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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주민증사업과 형통망사업은 이런 비판조차도 무색하게 한다. 행자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전자주민증사업은 최근 용역보고서의 이름을 빌어 슬그머니 그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하는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추진사업은 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여 경찰사건수사와 검찰수사결정 및 재판지원을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푸코는 “감옥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바로 감옥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았을 것”이라고 하였지만, 이 두 사업은 우리 사회가 바로 감옥임을 선언한다. 가장 전형적인 국가폭력인 형사사법권력을 그대로 전자정부망에 투입함으로써, 적나라한 형벌의 위협을 배경으로 모든 국민의 일상을 노골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함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주민증사업은, 그 존재만으로도 개인정보침해의 혐의가 두터운 주민등록증을 전자화하는 동시에 의료나 보험, 금융, 소비 등 개인의 일상에 관한 정보들을 통합하고자 한다. 물론 이런 통합은 본인의 의사에 따른다는 것이 행자부의 설명이지만, 이렇게 피감시자의 자발적 협조로 구축되는 것이 수퍼 파놉티콘임을 생각한다면 그 변명 자체가 유죄자백에 해당한다.
형통망사업의 위력은 더욱 강력하다. 수사와 행형, 재판의 과정에서 (반)강제적으로 수집되는 개인정보들은 하나같이 개인의 모든 일상과 직결되는 알짜배기 정보가 된다. 그동안 이런 정보들이 문제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종이문서로 경찰과 검찰, 법원 등에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형통망사업은 이를 하나의 시스템에 집적하고 통합처리함으로써 스스로 거대한 빅 브라더가 되고자 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마치 교통카드가 형사피의자의 행적을 추적하는 매개가 되듯, 수사나 재판에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전자주민증은 형통망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너가 된다. 수사나 재판의 정보에 주민등록정보가 결합할 뿐 아니라, 전자주민증에 자발적으로 결합시켜 놓은 신용정보나 의료정보 등의 개인정보까지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엄청난 개인정보의 통합관리체계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폭력은 바로 이 사업의 추진방식이다. 행자부는 시민사회에서 분출하는 그 많은 반대의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말 미련스러울 만큼 억척스럽게 이 전자주민증사업에 집착한다. 대검의 형통망사업은 전격대작전의 방식을 취한다.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없이, 몇몇 관료들이 모여 기안하고 결정하고 예산확보하여 추진한다. 법적 근거도, 개인정보보장의 방안도 없이 심지어 정보공개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냥 안하무인격으로 밀어 붙인다.
대저 파놉티콘은 역파놉티콘(역감시) 혹은 시놉티콘(권력자와 대중의 쌍방향적 감시)으로 견제한다. 하지만, 국민참여정부가 관료참여정부로 과대성장하는 이 지경에서 관료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사되는 저 폭력의 야만성은 무엇으로 견제할 수 있을까? 시민사회의 각성된 저항이 너무도 절실하지만, 미군기지이전, FTA, 노동권, 차별과 양극화 등등 너무도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 이 시점에선 새삼 그를 외치기도 민망한 실정이다, 빌어먹을!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