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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서 재래식무기로 150만이 희생
매년 오십만 명 이상, 즉 1분에 한 명이 재래식 무장폭력에 죽어갑니다. 2차 대전에서 사용된 2발의 원자폭탄으로 인해 약 18만 명이 생명을 잃었지만, 지금 지구상에서는 매년 그 숫자의 2.7배에 이르는 사람들이 재래식 무기 특히 소형 경량무기들에 의해 죽어갑니다. 20세기 말미의 대표적 분쟁으로 꼽히는 르완다 내전의 경우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무기들이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150만 명이 죽었습니다. 현재 지구 곳곳에서 하루 1,000명씩을 죽이고 있는 무기들의 대부분은 재래식 무기, 특히 소총과 같은 소형 경량무기들이며 이러한 무기들은 강력한 통제장치 없이 인권침해가 극에 달하고 있는 분쟁 지역들과 인권침해를 일으키는 집단과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다행히도(?) 이러한 불법무기들을 좀처럼 보기 힘들어 많은 이들이 그 심각성을 인지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 가까운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을 한번쯤이라도 여행해본 이들이라면 무기유통의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안전 혹은 개인들의 재산을 지킨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총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지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의 경우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여행지인 세부에서 몇 시간 떨어지지 않은 민다나오라는 섬에서는 아직도 분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크고 작은 무장 집단들이 10개가량 존재합니다. 합법적인 무기 수입 통로를 확보할 수 없는 무장집단들의 손에 들려진 무기들은 과연 어디에서 올까요? 2001년 이후 그리고 최근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필리핀 운동가들에 대한 살해(2001년 이후 약 700명)에 사용되고 있는 총들은 또 어디서 올까요?
1967년, 케냐에서는 구형 소총 한 자루를 사기위해서 소 60마리를 팔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AK-47 소총을 지금 구입하려면 염소 3마리면 됩니다.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에서는 불법으로 유통된 무기가 심지어 겨우 20달러에도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1997년 미국에서 살인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34세의 아벤 진롤레스는 법정에서 이렇게 진술했죠. “총은 담배만큼이나 구하기 쉽다”고.
겨우 20달러에 구할 수 있는 소총
“그루지아 군인들은 우리들에게 장난감으로 실탄을 주곤 합니다. 내가 군인들에게 담배나 보드카를 주면 아마 소총과 심지어 수류탄까지 줄 것입니다. “
- 그루지아 어린이 지오르지(14세)
무기 산업은 여타 산업과는 다릅니다. 무기 산업은 인간 살상과 신체 불구를 목적으로 설계된 금속덩어리 뒤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 같은 살인적인 거래로 가장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을까요?
유엔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무기거래를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더불어 재래식 무기 수출 시장의 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기의 최대 수출국은 무기의 최대 생산국가와 거의 일치합니다. 이들 국가에서 무기는 단순히 국가안보를 위해 생산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하나의 커다란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생산된 무기들을 사는 국가들은 대부분 무장분쟁이나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의 국가들입니다.
이러한 무기거래의 형태는 몇몇 국가에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지 모르나, 이를 수입하는 반대편의 국가들에서는 끊임없는 인권침해와 잔혹행위를 가중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빈곤을 비롯한 큰 고통들의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여러분이 가만히 앉아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전 세계 98개국 이상에 퍼져 있는 1,135개 기업들은 무기와 탄약, 그리고 무기 부품들을 제조합니다. 이러한 무기 생산은 증가추세에 있으며, 지난 40여 년 동안 소형무기를 생산하는 국가의 수는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다른 어떤 무기보다 민간인을 더 많이 살해하는 소형무기는 여전히 구속력 있는 국제법에 의해 규제되지 않고 있으며, 살인자와 인권유린 세력들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기 통제의 망을 벗어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기 통제는 그 허점을 알고 있는 자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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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되지 않는 무기거래
일부 국가들은 무기가 어디로 가고 어디에 쓰이는지를 나타내는 최종용도증명서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무기거래상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증명서제출 시스템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증명서 발행 기관이 이를 세밀하게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며, 나아가 이런 증명서들은 비공식적인 다른 통로들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기거래상들은 증명서에 단순 통과 거점을 최종사용 목적지로 기재하거나, 아예 증명서를 위조하여 종종 무기들이 확인되지 않는 다른 지역으로 운반하기도 합니다.
무기 중개는 아주 쉽습니다. 무기 중개상은 무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중간 연결책입니다. 이들 중 다수는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충돌지역, 인권위기가 존재하는 유엔 무기금수조치가 내려진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죠.
“우리가 운반하고 있는 무기 대부분은 새로 들여온 AK 소총과 탄약들이다. 우리는 무기가 운반되는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거기에 관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린 그저 단순히 계약된 조종사일 뿐이며, 나에게 있어 무기는 그저 화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중 일부가 그리 좋은 곳에 사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 브라이언 스포츠 마틴 선장, 르완다와 우간다에서 무기를 싣고 2000년 반군이 점령한 콩고 민주주의 공화국내 키상가니 마을로 비행
점점 더 많은 무기관련 기업들이 자사의 전문 지식과 무기제조 기술을 일부 국가들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미국, 영국, 이스라엘, 스위스, 독일을 포함한 최소 15개국 정부는 자국의 무기생산 기업들이 자국 밖의 45개 국가에서 무기와 탄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있으며, 이러한 자국기업의 국외 무기생산은 무기 수출의 통제를 더욱더 약화시키고 있고, 이들이 생산한 무기들은 인간의 생명과 생활에 대한 파괴가능성을 더욱 더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빈곤 퇴치 비용보다 많은 국방비
통제되지 않는 무기거래로 인해 전 세계에서 폭력과 가난, 인권유린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부들은 개발 목표를 희생하면서 무기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많은 정부들이 그들의 약속을 저버리고 빈곤국의 보건과 교육 영역에 투자될 자원과 자금을 무기와 바꿔 미래 세대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중동에 위치한 수많은 빈국들은 질병과 만성 기근으로 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고, 가장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2002년 전 세계 무기의 2/3 이상을 수입하였으며, 수입 무기의 90%를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으로 부터 조달받고 있습니다.
한편, 이들 지역에서는 십억 명 이상의 인구가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고, 5명 중 1명의 아이들은 초등교육을 마치지 못했고, 2001년 1억4천만 명의 아이들이 에이즈로 인해 부모를 잃었으며, 최근 8억 명의 인구가 만성 기근으로 시달리고 있고, 백만 명의 여성이 임신 또는 출산 중에 목숨을 잃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 국가가 정부예산의 1/3에 해당되는 비용이 군사부문에 지출되는 속에서 어떻게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국방비는 의료와 교육에서 사용되어야 할 예산을 갈취해 갑니다. 이들 국가들은 대략 매년 220억 달러를 무장을 위해 사용합니다. 이 중 절반의 비용만으로도 모든 아이들에게 초등 교육을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99년 남아프리카는 잠수함, 비행기, 헬리콥터, 소형구축함을 포함한 무기에 6십억 달러를 지출하였습니다. 이는 남아프리카 5백만 명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2년 동안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생명을 위한 도주 - 난민의 증가
이뿐만이 아닙니다. 2002년 말 약 1천3백만 명의 인구가 폭력과 유혈 사태를 피해 고국과 집을 떠나 난민의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그들 대다수는 여성과 아이들이었죠. 무책임하게 판매된 무기는 전쟁을 부채질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생을 파괴시키며 평생 가난을 짊어지게 만듭니다. 난민들은 특히 무장 폭력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놓입니다. 1994년 르완다 사태동안 난민캠프는 무장정치단체에 의해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았으며, 셀 수 없이 많은 난민들이 폭력을 피해 여러 캠프를 떠돌다가 살해당하거나, 고문.납치.강간을 당하게 됩니다. 부유한 국가들은 대량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들 국가로부터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2000년과 2002년 사이 유럽연합에 난민을 신청한 백만 명의 사람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출신 국가는 이라크,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 아프가니스탄, 터키입니다. 유럽 연합 국가들은 1980, 90년대 이들 국가 모두에게 무기를 수출하였습니다.
무장 폭력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단절시킵니다. 1997년과 2001년 사이 폭력행위로 인해 180여 명의 민간구조단원이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그리고 2001년에서 2002년 사이 옥스팜은 소속직원들이 두 번 병원에 입원한 후 9개 국가의 긴급보조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였으며, 무장폭력의 위협으로 1개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폐쇄했습니다. 원조 프로그램은 긴급 상황 시 식량, 물, 위생시설, 그리고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합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단기간 동안만이라도 중단되면, 그 지역 사람들에게 명백하고 직접적인 결과를 미치게 됩니다.
무기통제를 위한 노력과 국제무기거래조약(Arms Trade Treaty)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UN은 통제되지 않는 무기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뒤늦게나마 대처하기위해 ‘소형무기통제를 위한 행동계획’(UN program of Action on Small arms and Light Weapon)을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재래식 무기가 아닌 소형 경량무기에만 한정된 것이며, 무엇보다 법적 강제력을 지닌 국제법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엠네스티와 옥스팜, IANSA(국제소형무기행동네트워크)의 주도로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서 2003년 10월부터 무기통제 캠페인(Control Arms Campaign)을 벌이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무기들에 의해 발생되는 폭력과 인권침해들을 알려내고 국제적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이죠.
이미 전 세계적으로 백만 명이 넘는 얼굴서명을 모아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소형무기 평가회의에서 UN 사무총장과 각 국가들의 대표들에게 전달하였고, 지난 2년 반 동안 전 세계적으로 대중캠페인과 각국 정부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 활동들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궁극적으로 국제무기거래조약 -모든 국가들이 국제인권법과 인도주의법에 기초한 모든 재래식 무기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장치를 만드는 것-의 설립을 요구합니다. 수많은 인권·시민사회단체들과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국제무기거래조약 설립을 위한 초석이 마련되었고, 바로 지금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국제무기거래조약 설립에 동의하는 영국을 비롯한 7개국이 올해 10월 UN 총회에서 조약 설립에 대해 논의하고, 조약 설립을 위해 ‘정부 간 전문가그룹’을 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였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UN총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며, 10월 마지막 주 논의에 따른 최종 투표가 진행됩니다. 현재까지 77개국이 조약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였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공식적이지는 않더라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무기수출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 국가들이 이에 대해 반대 혹은 부정적인 입장들을 내보이고 있어 국제무기거래조약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 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분명한 것은 국제사회가 생명보호와 인권옹호라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어느 정도로 우선시하냐에 따라 그 결과는 판가름 날 것입니다. 만약 이번 유엔 총회에서 그 소중한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면 다음 한 해 동안 우리는 또 다른 50만 명의 생명들이 무기로 인해 희생되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