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재밌는 건, 78살이라는 긴 생애동안 그가 남긴 작품들 중에 ‘걸작’이라는 평을 듣는 것들은 대부분이 에스테르하치가 죽은 후 하이든이 그의 궁에서 나오고 난 뒤에 작곡된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사계절>, 후기의 <현악4중주>들, 그리고 <런던 교향곡> 등이 모두 그 이후의 작품들이니 말이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고, 후원해주는 사람 밑에서 창작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 준 안정된 삶은 당시에도 최고의 작곡가의 영예를 누렸던 하이든에게 가장 걸 맞는 것이었지만 예술가로서 그가 표현해 낼 수 있었던 창작의 근원은 역시 자유로운 몸과 마음에서 더욱 빛을 발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먼 옛날, 하이든의 이야기가 다소 뜬금없다 싶겠지만, 어느덧 9월을 맞고 보니 빠르다 싶은 시간 탓인지 직장에, 가족에, 일에 얽매여 버둥대는 내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다. 내게 자유가 찾아온다면 나는 과연 하이든처럼 훌륭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자유는 하이든처럼 오랜 세월 준비된 사람에게 그 영예를 준다는 것 말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