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항쟁에 대한 기억 ,그리고 새해 희망

다시 지구가 매일 자전하면서 태양의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태양의 어디에도 해의 구분선은 없지만, 이런 구분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지루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라토너들은 굴곡 없이 평탄한 코스를 달릴 때가 가장 지루하다고 말합니다. 해의 구분을 둠으로 인생이란 마라톤의 구분선을 만든 것은 인류의 창조적인 기획입니다. 그래서 세밑이면 묵은해를 보내고, 아직은 미지의 시간이기 때문에 희망으로 채색할 수 있는 새해를 맞습니다.


프라하의 봄을 이끌었던 극작가이자 전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 바츨르프 하벨은 1970, 80년대 여러 번 감옥살이를 경험하면서 희망을 얘기했죠. “희망은 예언이 아니다. 그것은 영혼의 지향이자 마음의 지향이어서, 직접 경험되는 세계를 초월하며 그 세계의 지평 너머 어느 곳에 닻을 내리고 있다. …그 같은 희망은 어떤 일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일이 선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이다.”


2006년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들이 부정당하는 절망의 순간들을 너무도 많이 겪었습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사업이나 한미FTA가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고, 이 땅의 사람들의 목숨과 평화를 거래하는 위험한 짓이라고 목소리 높여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이에 대한 탄압이었습니다. 거리에서 시민들의 촛불의 힘으로 권력을 되찾았던 노무현 정부는 1980년대 독재정권 때와 다름없는 탄압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참으로 힘든 세월을 많은 사람들이 인내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공간이 막히자 민중들은 이제 1980년대 저항방식을 재현하여 거리시위를 조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980년대 우리 세대는 전두환 정권과의 투쟁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어른들의 절망적인 충고를 듣고 살아야 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거리의 정치를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항쟁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갔고, 고문을 당했고, 심지어는 죽기까지 했던가요. 급기야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죽었을 때 바위처럼 끄떡없던 전두환 정권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6월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항쟁의 대열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는 그런 민주항쟁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항쟁을 기억하는 것만이 아니라 항쟁을 실현하는 그런 새해였으면 하는 희망 하나 놓아 봅니다.


이번 호부터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 ‘덤?’은 인권활동 실무 매뉴얼이고, ‘내 인생의 OOO!’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공유하고자 신설했습니다. ‘인권 톺아보기’는 지역상황도 공유하고자 할 것입니다. 특집과 이슈 면은 증면했고요. 보다 깊이 있게 인권사안들을 다루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호로 ‘A’s people’ 캠페인을 종료합니다. 6개월간 에이즈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준 활동가들과 구석진 사이트까지 찾아와 지지선언을 남겨준 751명의 ‘사람’들께 감사드립니다. 공동행동의 노력에 비하면 별로 기여한 것이 없습니다. 이 지지선언은 계속 받을 생각입니다.


하벨의 말처럼 독자 여러분에게 올해는 옳기 때문에 선이고, 그런 선한 일을 이루는 희망으로 가득 찬 새해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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