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열린칼럼] 중증장애인은 너무 큰 욕심을 부리고 있나

시청 안에서 하룻밤 주무셨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세요.” 순간 울컥 화가 났다. 우리가 할 일 없어 맨바닥의 냉기를 견디며, 한 번 펴보지 못한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전동휠체어에서 견디며 밤을 지새운 것이 아닌데…. 지난 달 15일 아침 서울시 사회복지과 창밖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하루 전날 장애인 30여 명은 ‘활동보조인 서비스 시범사업에 본인부담금 폐지’를 요구하며 서울시 사회복지과를 점거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란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유급활동보조인이 보조하는 것이다. 지금껏 중증장애인의 일상적인 보조는 가족들이 당연히 해야 한다며 정부는 책임을 미뤄왔다. 그래서 장애인은 가족 안에서 살 수밖에 없었으며, 가족이 부담스러워지면 다른 삶을 선택할 기회도 없이 시설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어왔다. 정부가 책임을 방관해오는 사이 장애인은 비인간적인 인권침해의 사각지대에서 조용히 죽어가야만 했다.


올해 3월부터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전국적인 투쟁이 시작되었다. 각 지역에서의 투쟁은 도청, 시청,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시범사업을 한다는 합의를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12월 시작되는 시범사업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중증장애인은 기초생활수급자여야 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한 달에 40시간에 시간당 자부담 500원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중개기관의 문제, 활동보조인의 노동성의 문제, 장애인 선정기준의 문제 등이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본인부담 10% 500원 이었다.


개인당 주어진 시간이 한 달에 40시간이면 하루에 1.5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40시간에 매월 2만 원 정도의 부담인 것이다. 중증장애인에게 현실적으로 하루 1.5시간의 보조는 있으나마나한 시간이다. 옷을 입고 벗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밥을 먹거나, 씻거나, 이동하거나, 돌아눕거나, 앉거나 등등 이런 것들이 겨우 1.5시간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시범사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중증장애인의 현실에 맞는 시간확대는 필수일 것이고, 하루에 3~4시간씩 활동보조가 필요한 수급대상은 매일 1,500원이나 2,000원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빈곤한 중증장애인은 생계비를 줄여야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애초에 중증장애인들이 한강대교를 맨몸으로 기어 넘으며, 시청 앞에서 서른아홉 명이 삭발을 하며 원했던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는 중증장애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함이었다.


빈곤한 중증장애인이 생존비용을 줄여야 할 서비스를 제도라고 내놓았다는 것은 서울시나 보건복지부가 활동보조서비스제도와 장애인 생존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우린 아침에 내린 비 때문에 떨어진 은행잎이 시멘트 바닥에 더욱 달라붙은 서울시청 마당으로 경찰들에 의해 끌려나오고 말았다. 그래도 절대 포기 할 수 없다. 중증장애인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님을 세상에 알릴 때까지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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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김영희 | 장애여성공감/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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