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다방] 자유의 영예를 위해

작곡가 요셉 하이든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그의 나이 서른 살이 되던 해부터 무려 30년간 헝가리 제후의 집안인 “에스테르하치” 가문에 고용되어 살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작곡가들은 하이든이 그랬듯이 자신을 후원해주는 귀족이나 왕족에게 고용되어서 그들을 위해 작곡을 하고 연주를 하며 살았다. 자신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다작을 해야 하긴 했지만 이런 생활은 편안하고 안정된 날들을 제공했으므로 작곡가들이 이런 생활을 당연시 받아들였음은 물론이다. 하이든 역시 작곡가들의 이런 처지에 큰 불만이 없었던 듯하다. 30년 동안이나 에스테르하치와의 인연을 이어간 것만 봐도 말이다.


하지만 재밌는 건, 78살이라는 긴 생애동안 그가 남긴 작품들 중에 ‘걸작’이라는 평을 듣는 것들은 대부분이 에스테르하치가 죽은 후 하이든이 그의 궁에서 나오고 난 뒤에 작곡된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사계절>, 후기의 <현악4중주>들, 그리고 <런던 교향곡> 등이 모두 그 이후의 작품들이니 말이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고, 후원해주는 사람 밑에서 창작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 준 안정된 삶은 당시에도 최고의 작곡가의 영예를 누렸던 하이든에게 가장 걸 맞는 것이었지만 예술가로서 그가 표현해 낼 수 있었던 창작의 근원은 역시 자유로운 몸과 마음에서 더욱 빛을 발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먼 옛날, 하이든의 이야기가 다소 뜬금없다 싶겠지만, 어느덧 9월을 맞고 보니 빠르다 싶은 시간 탓인지 직장에, 가족에, 일에 얽매여 버둥대는 내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다. 내게 자유가 찾아온다면 나는 과연 하이든처럼 훌륭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자유는 하이든처럼 오랜 세월 준비된 사람에게 그 영예를 준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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