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권 안의 법, 인권 밖의 법] 출입국관리법 관리하기

막거나, 가두거나, 내보낼 수 있는 천당에서 지옥까지의 권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

1. 지구화 - 국경의 배타적 관리를 통한 이주노동자, 난민의 인권에 대한 위협,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질서 수립을 위한 기회


지구화, 국제이주의 시대, 9.11 사건으로 규정되는 현재, 자본의 이동과 임금 격차의 틈새를 통해 탈주하는 국제이주노동의 문제와 민주주의, 인권의 위기로 발생하는 난민의 문제는 국가안보의 문제틀로 포섭되고 있다. 지구화가 탈국민국가적 상황에서의 세계시민권(하버마스), 전지구적 시민권(네그리)이라는 새로운 초국가적 규범을 형성해내는 긍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난민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구화가 전지구적 인권의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갈등과 분쟁의 양상이 국지화되면서 국내실향민(IDP, internal displaced person)이 급격히 증가하고, 소련의 붕괴와 냉전의 종식으로 인해 공산권에 대항하는 서방세계의 연대와 확장이라는 난민보호의 정치적 동기가 약화되었다. 또한 대테러방지라는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노동의 흐름을 통제하려는 신자유주의의 관점에서 출입국관리를 통한 국경의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난민, 이주노동자는 강화된 국가 주권의 경계를 넘어서면서 근대 국민국가의 안정적 외양의 이면에 존재하는 차별적, 폭력적 본질을 드러내고, “모든 국민(國民)은…”이라는 수사로 표현되는 헌법적 기본권 질서가 배제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그들은 인종, 국적, 성별, 사회적 신분, 비정규직이라는 차별의 목록들을 존재 자체에 내장한 채 ‘세계화의 하인들’로서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녀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혈통주의와 민족주의에 기대어, 경제논리와 주권논리에 근거해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영토의 고정성에 결박되지 않은 자유로운 개인을 창출하는 것, ‘타자(他者)’를 관리하여 차별을 제도화하는 국민국가의 고정된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상대화하는 것, 국가주권에 종속된 인권과 생명을 해방시키는 것이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세계화의 요구이고, ‘세계화의 흰 그늘’에서 그들이 제기하는 근본적 문제이다.


2. 출입국관리의 문제 - 막거나(입국금지), 가두거나(단속, 보호) 내보내는(강제퇴거) 천당에서 지옥까지의 절대적 재량권


국민국가의 경계를 배타적으로 관리하여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국민 국가적 수준으로 제한하는 출입국관리 행정은 국가주권의 행사 영역이라는 강화된 명분으로 “천당에서 지옥까지의” 절대적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 막거나(입국금지), 가두거나(단속, 보호), 내보내는 외국인에 대한 재량권의 행사를 제도적으로 제한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들은 현행 출입국관리법의 중심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강제퇴거 제도는 그러한 절대적 재량권의 행사가 법과 제도, 그리고 실무 운영에 있어서 각인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단속 - 보호 - 강제퇴거 결정 - 보호 - 강제퇴거 집행]의 출입국관리 절차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외국인에 대한 강제퇴거의 집행을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행정작용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강제퇴거는 행정기관에 의하여 발령되고 집행되는 행정처분이다. 그러나 실질에 있어서는 집행 대상자의 가족, 재산, 직업 등 거주지에서의 모든 생활기반을 박탈할 수 있는 소위 사회적 사형에 상당하는 처분 내용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강제퇴거는 일반적인 행정절차와는 달리 일단 집행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실효적 구제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강제퇴거의 결정 및 집행과정에 있어서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 및 인권보장의 정신이 존중될 것이 요청된다.


그러나 강제퇴거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법 제46조 제1항 제2호는 입국금지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제11조 제1항 각호의 사유를 강제퇴거의 사유로 원용하고 있다. 입국을 규제하는 사유와 입국 후 국내에서의 일정한 생활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의 강제퇴거사유는 규율 대상이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그 규정 내용을 달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 규정은 입법편의상 입국금지 사유를 강제퇴거 사유로 원용하는 방식을 취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강제퇴거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행위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행정 편의적 규정이며, 외국인에 대한 국가 권력의 행사에 있어서 법과 도덕의 경계마저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이익, 공공의 안전”, “경제질서, 사회질서”, “선량한 풍속”과 같은 불확정 개념에 의한 강제퇴거 사유 규정은 출입국관리기관에 지나치게 광범위한 재량판단의 여지를 부여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에 의한 불공정한 법 집행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입법경제의 관점에서 일반조항의 필요성은 최소한의 명확성의 원칙을 준수하는 선에서만 가능한 입법기술이며, 이러한 원칙이 준수되지 않을 경우 예측 가능성이라는 법치국가의 원리를 약화시키고, 결국 법 자체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입법의 경우에만 위와 같이 광범위한 불확정 개념들이 무리를 지어 사용되고 있는 점은 법 자체의 차별적인 관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출입국관리법과 제도가 법의 보편적 적용이라는 법규범의 본질에서 벗어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단속’과 ‘보호’ 처분에 이르기까지 예외적으로 영장이라는 형식의 사법부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출입국관리행정에 부여된 재량권의 차별적 기초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단속”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고, 실제 단속과정에서 적법절차 위반 및 인권 침해의 사례들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영장 없이 제3자가 관리하는 장소에 들어가 단속을 하는 사례들이 법 해석상 적법한 직무집행인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위반조사를 위한 “보호”와 관련해서는 그 성격이 사실상 인신을 구속하는 행정처분임에도 불구하고 영장주의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출입국관리법상의 유일한 내부통제 절차마저도 형식화되어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강제퇴거집행을 위한 “보호”의 경우 기간의 제한 없이 사실상 무기한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이 되어 있으며, “강제퇴거집행”의 경우 이의신청 등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강제퇴거를 집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외국인의 재판청구권 등을 제한하고, 직무집행 과정에서의 절차 준수 여부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주노동자지원 인권단체들의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제기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2005. 6. 9. 04진인139, 04진기131의 진정사건에 대한 (병합)결정 및 2005. 12. 5. 영장 없는 무단단속에 대한 결정을 통하여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실질적 감독체계를 마련하라는 출입국관리법 개정 권고를 한 바 있다.


3. 법무부의 개정안 - 형식적 법치의 현상적 진전



2006년 7월 12일, 법무부가 개최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정부의 개정안은 기본권의 법률제한 원칙에 비추어 절차와 근거를 법률에서 규정하는 방향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법률의 개정이 법률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며, 기존의 불법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관행의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개정안은 외국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법무부 개정안은 문제의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기초 위에 이루어져 있는 것이며, 기존의 인권 침해적 관행은 법률에 근거가 없었던 점이 아니라, 권한 행사에 대한 합리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4. 인권단체연석회의의 개정안



출입국관리법 개정 방향으로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련의 절차를 기본권의 법률제한 원칙 및 실질적 법치의 관점에서 법률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절차적 통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 동안 출입국관리 행정에 과도하게 부여된 재량권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절차적인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출입국관리법을 인권의 기초 위에 세우는 출발점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출입국관리 절차에 사법기관 등의 외부통제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의 개정안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처분인 ‘단속’에 있어서 사법부에 의한 외부통제의 방식으로 공장이나 거주지에 들어가 단속을 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였으며, 사실상 구금에 해당하는 ‘보호’에 있어서 피보호외국인이 보호 절차상의 위법성이나 장기간 보호계속의 불필요성을 이유로 보호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강제퇴거결정에 있어서는 기존의 유명무실한 이의신청 절차의 실질화를 위하여 외부 인사의 참여가 보장되는 이의신청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퇴거결정의 당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5. 난민법 제정의 필요성



출입국관리법은 그 법명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바와 같이 국경의 통제를 중심으로 국가 주권의 행사로서 외국인의 출국과 입국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관점으로는 인권의 문제인 난민 절차의 올바른 시각을 담아내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법무부의 개정 계획에 포함된 내용들이 상당한 정도의 진전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권 관점의 기본적 틀 내에서 인권 문제로서의 난민 규정들과 갈등하고, 절차상 제약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출입국관리의 문제의식과 난민인정절차의 문제의식을 분리할 때에만 인권의 관점에 기초한 새로운 난민인정절차의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공허한 동북아중심국가론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의 확산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지구적 난민의 위기, 인권의 위기는 보편적 질서의 수립을 위한 기회일 수도 있다.


6. Imagine there is no country (border).



존 레논의 국가 없는 사회에 대한 상상은 우리에게 평화에서 출발하는 사고를 가능하게 하지만, 아직 국민국가의 경계로 분절된 ‘법의 지배’의 현실을 넘어서지 못한다. 인권단체연석회의의 개정안은 그러한 현실적 조건 하에서 경계를 넘는 상상을 제한하고 있는 ‘법의 지배’를 주장한다. ‘이동의 자유’가 아닌 ‘이주자에 대한 법의 지배의 확립’을 통해 자의적 권력행사를 제한하고, 경계 내부의 보편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통해 경계 너머의 가능성을 여는 것, - 출입국관리의법과 제도를 둘러싼 실천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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