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권캠페인] 감염인 죽이는 에이즈예방법?

예방법은 왜 다시 쓰여야 하는가

올해 7월 결성된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대응공동행동’은 사회와 국가가 HIV와 그 희생자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가를 드러내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자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하는 활동입니다. 공동행동은 올해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이하 “예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려고 하고 있고 거기서 저는 기존 예방법을 폐지하고 새로 만들어질 가칭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과 감염인 인권증진 및 보호를 위한 법“을 만드는 법률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국내에서는 최초로 감염인들이 대중 앞에 직접 나서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증언자들은 한목소리로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원인은 감염인들을 시한폭탄 취급하는 정부의 '에이즈 예방정책'이라며 정부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공포와 격리의 패러다임으로 만들어진 예방법


예방법을 새로 만든다고 하니 몇몇 분들은 “개정하면 안 되는 거냐?”하고 물어보십니다. 1987년 제정된 우리나라의 예방법은 오스트리아에 간발의 차이로 세계최초입법기록을 내준 법입니다. 법이 그렇게 빨리 만들어진 이유가 88올림픽 때문이었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만연하던 때에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에이즈의 전파를 막는다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황이 그러하다보니, 최초 에이즈예방법은 강제격리조항과 이에 응하지 않는 감염인에 대한 강제처분 등과 같이 심각한 인권 침해적 조항들로 급조된 것이었고, 질병의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에이즈와 그 감염인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 개정안까지 총 6차례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예방법은 공포와 격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법은 국가와 사회가 그 법의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철학과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정부가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캠페인 때 나누어주는 스티커의 “AIDS”라는 글씨에도 “왜 이런 걸 줘요? 나는 그런 사람 아녜요.”라는 반응들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예방법을 새로 만드는 일은 질병이 개인의 탓으로 돌려지는 것에 반대하고자 하는 일이며, 질병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등급을 매기는 일을 없애고자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예방법에서는 모든 HIV검사에는 동의가 필요함을 명시하고, 익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편견을 없애는 교육에 더욱 중점을 두도록 할 것입니다.

총알 한 발에 6달러, 주사는 3달러. 9월 2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캠페인은 반전집회 사전에 열린 만큼 감염인들의 프라이버시권과 함게 전쟁과 빈곤, 그리고 감염인의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렸다. 사진 | 강곤 기자


질병의 원인은 사회적 불평등 때문


이러한 교육은 감염인을 직접 만나는 의료인들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에이즈를 어떻게 대하는가를 감염인이 맨 처음 실감하는 것이 바로 병원의 의료인들과 보건소 담당자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질병은 개인의 잘못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질병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질병에서 지켜주는 방법은 예방과 치료기술의 혜택을 누구라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질병으로 인해 직장을 잃거나, 파산하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며 질병에 취약한 사회적 환경을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 법이 이런 것들을 담아내야 한다고 봅니다.


저와 같이 법률팀에서 활동하고 계신 한 감염인이 어제 회의 뒤풀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감염되고 몇 년 잠수 타고나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이런 활동 시작했는데, 여기 같은 사람들만 만나면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되다가도, 바깥은 찬바람 쌩쌩이고…, 처음 그 때하고 바뀐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여전히 HIV감염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이러스가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그리고 그에 침묵하는 우리가 죽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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