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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부는 행사경비라는 명분으로 90개 중대, 1만 명에 달하는 경찰인력과 전경버스, 물대포차를 위시한 차량 510대에다 헬리콥터 2대까지 동원하는 등 거의 전략적 수준의 경찰력을 이미 제주도에 투입하였다. 또한 농협같이 민생과 밀착한 기관들을 통해 집회참가예상자의 명단을 확보하고 트랙터 등의 농기구들이 집회에 동원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해 두는 등 거의 예비검속에 가까운 정도의 검문검색과 사전예방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다. 더불어 해양경찰대는 경비정을 총동원해 회의장인 중문 관광단지 인근의 바다까지 원천 봉쇄하는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반대 집회자나 제주주민에 대한 총력전이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한 선전전의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에 빠진 자는 지푸라기를 잡는 순간 맹목이 된다. 지푸라기가 아닌 그 어떠한 대안을 알려줘도 그것을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감지한다. 그래서 그는 지푸라기를 향한 모든 손가락에 대해 폭력으로 대응한다. 한미FTA의 체결을 향한 일념만으로 매진하는 우리 정부가 그 반대자들을 사전예방의 차원을 넘어 아예 토끼몰이 식으로 범죄자의 굴레로 몰아넣고 있음도 같은 맥락이다.
나라의 앞날이나 민초들의 삶의 문제를 한 켠에 제켜둔 채 정파적 고려와 관료권력의 추동력만으로 진행되는 한미FTA의 체결과정은 필연적으로 국민적 반대와 비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연속되는 정책실패를 한미FTA 한 방으로 만회해 보려는 무리수는 그 강박관념만큼이나 강렬한 전선(戰線)을 구축하고 이들과 대항하고자 한다. 반대와 비판자들을 전선의 저 편에 배치하여 선/악의 대립구도에 서서 이들을 강제력으로 처단하고자 함은 그 단적인 예가 된다.
범죄자 만들기의 프로젝트는 합법을 가장한 이 폭력의 핵을 이룬다. 한미FTA의 반대건 세계화의 반대건 집회는 헌법상의 권리이자 가장 기본적인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범죄라는 함정으로 몰아넣는다. 경찰을 통해 이들의 집회신고를 반려함으로써 합법적인 반대집회를 불법으로 만들고 이 불법을 이유로 집회를 무력으로 강제진압하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자위와 자구의 수단들을 폭력이라 낙인찍어 집회자에 전가하는, 일련의 범죄자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한미FTA를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 칭송한다. 그리고 “지배받지 않는 나라가 되기 위해선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경쟁의 상대가 국민으로 설정되어 있을 때 나타난다. 성과에 집착하고 결과에 목을 거는 순간 개발독재의 망령은 의연히 살아나기 마련인 것이다. 이 홈페이지는 “개방한 나라가 성공도 하고 실패한 경우는 있었지만 쇄국을 하면서 성공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라는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절실한 경구는 ‘나라’를 ‘정권’으로 바꿀 때 나타난다. 그래서 현 정권이 불끈 쥐고 있는 그 지푸라기를 과감하게 내던지는 일이 더욱 절실할 뿐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