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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문으로 출근하고 같은 문으로 퇴근한다. 출퇴근하는 모습에서 특별한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장안에 들어서고 작업복을 갈아입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얀 명찰의 정규직 노동자와 검은 명찰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어야 하는 공장 안의 이야기는 실로 극과 극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한풀 꺾였다지만 지난 여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정말 가혹했다. 바로 옆 정규직이 일하는 라인에는 작년부터 에어컨이 설치됐지만, 비정규직 라인에는 정규직이 쓰다 교체하면서 버린 고물선풍기가 더운 바람을 낼 뿐이다. 그나마 공장 안 비정규직은 나은 편이다. 길 건너 2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천막으로 만들어진 작업장 안에서 아스팔트의 열기를 그대로 받아가며 일해야 한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일하기는 조금 편해졌지만, 다시 겨울이 오면 난방장치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천막 안에서 내복에 잠바도 모자라 양말을 세 겹씩 껴 신고 일해야 할 걸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은 비정규직이 본격적으로 공장 안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정규직 노동자 사이에서는 편한 일이라고 해왔던 라인이었다. 하지만 비정규직노동자들로 대체된 후부터는 인원은 대폭 줄이고 생산물량은 늘려 노동강도가 살인적으로 늘어났다. 노동자의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10~11시간 노동을 끝내고 나면 대부분이 파김치가 되어 버리고 만다. 정규직은 잔업을 빼거나 월차, 연차를 쓸 수라도 있지만 워낙 적은 인원으로 라인을 운영하는 비정규직의 경우는 이조차 쉽지가 않다. 더 힘들게 일하고 더 적게 쉬다보니 수개월 이상 일한 노동자들은 여기저기 파스를 붙이고 침을 맞는 등 몸 여기저기가 병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회사에는 아프다는 말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개를 가장 많이 떨어뜨리게 하는 것은 매달 월급명세서를 받을 때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지만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월급을 받아들면 누구나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더 어렵게, 더 힘들게 일하는데 더 조금 받다니 무언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차별의 문제는 감성적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상이 비정규직인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은 곧 노동자 전체의 노동기본권의 후퇴며 나아가 한국사회 전반적 권리 하락을 의미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누리는 권리는 특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럼에도 비정규직이 확산되면서 기본적 권리마저 무시된다. 비정규직의 기본권이 무너지면서 정규직에게도 비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을 것을 강요하는 흐름이 팽배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의 문제는 정규직이 차별적 우대를 받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어온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의해 비정규직은 확산되고 양산되어 왔으며 노동의 불안정화와 기본권에 대한 침해, 사회적 양극화가 극대화되어 가고 있다. 결국 자본의 효율성만을 고려할 뿐 인간적 권리에는 무심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으로부터 차별의 문제를 풀지 않으면 비정규직 차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