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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동성애나 성전환은 범죄나 질환으로 취급받았다. 의학적으로는 치료의 대상이고, 종교적으로는 회개거리이며, 도덕적인 타락의 증거로 사회적으로 터부시되었다. 불쌍한 존재들이니 타박대신 성향을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주장도 급진적이라 위험해 보일 정도로 폭력과 멸시, 억압과 학대의 대상이었다. 물론 ‘나는 동성애자가 차별받는 것을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다.’라고 부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성적소수자 차별의 중요한 특징이다. 바로 ‘숨길 수 있다.’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장애인차별의 경우는 차별을 피하고 싶어도 자신의 여성임을, 흑인임을, 장애인임을 숨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동성애자의 경우엔 그냥 육안으로 보아서 가려낼 수 없다. 언뜻 보면 차별이 흔치않은 것 같지만 언제라도 발각되거나 폭로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과 스트레스, 위협감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점에서 항시적인 억압 속에 놓여있는 셈이다. 또한 차별 받는 흑인은 적어도 부모에게 자신이 흑인이라고 고백할 일은 없지만, 동성애자는 부모에게조차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자신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성적소수자의 보다 심각한 차별은 자신을 드러냈을 때 발생한다. 드러나지 않는 특징은 끝까지 숨기고 아닌 척하고 살라는 강요다. 즉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자신에 대해 드러내지 못하도록 억압받으며 혹시나 드러낸다면 처벌을 받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에게 커밍아웃 시 매질과 욕설, 감금 등을 당한 이야기는 동성애자들 사이에선 흔한 경험담이다. 특히 부부와 다름없이 살아온 커플도 법적으론 미혼자이기 때문에 회사 내 승진이나 주택자금 대출,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혼인과 입양의 권리, 시험관 아기를 통해 임신할 권리가 없으며, 파트너를 보호자로 명하고 위급 시 대리인이 될 자격이나 유산 상속도 힘들며, 외국인 파트너의 경우 국적 변경 혜택을 받을 권리도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이성애자 커플들에 비해 직장에서의 가족수당, 결혼기념일 휴가, 본인 및 배우자 경조금, 의료보험 적용, 출산휴가, 연말정산 시 배우자 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모든 국민의 의무인 국민연금의 경우 동성애자 커플들은 유족 연금을 받을 수도 없다.
성적 소수자들은 왜 차별받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성애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이성애주의는 생물학적 성기에 기반한 성역할을 강요하고, 생식 위주의 섹슈얼리티를 강화하는 이데올로기를 가리킨다. 출산은 역사적 사명이 되고 결혼은 남녀간의 강력한 성적 끌림을 제도화한 것으로 신성시한다. 이러한 이성애주의는 사회화란 이름으로 학습되어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한다. 가령 기존에 만들어진 법률들은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이성애자란 전제에서 만들어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차별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동성애자의 삶 전체에서 항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며 고통이 된다. 이런 현실에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은 비록 실질적인 효력은 약하다고 하나 상징적인 변화이자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엔 성전환자 성별변경 법 제정 활동도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성적소수자들의 차별에 대한 저항은 이제부터야말로 본격적인 시작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