서 평화적 저항의 실천과 가능성도 보았다. “대중들을 만나 ‘인권’의 이름으로 싸울 수 있게 한 곳이 평택이에요. 3월 6일 인권활동가들이 투쟁의 맨 앞에 서면서 맨 몸으로 저항하는 모습들을 보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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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활동가는 평택투쟁은 인권활동가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투쟁이었다고 한다. 몸보다 머리가 앞서는 방식으로 투쟁해 온 인권활동가들의 몸을 요구했고, 비폭력적 저항을 하면서 인권활동가 스스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박진 활동가는 비폭력적 저항을 평화적 저항이라 바꾸었다. ‘비폭력적 저항’이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으로 협소하게 이해되는 것을 경계했다. 트라이던트 보습 만들기(본지 12호 특집 참조)와 같이 더욱 적극적이고 직접적이면서 상상력이 필요한 저항을 만들어 갈 것이 기대된다. 그리고 직접행동의 일환으로 박진 활동가는 7월 말 평택으로 거주지를 옮길 예정이다. 8월 진행이 예상되는 국방부 빈집철거를 막기 위해서다. 사람이 거주하는데 국방부라고 별 수 있으랴 싶다가도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걱정스럽다. 옮기고 나면? “나를 죽이기 전까지는 못 부숴!” 박진 활동가는 이 방법밖에는 모르겠단다.
그렇게 오래오래 버텨 또 하나의 나르작(편집자 주-프랑스에서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낸 지역. 유명한 농민운동가 조지 보베가 이 지역에서 활동했다.)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을 뿐이다. 평택투쟁을 통해 한 사람의 간절하고 목적의식적인 운동이 다수가 모여 하는 투쟁만큼이나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3월 맨 몸으로, 대추초교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간절함으로 학교를 지켰듯 그녀는 다시 평화적 저항을 실천하러 간다. 그러나 마을로 들어가는 일부터가 만만치 않다. 현재 대추리· 도두리 마을입구는 불심검문이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다. 주민등록을 이전한 사람을 중심으로 못 들어가게 하고 있다니…. 이게 무슨 코끼리 개미에게 밟혀 죽는 소리인지. 수많은 용역과 군 병력까지 동원해 평화의 땅을 짓밟고, 있지도 않은 군사시설을 보호한답시고 가시철조망을 두르더니, 불심검문에 통행제한까지. 국가폭력이 정점에 달해 있다.
어디 평택뿐인가. 레이크사이드, 세종병원, 포스코 노동자 파업에서 보인 용역과 구사대 폭력은 거의 7,80년대의 노동탄압을 방불케 한다. 어김없이 이 현장에는 ‘인권’경찰이 풍경으로 박제되어 있다. 보다 적극적인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 다산인권센터는 인권사회단체에 용역과 구사대 폭력 대응회의(가칭) 구성을 제안한 상태다. 대응회의가 꾸려지면 구체적인 법적대응 모색, 폭력을 방기하는 경찰에 대한 대응, 사진, 영상 등의 증거자료의 채증과 이를 근거로 한 보고서를 제작할 예정이다. 용역과 구사대 폭력 대응은 그동안 정보인권영역을 담당해 온 토리가 맡았다. 올 하반기 정보인권모임에서는 청계천에 설치된 CCTV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인데 활동의 폭이 좁아진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국가인권위가 CCTV와 관련 진정에 대해 ‘(재해방지용 혹은 범죄예방용 등으로)필요하다. 대신 공지해라.’라는 식의 결정을 내려 싸움은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정보인권운동 활동가들이 재생산되지 않고 대중운동이 되지 못하는 점, 활동양식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기자회견에 국한되어 반복되는 점 등 개인적으로 회의적이고 고민거리가 많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영역의 핵심 사업을 시작하려니 마음이 무거운 듯하다.
시민의 힘으로 다시 서는 수원인권영화제
현안대응에 서로 얼굴보기 힘들어도 고유사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원인권영화제와 인권교육은 다산인권센터가 꾸준히 진행해 온 주요 사업들이다. 인권영화제를 처음 시작할 당시, 지역의 인권영화제는 서울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진행하는 인권영화제상영작을 지역에서 상영하는 방식이었다. 96년 11월 인권운동사랑방이 표현의 자유 쟁취와 영화를 통한 인권의식의 확산을 기치로 제1회 인권영화제 ‘영화 속의 인권, 인권 속의 영화’를 열었고, 다산인권센터도 동일한 기치로 수원지역에서 진행했다. 매해 지역의 시민단체와 함께 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동 진행하면서 차츰 차별성과 독립성도 갖춰왔다. 그러나 결과라는 게 항상 노력에 비례한 결실을 맺지는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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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식의 보편화라는 게 주요 목적인데,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없어요.”
초기에 인권영화제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박진 활동가는 ‘계속 해야 하나?’ 약간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영화제에 대한 애정과 지역에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의미 있는 인권의제를 던져줄 수 있는 것은 인권영화제 뿐이라는 대의가 올해의 제10회 인권영화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열 번째를 맞이하는 지금 인권영화제는 거듭나고 있다. 어떻게? 그간 경기문화재단으로부터 받아온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지난 6월 5일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에서 진행하는 ‘언론문화교실’이 내용 일부를 변경(강정구 교수로 강사 변경)했다는 이유로 지원불가를 통보해 왔다. 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는 경기문화재단이 정치적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판단, ‘사전검열반대와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해 싸워온 수원인권영화제가 자의적인 검열의 잣대로 모든 사람들이 향유할 다양한 문화의 권리를 침해하고 검열하는 경기문화재단과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지원금이 없는 상태에서 시민의 힘과 자발적 후원으로 영화제를 세운다는 게 아주 의미 있는 작업이죠.” 이제 막 3개월의 수습활동가 딱지를 뗀 최성규 활동가가 이번 영화제 담당이다. 재정문제로 걱정이 많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그 점에 매혹된 듯하다. 인권영화제 재정마련을 위한 100인의 서포터스 조직에 여유를 보인다.
인권을 위한, 인권에 의한, 인권을 통한
99년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인권평화학교를 진행하면서 인권교육을 시작했다. 같은 해 경기복지시민연대와 함께 청소년 대상의 ‘학교 밖 문화제’를 진행하면서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 아동인권에 보다 초점을 맞추었다. 2001년 청소년인권평화학교, 2004년 ‘아동청소년 인권프로그램’, 2005년의 인권학교 ‘청소년 인권, 천기누설을 하다.’ 등이 대표적이다.
“인권교육이 당사자교육이 중심이긴 한데 주변인에 대한 인권교육을 같이 병행하는 게 중요해요.” 토리는 수원정신장애인재활센터의 경험을 이어갔다.
“소수자(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인권침해를 할 수 있는, 혹은 인권을 지켜내는데 조력해 줄 수 있는 가족이나 선생님 인권교육도 필요하고… 그래서 재활센터에서는 가족인권교육도 하고 있어요.”
인권교육이 단순히 개인을 넘어 가족으로, 근접한 사회복지시설, 나아가 정신보건법 등 제도적인 개혁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니 그 파급력과 잠재력이 무한해 보인다. 인권교육이 갖는 가능성에 비해 교육프로그램이나 강사진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멋모르는 걱정이 앞선다.
“프로그램이 부족한 게 아니라 현재의 인권교육이 단발성,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다 보니 동일한 프로그램만 접한 게 아닐까요?”
토리는 인권, 인권교육이 유행하면서 생기는 병폐를 경계했다. 그러나 한편 다산인권센터의 수입원이 되는 까닭에 외면하지 못하는 현실에 쓰게 웃었다.
올해의 집중사업은 아니지만 삼성은 다산인권센터의 과제다. 2004년 대선자금 관련 도청테이프 사건을 시작으로 엑스파일(X-file), 노동조합설립 및 비정규노동자 문제 등. 다른 현안에 묻혀 소홀한 감이 있지만 언제라도 필요로 하면 달려간다는 자세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올해 처음으로 경기420장애철폐공동기획단이 구성, 장애인 주간을 설정해 버스타기, 장애인 문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경기420문화제’를 공동으로 치러 내면서 장애인권문제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으며, 현재는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경기 장애인 차별 철폐 연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하게 전개되는 활동내용과 인권소식은 <주간다산>을 통해 전달된다. 2000년도부터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주간다산>은 이메일 발송 신청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다. 별도로 회원 소식지 <몸살>도 격월로 발행한다. 회원소식지에는 활동내용에 더해서 활동가와 회원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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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굵직굵직한 사업들로 숨이 차다. 당장 활동가 충원이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동의한다. 문제는 재정! 활동가 채용을 위해 가능한 방안은 현재 활동가들의 활동비를 줄여 일인분의 활동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활동비나 사무실 운영비는 법무법인 다산의 지원금과 회비, 그리고 인권교육을 통한 수익금에서 나오는데, 충분한 재정을 만들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회원확보를 통한 재정마련은 매해의 숙원사업으로 연초의 논의안건일 뿐 어떤 실천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월 지급되는 법무법인 다산의 후원금은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면서 안일함의 원인이기도 해 그야말로 양날의 칼이다.
다산인권센터 사무실이 그나마 북적이는 건 월요일, 주간회의가 있기 때문이다. 주간회의에서 지난 한주간의 활동내용, 이주의 일정을 공유하고 연명요청 등 연대 사업을 점검한다. 활동이 늘면서 활동가들이 모이는 시간이 적어져 주간회의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상시적인 소통은 내부 활동가 게시판을 활용한다. 그러나 역시 2% 부족하다. 같이 술도 마시고 사적인 고민도 털어놓고 좋았다며 친목도모행사를 선동하기도 한다. 업무적 소통만이 아닌 인간미가 폴폴 넘치는 관계와 공간, 활동이란 무릇 사람들 간에 이런 관계망을 형성하고 확장해 가는 것이 아닐까.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