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단체탐방] 지역의 평화가 세계의 평화

전북평화와인권연대 http://www.onespark.or.kr


8월 초 인권교육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안양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이하 안양소년원) 인권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인권교육 일주일 전 주말을 이용해 돋움이(인권교육 진행자)들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안양소년원에서 진행할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진행방법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돋움이 중 지역에서 온 활동가가 있어 다른 돋움이들이 참여에 대한 열정과 수고에 감탄을 보내곤 했다. 바로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오이 활동가다.


변화 속에 발전을


인권교육과 전주인권영화제는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고유사업이다. 1998년 전교조 전주지회와 공동으로 첫 청소년 인권캠프를 열었다. 2003년부터는 매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공동체학교’를 진행한다. 인권캠프에서는 ‘인권이란 무엇인가?’, ‘우리(청소년)의 권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내용을 놀이형식으로 풀어간다. 올해는 지난 7월 21일 장수군 논실마을학교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전교조의 요청에 의해 이주민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더해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인권교육은 다른 단체의 요청이나 필요에 의해 기획되어 상시적으로 열린다. 이번 해에는 노동자 투쟁사업장에 집중하여 진행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파업이 진행 중인데, 사측과 공권력의 회유나 폭력 앞에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경찰폭력 문제를 핵심으로 한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현장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알았는지 군산휴게소 노동자 투쟁사업장에서는 농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권교육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참숯이 뿌듯해 한다.


인권교육이 일부대상과의 의사소통이라면 인권영화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인권감수성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1997년 시작된 전주인권영화제는 지난해에 10회를 맞았다. 기념비적인 10회였지만 행사 후 인권영화제 진행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졌다. 인권영화제를 찾는 사람이 없으니 힘든 준비과정이 쓸데없는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메시지의 전달과 소통에 효과적인 영상을 통한 인권담론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하고 의미 있다.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선 새로운 연대를 구축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직 가부결정이 없었지만 제11회 전주인권영화제는 열릴 것 같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인 영화제 홍보와 접근성을 보완해서. 끊임없는 문제의식과 변화 속에 성장과 발전이 있으므로.


평화의 페달을 밟다


이 날 오이는 지난 5월 평택사태에 대한 즉심이 있어 용인 법원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을 상반기 주력사업으로 정하면서 모든 활동가들이 평택문제에 결합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주한미군의 문제는 곧 한반도 평화의 문제라고 말한다. 평택-군산으로 이어지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미군기지 재배치라는 측면에서, 직도폭격장을 안고 있는 전북평화와인권연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지난 7월 5일,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서울대책회의가 청와대에서 평택까지 ‘평화야, 걷자!’ 캠페인을 진행할 당시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역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에 빠졌다. 걷기에는 너무 먼 거리. 고민 끝에 ‘자전거 평화행진’을 생각했다. 7월 19일 군산 미군기지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3박 4일의 일정으로 평택까지 자전거 순례를 시작했다. 전북지역의 활동가, 시민 뿐 아니라 간디학교 학생들, 그리고 방학을 이용해 서울지역의 대학생들까지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폭우와 폭염 속을 가로질렀다. 힘차게 밟는 페달 속에 평화와 희망을 그리며.


한동안 소강상태이던 직도폭격장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방부는 8월 17일 직도 산지전용허가신청서를 군산시에 다시 제출하고 9월 19일까지 전용허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산림청으로 이전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8월 18일 전북평화와인권연대를 포함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매향리미군국제폭격장직도이전저지군산대책위(이하 직도군산대책위)’를 구성하고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구현을 위한 직도 폭격장 이전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원천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초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던 지자체와 개방성장연합 세력을 중심으로 조건부 수용에 대한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로 타협의 대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 우리나라는 개발신드롬에 제정신이 아닌듯하다. 전북의 경우 새만금이나 직도폭격장 문제가 대표적이다. 개발과 성장을 빌미로 본질은 감춘 채 지역민을 현혹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지역개발’과 ‘인권’이 충돌한다. 더불어 시민단체와 민중단체 간 입장차이도 발생한다. “두 진영 간 쟁점이 상호교차 할 때와 연대할 때가 있는데 이 속에서 인권단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인권단체가 연대매개체의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죠.” 김종섭 사무국장은 지역 인권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무국장이 좌불안석이다. 직도군산대책위 회의 시간이 지났다며 다시 나갈 채비를 한다. 어떤 대응을 준비하는지 궁금해 하니 오늘 직도군산대책위의 구체적인 활동방향이나 역할을 정할 거라며 갈 길을 재촉한다. 평화롭게 살기 위한 길에 서서, 활동가들은 여전히 바쁘고 고단하다.


공공기관, 노동자 인권문제에 모범을 보여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과 함께 한미FTA 문제가 올 상반기 우리사회 이슈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문제는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상반기 양대 주력사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앙방송을 통해 왜곡 전달되고 있는 한미FTA의 본질을 알리고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 지역 인터넷 신문 <참소리>를 통한 기고와 길거리 영상상영회를 진행했다. 시민미디어센터 ‘영심이’와 함께 3차례 길거리 상영회를 기획, 두 번째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다. 참숯 활동가는 FTA와 관련해서 한 게 없다며 겸연쩍어 하더니,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FTA강사단 교육까지 주~욱 활동들을 내놓는다. 이에 더해 하반기에는 노동자 장기투쟁사업장과의 연대도 강화해 갈 예정이다. 포항지역 포스코노조 파업 당시 ‘자기들이 건설일용직이라는 본분을 잊은 게 아니냐?’던 포항시장의 말에서 보듯 정부는 자본의 다른 이름일 뿐인가 보다.


지난 5월 31일 전북도청의 미화노동자들이 계약만료를 사유로 해고되는 일이 있었다. 총 14명 노동자 중 12명은 노동조합원이었다. 비조합원인 2명은 ‘물론’ 재고용되었다. 이는 노동조합 결성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사측의 의도적인 해고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도청은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며 위탁업체에 떠넘긴다. 이에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북여성단체연합이 주축이 되어 연대체를 구성, 도지사 면담 및 일인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이는 도청과 위탁업체 간 이해관계가 맞아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공공기관이라면 고용승계 및 노동자 인권문제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민들레 홀씨처럼 힘차게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식구가 된지 막 일 년을 넘기는 나비는 이주여성 한국어교실의 선생님이다. 매주 일요일 전북 장수군의 장수민들레 문화교육 아카데미(이하 민들레 아카데미)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이주여성들의 사회적 통합력을 높이기 위한 문화기행, 가족캠프도 병행한다. 민들레 아카데미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사회문화교육 프로그램이다. ‘민들레’란 이름은 이주여성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 와서도 힘차게 뿌리 내리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기인한 것이다. 민들레 아카데미는 ‘찾아가는 민들레 교실’로 시작했다. 즉 방문교육이다. 그 속에서 배우자와 가족들을 두루 만나 반감을 없애고 언어교육과 그녀의 사회적 위치, 2세 교육문제 등을 부각시키며 교육의 필요성을 알렸다. 차츰 가족들의 지원 속에 이주여성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비해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이나 교재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여성가족부가 여성 결혼이민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성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교재」를 제작,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나비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게 설계된 교재와 교육과정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민들레 아카데미는 이주여성들이 자존감을 갖고, 그녀들의 고유문화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지난해 민들레 아카데미를 수료한 필리핀 여성들이 ‘자주모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독려했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음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왔다.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통합. ‘한국사람 다 됐네.’를 칭찬으로 연발하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지점이 아닐까.


지금은 <참소리>가 지역의 인권운동, 민중운동 소식을 전달하지만 90년대 초반에는 전북평화와인권연대에서 발행했던 주간 <평화와인권>이 유일한 인권소식지였다. 1994년 문규현 신부, 김승환 교수가 공동대표로 ‘정의평화정보센터’를 설립하면서 발행을 시작했고, 이것이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시작이었다. 1998년 ‘전북평화와인권연대’로 단체명을 변경하면서 지역 인권단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김종섭 사무국장이 전북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어 지역단체와의 연대사업은 매우 원활한 편이다. 전국인권단체의 연대체인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있어 전국적인 네트워크도 갖춘 셈이다. 아쉬운 건 4명의 활동가가 감당하기엔 벅찬 현안과 활동비. 100여명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비를 제하고 1/n하여 활동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그나마 적은 활동비가 일정치도 않다. 인력과 시간에 늘 쫓기다보니 단체활동은 <참소리>에 기사화 되는 것으로 대체한다. 일면 효율적인 역할분담이네 싶지만 상세하고 유용한 활동과정이 공유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단체만의 오롯한 역사가 묻히는 건 아닐까 아쉽다.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후원계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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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512-21-0065-982 예금주 문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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