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민국에 신고하지 말아주세요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희망을 찾고 싶어요
나는 사막을 헤매는 도망자처럼 혼자가 되어버렸답니다
위의 문구는 티노 히노오사란 가수가 1989년에 부른 “돈데보이(Donde Voy, 어디로 가야하나)”란 가사의 일부이다. 가수의 어머니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주노동자이다. 이 노래에는 남미출신 이주노동자, 미등록노동자의 삶과 애환, 아픔이 배어 있다.
NAFTA에 대한 두 가지 시각과 평가
80년대와 90년 초반 멕시코에 닥친 경제위기와 침체 속에서 수많은 멕시코 노동자와 민중이 삶의 희망을 찾아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노동자와 농민이 경제위기에 따른 빈곤과 실업의 악화 속에서 고통 속에 헤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는 멕시코 경제를 살리고, 노동자, 농민의 삶을 회복시키는 결정적 계기와 희망으로 집권 여당과 당시 살리나스 대통령에 의해 선전되는 가운데에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간에 체결되었다.
10년이 더 지난 현재 미국과 멕시코간의 무역은 매년 2,500억 달러를 넘어서서 10년 전의 4배에 달한다고 한다. 멕시코는 수출의 90%, 수입의 70%를 미국과 하고 있다. 지난 9월 14일 ‘FTA와 경제구조의 변화: 외국의 경험과 시사점’이란 주제의 국제회의에 참석한 멕시코 대학 경제연구소 에스퀴벨 교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이후 멕시코의 경제가 파탄에 몰렸다고 말하는 것은 실상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비판하면서 “NAFTA가 멕시코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국정브리핑. 9.14) 한다. 교역이나 투자가 늘었으며,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산업의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한다. 일자리가 줄고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NAFTA의 부정적 영향이 부각된 데에는 멕시코 정부가 피해를 보는 부문에 대한 보상대책을 소홀히 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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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얼마 전 방송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듯,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이주하려다가 사망한 이들의 숫자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나 이미 만 명을 넘어섰다. 1980년대 초반 GDP대비 노동수익률이 40%에서 1994년에는 30.9%로, 2000년에는 18.7%로 떨어졌다. 제조업 고용과 임금은 1993년에서 1999년에 이르는 동안 각각 2%, 22.4%나 떨어졌으며, 최저임금도 23.2%나 하락하였다. 최저임금 이하로 일하는 노동자도 전체 노동자의 19%에 이른다. 더군다나 NAFTA 체결로 없어질 것으로 여겨졌던 아동노동도 지속되고 있다. 교육, 보건, 환경 등 사회적 서비스는 노무현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후퇴일로를 겪고 있다. 빈곤층 인구비율은 40%를 넘고 있다. 반면에 자본이 가져간 이윤은 1982년 48%에서 1994년 57.1%, 2000년 68.1%로 급성장했다. FTA체결을 통해 양극화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된 것이다. 멕시코는 매년 14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한데, 경제의 공식부문은 나프타가 시작된 후 단지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을 뿐이고, 민중들이 비공식부문에서 생계를 찾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일자리 중 55.3%는 사회보장, 성탄절 보너스 그리고 연간 10일간의 휴가 등 세 가지로 되어있는 법률적인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2002년 말 노동자의 단지 36%만이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을 뿐(2005. 국제인권연맹 보고서)이라고 한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에 대해 세계은행이나 FTA를 찬성하는 이들은 자유무역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거나, 어차피 구조조정 되어야 할 산업이나 부문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효과이며, 국내 제도의 변화를 소홀히 한 탓에 근거한다고 평가한다. 또한 FTA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구조조정을 더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NAFTA와 닮은, 오히려 더 한 한미FTA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한미FTA협상이 10월 23일부터 다시 진행되게 된다. 그동안 협상절차의 졸속성, 비민주성, 불투명성,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어 비자주적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한미FTA저지범국본’을 비롯한 FTA반대운동이 활성화됨에 따라 국민여론도 FTA반대가 50%에 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한미FTA지원대책위를 꾸려 FTA체결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홍보하고 설득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한미FTA의 4대 선결조건이 아니라고 우겼다가, 나중에 인정을 한 자동차관세, 의약품, 스크린쿼터, 미국산 소고기 문제에 대해서 양보를 했듯이 현재 형성되어 있는 쟁점에서 얻을 것은 거의 없을 듯이 보인다. 아무리 정부와 협상단이 ‘국익을 최우선해서 고려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더라도, 협상쟁점 자체가 힘의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쟁점 82개가량 중에서 조정관세 적용배제와 관세환급금지, 자동차세제개편, 약가정책 변경, 수입쿼터 관리강화, 다양한 지재권 제도변경, 독점 및 공기업의 의무강화 등 55개가량의 쟁점은 미국이 한국에게 요구하는 쟁점임에 반해, 한국이 요구하는 쟁점은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완화된 섬유원산지 적용, 반덤핑 발동요건 강화, 전문직 비자쿼터 등 22개가량에 그쳐 의제형성에 있어 5:2의 극심한 불균형을 드러냈다. 더군다나, 우리 협상단이 제기한 쟁점 중 10여개 가량은 미국이 연방-주정부의 권한 관련 헌법문제(환경, 기술장벽 등), 법 개정 사항(무역구제 등), 미 의회 권한(전문직 비자쿼터), 민간소관(자격상호인정, 기술장벽), 정치적 이유(개성공단) 등을 들며 강경 대응하고 있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 측 협상단이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협상은 5:2가 아니라 5:1로 귀결될 수 있는 처지에 몰려 있는 것이다(서준섭. 참세상. 9.12.).
김종훈 협상단 대표가 3차 협상에 나서면서 ‘샅바잡기가 끝나고 힘을 써야 할 때’라고 했지만, 이미 10세 된 어린이가 건장한 청년하고 씨름을 하는 꼴이 되어버린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계 4강에 든 야구와 외국영화와의 경쟁에서 이긴 한국영화 예를 들면서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는 얘기는 도박판을 벌이는 것 자체도 타당하지 않은데, 이미 승부가 난 마당에 판돈을 걸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특히 700만을 넘어선 현재의 빈곤층뿐만 아니라 미래의 빈곤층이라고 여겨지는 대다수의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가 있다.
FTA는 빈곤악화의 촉매
금융세계화, 개방화, 노동유연화, 사회서비스의 민영화는 빈곤층을 양산하는 원인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시스템을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구조로 재편하는 메커니즘이다. 한국정부는 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의 4대구조조정의 시행을 통해서 위와 같은 시스템을 일차적으로 완성했고, 이제 정부와 자본은 노사관계로드맵, 한미FTA 추진 등을 통해 이를 사회 모든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4대 구조조정 이후 다음 단계로 추진하고자 하는 구조조정의 핵심은 노동유연화를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 제도화하는 것이며, 상품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사회서비스, 사업서비스, 물류, 금융까지 전면적으로 개방하여 사회의 모든 영역을 시장시스템으로 고쳐나가는 것이다. 한미FTA체결은 이를 위한 매개고리이자,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는 사안이다. 미국은 한미FTA의 수준을 “NAFTA 플러스”라고 하면서, NAFTA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협정을 요구한다고 이미 밝힌 바가 있다. 더군다나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이전을 통한 미국과의 ‘전략적 유연성’합의, 북핵위기로 표현되는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정치군사적 긴장관계와 맞물려 진행되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 안보까지 연관된 협정이기도 하다. 3차례에 걸친 협상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에서 미국이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히면서, 미국의 이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다른 부문에서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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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의 결과는 어떤 수준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체결되든지간에 상관없이 빈곤악화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영향을 끼친다. 의료 등 생활 서비스 이용을 하는 비용이 단기간으로는 감소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하게 되어 생활비 지출의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고용부문의 불안정성이 증대되어 실업자가 증대하게 되며, 저부가가치 중심의 서비스산업은 도태되거나,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수록 사회보험 형태로 보장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재정수입이 감소되거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계층이 증가하게 되며, 지금도 많은 불만과 저항을 낳고 있는 사회보장의 정당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가 있다. 이는 결국 보편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의 기반을 축소할 수가 있다. 2005년 조세연구원은 현재의 빈곤대책과 정책이 지속되는 한 빈곤층 인구는 지금보다 더 증가하여 2030년까지 현재의 10%정도 수준에서 20%이상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간단한 예로 90년대 초반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업개방이 진행됨에 따라 당시 700만이던 농민이 10년이 지난 현재 350만으로 줄었고, 정부는 10년 이후 농민인구를 100만 명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자연적인 인구의 감소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예측 속에서 퇴출되는 농민이 도시지역으로 스며들어 도시지역 빈민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현재 한미FTA협상에서 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수도, 가스 등은 협상의제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되었으며, 교육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교육영역에서 자립형 사립고의 도입 등 시장위주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구조조정과 합리화란 명목으로 상수도와 가스 산업에 대한 민영화 계획을 시행하고 있거나, 수립 중에 있다. 이른바 ‘자발적 자유화’조치가 FTA체결 이전에도, 그리고 체결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인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미FTA의 정치경제학’이란 보고서에서 NAFTA의 부정적 영향이 대두된 원인으로 멕시코 내부의 구조조정에 실패한 결과라고 분석하면서 ‘post-FTA’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가 있다. 자발적 자유화, 한미FTA, 노동시장유연화(노사관계로드맵, 비정규관련 법안 개악) 라는 ‘삼두체제’는 현재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핵심이다. 그 결과 노동조건의 악화도 필연적이다. 무역협정 및 투자협정 등에서 ‘노동조건 저하금지’라는 ‘노동권’관련 조항이 삽입되긴 하지만 이것이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다국적 기업의 진출과 시장독점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뿐이다. 한미FTA협상에서 한국정부는 노동권 관련 조항을 아예 포함시키지 않았다. 미국은 이 조항을 요구에 넣긴 하였지만, 커다란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조항이 되고 있다. 또한 관세장벽 뿐만 아니라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제거되고, ‘이행의무 부과 금지’등의 내용이 협정에 반영되면 민중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부정책도 취할 수가 없게 된다.
한미FTA, 중단이 대안이다
정부는 한미FTA체결이 이루어지면 국가경쟁력이 강화되고, 서비스산업이 발달하여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소득과 고용이 늘어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를 갖고 있거나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서비스 부문의 발전을 촉진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불평등도를 개선시킬 수 있다.”라고 강변하더라도, “‘고용과 소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라고 감언이설을 들이대도, 이미 그 허구성은 앞에서 살펴보았다시피, 경제성장의 이득은 재벌을 비롯한 소수의 집단이 독식하는 데에 비해 그 고통은 온전히 대다수 노동자, 민중과 빈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한미FTA를 보다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거나, 한미FTA이전에 한중FTA를 체결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FTA의 성격을 모르고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만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도 적절하지가 않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발적 자유화, 한미FTA협상 추진, 비정규보호라는 명목 하에 진행되는 비정규법 개악, 한국노총과 경총의 야합 하에 진행된 노사관계로드맵 입법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직 반대운동은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특히 가장 먼저 피해와 고통을 겪게 될 빈곤층과 불안정 노동자들은 당장 ‘내 코가 석 자’인 현실 앞에서 한미FTA반대운동에 나서고 있지 못하다. 환자단체를 비롯한 일부 인권사회운동과 빈곤운동진영이 그나마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