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차이가 차별이 되는 세상

이 면에 글을 쓰면서 희망적인 얘기보다는 우울한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래도 무겁기만 한 잡지가 첫 페이지부터 딱딱하다는 지적이 있고, 너무 정세 중심으로 말하다 보니 구체적인 인권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조금은 가볍고 긍정적인 주제를 다루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도 북한의 핵실험이 낳은 인권의 위기부터 먼저 생각하게 되는군요.


핵실험을 둘러싸고 수구진영들은 살판 난 것처럼 그나마 알량하게 대북관계의 선을 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를 압박합니다.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대량살상무기확산금지구상(PSI)에 참여하여야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고, 아예 친미를 넘어 미국의 대변인 역할을 뺏기지 않으려는 듯 경쟁이 심합니다. 이 틈에 한미 FTA를 넘겨주고 핵우산을 제공받자는 말까지 나와서 그 동안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합의했던 1992년도의 비핵화선언도, 2000년의 6.15선언도, 지난해의 9.19 선언도 모두 뒤로 돌리자고 합니다. 미국의 핵우산 아래 보호 받는 안보라는 것이 갖는 위험, 그리고 산산이 부서지는 평화에 대한 희망은 염두에 두지도 않은 채 저들은 너무도 쉽게 전쟁을 불러들입니다.


참으로 난감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을 맞아 인권운동의 평화적 생존권에 대한 고민은 한층 깊어집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 일본의 군국주의의 부활, 한반도 내의 군사주의 질서의 강화는 분명 인권의 실현 엄중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잃고는 어떤 인권 보장도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에 이를 극복하는 운동에 인권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특집 주제로 차별을 다루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정부에 권고하고 법안까지 만들어 공개했지만, 정부나 국회가 이 법안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6년 동안 장애인 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부와 정당들이 나서면서 올해 아니면 내년 초 국회에서 입법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다행이 아닐 수 없지요. 그러나 법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 현실을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하고, 이런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들을 경주할 수 있도록 반차별의식이 높아지는 그런 운동의 기획이 필요할 때입니다.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적․제도적 장치는 이런 사회적 의식수준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부터는 홍성담 화백이 인권을 주제로 매번 그림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홍 화백은 광주민중항쟁을 판화로 그려냈던 화가로 한국 전통의 색감으로 진보적인 의식을 담아내는 화가로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을 보관하면 그의 소중한 그림도 같이 보관하게 되겠지요. 인권에 대한 문화 컨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의 그림은 더욱 소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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